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는 몇 년 전에 텃밭을 마련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A대표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이런저런 채소와 과일을 심어 보았다. 경험이 없으니 비료를 잘못 써서 작물을 죽이기도 하고 바빠서 돌보지 못해 말려 죽이기도 했다. A대표는 박 코치에게 자신의 텃발 경험을 들려주었다.
“코치님, 고구마와 감자가 참 다르더라고요.”
“그래요? 어떻게 다른가요?” 서울 촌놈인 박 코치는 고구마와 감자는 먹을 줄 만 안다.
“고구마는 별로 돌보지 않아도 쑥쑥 잘 크는데 감자는 비료도 주어야 하고 손이 참 많이 갑디다. 고구마와 감자는 사촌쯤 되는 줄 알았는데 많이 다르던데요.”
“감자와 고구마는 맛만 다른 게 아니네요.”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고구마와 감자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이 고구마와 감자 같다고요?”
“회사에도 고구마형 직원과 감자형 직원이 있다는 거지요.”
A대표 말에 의하면 고구마형 직원이란 일에 대해 자세히 지시하거나 진도를 챙기지 않아도 자신이 잘 알아서 하는 직원이다.
이런 직원은 일을 주면서 자세히 설명하거나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 표정이 밝지 않다. ‘알아서 잘 할 텐데 뭘 그렇게 챙기실까.’ 하는 표정이다. 이런 직원은 적절한 책임과 권한만 주면 일의 세세한 부분과 방법은 스스로 정해서 진행하고 싶어 한다.
고구마형 직원은 대개 업무 경험이 많은 고참 직원이다. 그렇지만 신입 직원 중에도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직원도 있다. 업무 경험이 충분하다고 고구마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감자형 직원은 일을 시작할 때 자세히 설명해 주고 일 중간에도 진행을 점검해 보아야 하는 직원이다.
대부분의 신입 사원은 감자형이다. 이들은 업무를 잘 모르니 자세한 설명과 진도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험이 많은 고참 직원 중에도 감자형이 있다. 그들은 업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상사에게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또한 중간 보고가 굳이 필요 없는데도 업무 중간에 상사에게 진행을 보고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부서장들은 감자형 직원은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부서장의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은 부서장과 소통하려고 하고 과정을 꼼꼼히 점검받으려고 한다는 게 된다. 즉, 감자형은 과정을 중시하는 직원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고구마형 직원이라면 감자형은 노력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서장에도 고구마형이나 감자형이 있다. 고구마형 관리자는 부서원들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고 일을 맡기고, 감자형은 세부적인 것까지 지시하고 하나하나 챙긴다.
문제는 많은 부서장이 고구마형과 감자형 둘 중 하나라는 현실이다. 조직이라는 밭에 감자와 고구마가 같이 자라고 있는데, 부서장이라는 농부는 밭에 감자만 있거나 고구마만 있다고 여기고 농사를 짓는다. 그런 밭에서는 고구마가 잘 크지 못하거나 감자가 죽어버린다.
감자형 부서장은 고구마형 부서원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지들이 권한을 갖고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항상 일이 제대로 되고 성과가 나는 건 아니잖아? 챙겨야지. 챙기라고 부서장이 있는 거지.’
굳이 안 챙겨도 되는 고구마형 부서원을 챙기면 성과가 조금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자 팀장은 우리의 미스터 고구마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모른다.
‘성과에 큰 차이는 없는데 꼭 자기 방법을 고집한단 말이야. 그냥 시킨 대로 하고 말란다. 잘 해 보겠다고 머리 쓸 필요가 있겠나. 다른 직장이나 알아봐야겠다.’
고구마형 부서장은 감자형 직원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저 친구만 유난히 챙겨줘야 하나? 다른 친구들은 일의 제목만 얘기해 줘도 잘 하는구만. 그렇다고 이 친구만 챙기면 내가 못살게 하는 걸로 보이잖아. 그냥 내버려둘란다. 귀찮기도 하고’
고구마형 부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감자형 직원은 힘들다. 도태되는 직원도 있겠지만 그래도 많은 직원이 일을 통해서 성장한다.
관리자는 고구마형과 감자형 직원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 혼자서도 잘 하는 직원은 스스로 일을 풀어나가도록 하고, 지도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직원은 꼼꼼히 챙겨 주어야 한다. 관리자는 부서원이 감자형인지 고구마형인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는 하나의 몸에 감자 반, 고구마 반인 희귀종이 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고구마형과 감자형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고 싶다면 고구마형 관리자가 될 것을 권한다.
고구마형 부서장은 게을러 보인다. 이들이 바로 상사 중에서 최고의 이상형으로 불리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사이다. 게으른 상사 중에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상사도 있지 않으냐고 할 것이다. 다행히 ‘게’ 유형의 상사 중에는 똑게가 대부분이다. 멍게는 벌써 회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