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한 달 살기 : 우연히 발견한 낭만
골목을 빼곡히 채운 갤러리들을 보며 지도를 다시 들여다봤다. 잠시 방황을 하다 들어선 길은 관광지도에도 제대로 표시되어있지 않은 한적한 거리였지만 갤러리들과 골동품 상점들이 가득한 흥미로운 곳이었다.
이름 모를 화가들은 갤러리에 들어설 때마다 명함을 주었고, 골동품 상점의 할아버지는 오래된 그릇과 찻잔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했다.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에서는 서로 자신의 화풍이 더 매력적이지 않냐며 투닥투닥 귀여운 다툼을 하다 갑자기 "그런데 너는 그림을 좋아하니?"라며 묻기도 하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아늑한 느낌에 괜히 더 정이 가는 곳. 이름 모를 가수들의 오래돼 LP와 때 묻은 인형들로 가득하고 퀘벡의 젊은 화가들의 그림이 가득한 그곳. 아무도 모르는 거리를 발견한 기쁨을 누리며 색깔 펜으로 지도에 표시를 했다. '지도에 없는 거리'라고. 별을 세 개쯤 그려놓고.
거리의 끝은 역시 듀플랑테라스였다. 거리의 예술가들과 모든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
퀘벡의 랜드마크 샤또프롱뜨낙 호텔이 보이고, 가장 번화한 쁘띠썅플랭 거리로 들어서는 광장. 세인트로렌스 강이 드넓게 펼쳐지는 곳. 모든 길의 끝 모퉁이를 돌아서야 들어서는 이 곳은 왠지 공기가 다르다.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을 내려놓고 즐겁게 왈츠를 추는 사람들.
춤을 잘 추지 못해도 거리낌이 없는 당당함과
처음 보는 사람과도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는 용기
조금은 쉬어가며 순간을 즐겨도 된다는 작은 안심.
음악이 살랑살랑거리는 낯설고 자유로운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