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파괴는 자연스러운 것일까?
너무나도 좋다고 많이 들었던 곳이라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비가 온 직후였지만 그 또한 제주도의 여러 얼굴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갔다. 하지만 해변의 해수욕장은 좁은 편이었고 바로 뒤로는 쓰레기들만 가득했다.
해변에는 좋다며 소리 지르는 대학생들과 즐겁게 놀러 온 한 가족, 웨딩사진을 찍으러 온 신혼부부만이 다였다. 이미 그들의 만으로도 해변은 꽉 차버린 듯했지만, 사람들 외에도 쓰레기가 있었다.
슬라보예 지젝은 파괴 역시 자연의 일부라며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즉 인간의 과학 발전과 생태계 파괴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라고 했다. 나는 해변을, 바다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 줄을 알았다. 헌데 어째서 이곳은 이렇게 되었을까.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자연을 즐기는 것이 자연을 파괴하는 거라면
그것은 자연인가 자연이 아닌가,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안고 해안을 돈 지 15분 만에야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보았다. 푸른색 수십 가지의 에메랄드 빛이 반짝이는 바다와 비를 한참 쏟아낸 후 선명해진 구름과 그 위로 쭉 뻗은 하늘, 그 사이를 유영하는 햇빛이 보였다.
해변의 빼앗긴 존재감 때문에 하늘이 노했던 걸까.
위엄 있는 구름은 하늘과 바다와 우리 모두를 다독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