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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근 Jun 28. 2017

[북반구 대륙 횡단]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31

2017.06.17 날씨 더움 / 오하이오(콜럼버스)

총 이동 거리 : 1028.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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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달려온 길이 1000km를 넘은 날이기도 했고, 여기에서 열리고 있는 게이 퍼레이드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우리는 자축하는 기념으로 콜럼버스에서 며칠간 쉬었다 가기로 했다. 콜럼버스는 오하이오 주의 주도이고, 알아보니 지명은 우리가 익히 들은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 시의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15번째로 큰 도시라고 했다. 뉴욕 이후로 규모가 있는 도시는 처음이었고, 대학교 주변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축제를 기다리는 것처럼 괜스레 마음 깊숙이 설렘이 피어올랐었다. 


사실, 이 도시에 도착하기 며칠 전 오랜만에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com)에 접속하여 우리를 초대해 줄 호스트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 놨었다. 그 이유에 선지 도시에 들어서면서부터 흥이 나있었다. (늘 그랬듯 카우치 서핑은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차근히 프로필을 읽어보며 평이 좋은 사람들에게 요청 메시지를 보냈었고 그중 세 곳에서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두 곳은 이미 누굴 초대했거나, 콜럼버스에 있질 않아 초대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이었고 다른 한 곳에서 마침내 와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날 신나는 일이다. 때론, 걱정과 두려움이 뒤섞일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을 사귀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움 투성이었다.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쉬웠었다. 그녀의 집은 오하이오 주립대학 근처에 있었고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어 어디든 접근하기가 편했다. 집 근처에 다 달아 그녀에게 다 와간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곧이어 도착하니 그녀는 문을 활짝 열어두곤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호스트 Alexandra는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그전에 프로필에 쓰인 전 유럽을 거쳐 터키까지 나 홀로 배낭여행을 했다는 그 한 문장은 그녀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었다. 양손에 가방을 가득 들고 집에 들어서니 오느라 수고했다며 얼음이 가득 담긴 물 한 컵을 내어왔다. 물을 들이키며 그녀의 룸메이트 Carely와도 인사를 나누고 집안 곳곳을 Alex와 둘러보았다. 


그녀는 세탁실과 화장실 그리고 자신의 방, 우리가 지낼 방을 꼼꼼히 소개하여주며 자신들은 잠깐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몇 시간 뒤에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집 키를 열쇠고리에서 빼내어 손에 쥐어주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만난 지 5분도 안되었잖아 라는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니 다시 한번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나갔다. 그렇게 주인이 없는 집에서 집 키를 가진채 남게 되었다. 가방을 챙겨 삐걱거리는 계단을 통해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단열재로 천장과 벽은 둘러싸여 있었고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다락방을 감싸고 있으니 마치 대기권을 관통하며 내려가는 우주선의 내부 같았다. 덥긴 했지만 우주선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에 들었었다.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호스트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을 해주기로 결정을 했다. 메뉴는 연어스테이크로 결정하고 연어를 사러 다운 타운에 있는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손바닥보다 큰 큼지막한 연어를 여섯 덩이를 사고 함께 구워 먹을 채소와 토마토를 샀다. 그렇게 양손을 무겁게 들고 집에 도착하니 많은 친구들이 와있었다.


호스트 Alex는 장바구니를 들어주며 물었다.

"저녁거리 사 온 거야?"

"응 연어랑 샐러드 할 거 사 왔어"


"맛있겠네! 우리 지금 파티 가려는데 저녁 먹고 올래?"

"음.. 너네들 저녁 만들어 주려고 연어 사 왔는데"


"헐 진짜야? 안 그래도 되는데! 잠시만"

그녀는 친구들에게 저녁을 먹고 가는 게 어떻냐고 묻고는 다시 돌아왔다.


"그래, 그럼 우리 저녁 먹고 같이 파티에 가자"

"좋아!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줘"


전부 배가 고파 보였기 때문에 서둘러서 해야 했다.


레몬을 썰고 즙을 짜서 후추와 소금과 함께 연어를 얼마간 재운 뒤 오븐에 밀어 넣었다. 타임을 20분으로 맞춰놓은 채 그동안 기다리며 식탁에 둘러앉아 우리가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대륙 횡단이라는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

"말하자면 긴데 사실, 행복을 찾고 싶어서 시작했고 이 여행 이전에 유라시아 횡단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행복을 인터뷰를 했었어"


"행복? 정말 철학적인 주제네! 멋지다! 그래서 행복이 뭔지는 알게 됐어?"

“아니 그래도 작은 힌트는 얻었어.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온다는 거야.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행복을 좇아다니는 행위는 정말 시간낭비라는 걸 깨달았지.”


그 뒤로, 밥을 먹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화두가 된 주제는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서였는데, 과학이 발전할수록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가령, 친구들과 어울릴 때 대게 모바일을 통해 옆에 있지 않는 누군가와 늘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그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또 다른 이와 모바일을 통해 소통을 한다. 


결국,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고 휘발성이 강한 대화들로 이루어진 관계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벽은 눈에 보일 정도로 우리에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에 모두가 공감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가 같은 자리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으면 핀잔을 줬지만 이젠 핀잔을 주는 게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과거보다 더 많은 소통을 하지만, 진실된 소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단 방에 틀어박혀 혼자 있는 시간은 늘었지만, 정작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우리의 정신은 이미 가상의 세계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점차, 무엇이 옳은지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하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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