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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Sep 29. 2022

집 근처에 작은 산이 있으면 좋은 이유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이 주는 효과

우리 집 뒤에 이름 없는 작은 산이 있다. 누군가는 그냥 공원이라고 하고(네이버 지도상에는 '근린공원'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이라고 하기엔 그냥 '언덕' 아니냐 할 수도 있는, 규모가 작고 높지도 않지만 내게는 나무가 우거지고 흙길이 펼쳐진 엄연한 '산'이다. 


지난 6월부터 현재 9월 말까지 약 4개월 가까이 주에 2~4회는 이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운동했다.

집 뒤에 이런 작고 소중한 산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 좋았던 것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1. 운동 귀차니즘을 '극복'시켜 준 가까운 거리


우리 집 문밖을 나서서 1분이면 바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작은 산 입구 앞에 도착한다.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실외 운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인 '나가기 귀찮다'는 생각을 핑계 삼지 못한다.


일어나자마자 다른 운동 하기 싫을 때, 몸이 찌뿌둥할 때, 그냥 바로 운동복 입고 나갔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기에 화장도 안 해도 되고, 그저 선크림만 바르고 나가면 된다.(너무 귀찮을 땐 가끔은 세수도 안 하고 나갈 때도 있었다.)


작은 산인 데다, 아침 일찍 나가면 사람도 많지 않기에 누구도 나의 쌩얼이나 차림새에 대해 시선을 두지 않는다. 그냥 휘리릭 휘리릭 ~ 나갔다가 운동하고 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아무리 귀찮은 날이어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곧바로 나가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집에 오면 그날 하루는 기분 좋은 성취감으로 시작할 수 있다.



2. 마스크 없이 온전히 느끼는 산의 공기


유명한 산은 등산객이 많아 마스크를 쓰고 등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 뒷산같이 작은 산은 사람이 많지 않다. 마스크 없이 산의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실외도 마스크 해제가 되어 밖에서는 마스크 없이도 지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실외는 거의 없다.


작은 산은 그런 마스크의 해방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이 없는 산길에서 온전히 코로 숨 쉬고 나무와 흙이 뿜어내는 공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그 자체로 편안해진다.

흙냄새, 나무 냄새, 풀 냄새가 도시 한 복판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향긋함을 선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산에 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3. 작은 산 무시하지 마시길. 체력 기르기에 좋은 산


우리 집 뒷산의 경우엔 초입에 계단이 높고 가파르다. 정상까지 금방 가고 높지도 않지만, 초입이 좀 힘들고 정상을 찍고 한 바퀴 돌다 보면 꽤 숨이 찬다.


뒷산의 초입 계단을 다 오르고 산을 동에서 서까지 한 바퀴 빙 돌고 오면 500m 정도 된다. 처음에는 이 500m도 너무 힘들고 숨이 찼지만, 지금은 6바퀴(3km) 정도는 심박수가 빨라질 뿐, 한 번 쉬지 않고 쭉 이어서 가능하다.(지금은 익숙해져서 내리막길은 뛰면서 한다)


주 2~4회 정도 매번 30분 내외(6바퀴 도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로 오르락내리락을 했는데 하면 할수록 숨도 크게 안 차고 헉헉대는 일도 많이 줄었다. 초기에는 3바퀴도 힘들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최대 8바퀴도 안 쉬고 가능하게 됐다.


이 뒷산에서의 체력을 바탕으로 백련산 1시간 왕복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됐고 북한산도 갈 수 있게 됐다.

작은 산이어도 왔다 갔다 여러 번 타면 웬만한 산 등산은 많이 힘들지 않고 갈 수 있게 되는 체력이 만들어진다.




4. 계단 오르기 운동, 달리기, 큰 산 등반보다 가볍고 효율적인 운동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파트나 빌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자칫하면 누군가에겐 소음 유발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산은 그런 게 없다. 산에는 흙 언덕도 있고 데크 계단도 있고 돌계단도 있다. 그것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데에 소음이란 없다. 그저 산이기에 맘 편히 뛰고 걷고 할 수 있다.


내 기준, 6바퀴(3km)를 오르락내리락하면 30분 내외로 320-340kcal를 소모하는데 아파트나 빌라 계단 왕복만큼 비슷한 체력을 요하면서도 어쩌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도 있다.


달리기는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어렵다. 내 기준,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를 한다고 했을 때 뒷산 6바퀴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힘들다.

숨이 토할 정도로 차오르고 심박수는 196까지 뛰기도 한다.


달리기도 많은 매력이 있는 운동이지만, 운동 초보자가 달리기를 빡세게 하다간 운동 자체가 싫어질 수 있어서 동 초보자에겐 뒷산같이 작은 산을 매일같이 꾸준히 다녀보는 것이 운동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지속 가능하게 해 준다. 달리기에 비해 시간과 노력 대비 효율도 꽤 괜찮다. 


더불어, 큰 산 등반은 이것저것 옷이나 신발, 장비를 다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뒷산은 그에 비하면 정말 가볍다. 익숙해지면 스니커즈를 신고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물론 큰 산도 스니커즈를 신거나 슬리퍼를 신고 등반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또한 큰 산 등반은 정상까지 갔다 오는 데 최소 2시간 이상은 걸리기에 맘먹고 날 잡고 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뒷산은 그에 비하면 30분 내외로도 금방 갔다 올 수 있으니 정말 가볍게 산책 나가듯이 갈 수 있다. 

그러면서도 칼로리 소모나 땀 빼는 것도 적절히 할 수 있으니 이왕 산책하는 것, 길거리 산책보다 트레킹 산책이 더 낫지 않을까?

 


  

오늘 아침에도 뒷산 6바퀴를 돌고 왔다. 오늘 뒷산에서는 청설모<?>로 보이는 귀요미를 우연히 만나 찍게 되었다. 이런 풍경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산 운동의 매력인 것 같다.


이제는 뒷산 운동이 내가 하는 여러 운동 중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져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뒷산 운동이 좋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이제는 그저 산이 좋다. 갔다 오면 마음이 채워지기도, 생각이 비워지기도 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어떤 한 가지 일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지만, 습관이 되면 이유가 없어도 하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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