질병 하나가 기업을 배회하고 있다. ‘착한 상사 증후군’ (‘Nice Boss Syndrome’)이라는 질병이다.
이 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부하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상사가 나무라지 못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 대리에게 고객인 A사의 내년 설비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2주 후에 보고해 달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얘기가 없었다. 김 팀장은 보고서가 어떻게 되었는지 챙겨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더십 코치인 박 코치와 상의했다.
“보고서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 보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전에도 이 대리를 비슷한 일로 좀 나무랐더니 한동안 저를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직원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걸 불편해 하시는군요.”
“그런 거 같네요.”
2주일이라는 기간은 김 팀장이 제시했고 이 대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즉 부하와 상사 간에 약속된 일정이었다. 착한 상사 증후군에 감염된 상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부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 못한다. 혹시라도 부하가 혼났다고 생각하여 삐지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불편하다.
다른 증상은 부하에게 인기를 잃기 싫어하는 증상이다. 신임 CEO인 정 대표는 회사의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정했다. 그는 직원들이 비전과 미션을 이해하고 자신의 할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은데 직원들은 시큰둥하다. 박 코치가 물었다.
“대표님이 어떻게 하시면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제가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수 밖에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면 직원들이 싫어하더라구요.”
“직원들에게 인기를 잃고 싶지 않으시군요.”
“네. 제가 쿨한 상사로 보이고 싶은 거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쿨해 보이고 싶은 열망이 강한 상사가 있다면 착한 상사 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무엇이 호랑이 같던 우리의 상사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착한 상사 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다면평가이다. 다면평가는 좋은 평가 방법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일부 부하가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평가뿐 아니라 승진에도 다면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 좋은 최 팀장이 백만 년 만에 부하 직원들에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생산 라인에 불을 낼 뻔한 실수를 했으니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그해 다면평가의 종합점수는 4점대에서 3점대로 내려갔고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 또는 ‘화를 잘 낸다’는 평이 올라왔다. 그런 큰 실수에 마냥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최 팀장은 답답하기만 하다.
착한 상사 증후군의 다른 원인은 소통에 있어 상사와 부하 간에 받아들이는 느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상사 세대와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의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간에서 특히 크다.
팀장은 업무 진행을 챙겨 보았을 뿐이라고 하는데 부하는 야단 맞았다고 느낀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서 물어 보았더니 부하의 사생활에 간섭한다고 한다. 부서의 방침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했더니 잔소리가 심하다고 한다. 요즘 사원들은 왜 이런 것인지 상사들은 고민이다.
착한 상사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보스는 당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보스는 결정하는 사람이다. 일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할지 부하의 생각을 들어보라. 그 다음 그들의 생각과 당신의 생각을 종합해서 일하는 방법을 결정하라.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불만에 찬 부하에게 ‘내가 결정했다’고 말하라.
또한, 보스는 부하를 키우는 사람이다. 경험이 부족한 부하에게는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그 부하가 ‘안물안궁인데요’ 하는 표정을 짓거든 ‘지금은 교육 중’ 이라고 말하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라.
둘째, 보스는 거울 같이 소통해야 한다. 거울은 비추기만 하지 확대하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거울 같이 소통하는 사람은 감정에 쓸려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사실에만 집중하여 소통한다.
거울 같이 소통하는 보스가 내는 화는 거울을 잠시 비춘 햇살이다. 그들의 화는 그때뿐이다. 그들은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화를 낸다.
화를 못 이겨 부하를 혼내고 나서 저녁에 소주 한잔 하면서 달래주는 시대는 갔다. 세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보스의 역할과 책임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제 진정한 보스는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누가 보스인가? (Who’s the b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