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개인주의자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세요!
나는 비교적 나의 성향을 빨리 알아챈 편이다.
교복 입고 다니던 중학 시절에는 남들과 똑같은 양말을 신기 싫어 혼자 원색의 또는 반짝이 양말을 신고 다닌다거나, 남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으면(HOT와 젝스키스 양대산맥이 있었다) 같이 좋아하기가 싫어 다른 가수의 팬이 되었다.
나에겐 '우리'보다 '나'가 더 중요했고 획일화된 가치보다 나만의 독보적인 가치를 추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기엔 나는 너무 소심했다. 그저 그렇게 무리에 묻혀있는 듯 가끔 튀는 듯 그렇게 살아왔다.
교육을 전공하고 기업교육에 몸담게 되었는데 나는 절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강의 체질은 아니라고 믿었다.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를 끙끙대며 교육 솔루션으로 풀어낼 때 성취와 희열을 느꼈지만 강의는 절대 싫기 때문에 박사가 되어 교육 연구 쪽으로 전향해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나의 바람(?)과 달리 연구는 혼자서는 해내기 힘들고 많은 협업이 필요하긴 하다)
나는 여전히 기업교육에 몸담고 있으며, 고객사를 만나며 강사와 상의하여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직장생활을 하려면 나의 성향쯤은 죽이고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오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점심시간에 함께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불편한 회식 자리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물론 직장생활은 내 이해와 바람은 고려해주지 않지만...
내가 직장에 바라는 점은 정말이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조직생활이라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며 그것이 나와 다르더라도 '너는 그럴 수 있구나'라고 이해해주는 태도, 예를 들면 나는 같이 먹으러 나가는 게 좋은데 너는 그냥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싶구나 라는 태도다.
어렸을 때 나의 반짝이 양말이나 얼굴 캐릭터가 박힌 책가방이 놀림을 받았듯 나의 이런 성향도 대한민국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조직에서는 반기지는 않는다.
팀원 중 한 명이 스키를 타다 넘어져 트라우마가 있는데 팀 워크숍이니까 모두 같이 스키를 타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나 모두가 야근을 하는 사무실에서 나와 영어학원을 갈 때면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팀원 중 한 명은 나에게 이기적이라서 자기 계발을 잘한다고 말했다(나는 적잖이 쇼크를 먹었다).
개인주의를 이기적이고 배려 없고 조직가치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 등 으로 폄하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집단주의의 강한 연대감이나 효율성, 획일성, 표준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한다는 문제가 있다. 집단주의는 상명하복이나 집단 우선이 강조되다 보니 개인의 존엄성, 의사, 감정 등이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자존감이 결핍되고 집단 의존증이 높아 집단 뒤에 숨은 무책임한 집단 이기주의를 양산하기도 하고, 수직적 가치관과 서열적 문화가 강해 타인과의 비교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인다.
집단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순간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경험으로 인해 침묵하는 현상 등은 모두 집단주의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LGERI보고서(2016. 10). 조직 내 집단주의, 피하기보다 꽃 피울 대상
물론 집단주의는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 일체감을 높여 업무성과를 향상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긴 하지만 나의 성향에서는 폐해가 더 잘 보인다.
조직의 개인이라도 각 개인은 타인과 자신을 본질적으로 구분 짓는 주체성을 길러야 하고 동시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의식적으로 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키는 것도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회사에 도움이 안 되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도 역시 회사에 큰 도움은 안될 뿐이다)
소박한 바람이다. 우리 개인주의자를 좀 더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