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0
새벽 내내 뒤척이다가 오전 중에 아빠와 함께 다시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엄마가 아주 위중한 상태라고 말하면서 잠깐의 면회를 허락했다.
“어머니 모습이 충격적이실 수 있어요.”
마음을 다잡으라는 말을 뒤로하고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중환자실은 정말 넓었다. 유리벽으로 된 네모난 칸들 안에 환자가 가득했다.
애써 눈을 돌리며 간호사의 등 뒤를 따라 이리저리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엄마의 진짜 모습을 마주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맨 처음 보인 것은 입가에 피가 흐른 자국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눈은 감긴 채 의료용 흰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그런 모습으로 엄마는 헐떡헐떡 숨을 간신히 쉬었다.
도저히 울음이 그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 하고 한 번 불러 보질 못했다.
새까맣게 죽어 버린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을 겨우 붙잡고 그저 울었다.
간호사와 의사가 와서 무어라 얘기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거의 혼 빠진 상태로 중환자실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옆 작은 사무실 안에서 결정했다. 생명 유지 조치를 포기하기로.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고통을 참고 있을 엄마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말씀드리기 참 곤란하지만 잘 결정하셨어요.”
비정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아무런 대답 없이 보호자 동의서에 사인하고 밖으로 나와 대기 의자에 앉았다.
임종이 가까운 상태기에 가능하면 병원 안에서 기다려 주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있었을까. 아빠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고 졸랐다.
기약 없이 무한정 대기할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
나는 그래도 병원 쪽 말을 듣고 싶었다.
이대로 가 버리면 왠지 엄마를 배신하는 기분이었다.
의견이 다르니 말다툼이 시작됐다.
결국 나만 남고 아빠는 집으로 보내려는데 차비가 문제였다.
수중에 둘 다 현금이 없었고 신용 카드는 내 것 하나뿐이었다.
ATM 등 다른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빠는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는 나한테 한바탕 쏟아붓곤 걸어서 가면 된다며 길을 나섰다.
네다섯 살 애처럼 구는 아빠에게 질려서 더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는 여덟 시간을 걸어서 기어이 집으로 갔다.
패잔병처럼 혼자 남은 나는 슬픔을 다스릴 겨를도 없이 밀어닥친 분노에 그대로 휩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