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야기 스물하나 @스위스 루째른 리기산
스위스의 상징, 빨간 등산열차! 등산열차를 타고 리기산에 올랐다. 그곳에 오르니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 같기도, Google 지도를 밟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산 아래 사람들이 개미만하게 보였다. 인터라켄의 여흥이 길었지만 루째른도 그만큼 맘에 드는 곳임은 확실했다. 360도 전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있어서 바람이 세차고 시원했다.
리기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다소 유별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꽃이나 잔디 사이를 헤짚고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었다. 좋게 얘기하면 '역시 사진 좀 찍을 줄 안다'라고, 나쁘게 얘기하면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긴 하나보다. 그들을 통해 내 모습도 본 것 같다.
리기산에 내려와서는 빈사의 사자상, 루제크 성벽, 카펠교를 둘러봤다. 시간이 아쉬운 여행자인지라 루째른을 하루 만에 마스터했다. 관광지를 다 들리긴 했지만 가슴에 남는 곳은 많지 않았다. 도시의 스토리를 모르고 여백 없이 돌아다녀서 그랬으리라. 내가 대자연에 유독 깊이 감응하는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 저녁에는 브라질 월드컵 한국 VS 알제리 경기를 0:3까지 보고 샤워하러 갔다. 갔다 오니 1:4가 돼 있었다. 가슴에 콕콕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