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고을 등단/2022년 가을
오랫동안 시의 세계에 입문하기를 기다렸으나 절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간절함이 부족한 때문이라 생각하던 차에 연락을 받고 나니 내 마음속에 깊은 간절함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를 쓴다는 게 어린 시절 감성 어린 낭만처럼 여겨졌지만 세월에 묻혀 삶의 메인에서 치워진 길이기도 했다. 문뜩문뜩 생각나면 들여다보는 일기장이라고 할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싹터오는 간절함을 알아차리고 몇 줄씩 노트와 컴퓨터 자판에 기록해 보았다.
그 흔적의 결과에 대해 좋은 결과를 알려주니 사실 낯설고 몸 둘 바를 모를 일이다. 등단의 이름을 가질만한 언어 조탁이 가능한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든다. 내 시구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스스로를 질책하지 못하는 어설픔도 함께 간직하고 있는 터라 이번 등단을 계기로 내심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다. 비록 치기 어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에도 이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적지 않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주변에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어린 시절 가장 먼저 따고 싶었던 과실을 이제야 따게 되는 것이므로 그 열매가 어떤 모양을 가지든 소중히 보듬고 모양과 맛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그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어린이 마냥 기쁘고 고마운 마음을 주위에 전한다. 특히 제주의 중산간이라는 산 중턱에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느끼는 경이로움도 함께 전한다. 좋은 인연의 삶이 되기를 기대하며 좋은 글귀가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