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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기록자 Mar 17. 2020

3분이 길어지는 마법

나는나인요가 #1

충동적으로 퇴사할 뻔한 날이었다.

물이 찰랑찰랑한 양동이에 마지막 한 방울이 톡 떨어져 홀랑 넘쳐버린 것마냥, 더 이상 못 참겠더라.


늘 그렇듯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회의는 퇴근 시간을 넘겨서 끝났고, 더럽게 꼬인 일을 급히 해결하다가 헐레벌떡 달려갈 때의 기분이란..!

팔을 덜덜 떨며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 안에서 더운 김을 잔뜩 내뿜으며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처음 만나본 인요가, 그 소감은?


과연 듣던 대로 동작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었다.

낯선 용어와 동작에 허둥대면서도 중간중간 시원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도 있었다.


이 자세에서도 3분을 머무르겠습니다


- 이 자세에서'도'?

- 그럼 지금까지 한 자세로 3분씩 있었다는 말이야?

- 얼마나 지났을까? 

- 언제 3분 다 되지?


의식하지 않았을 땐 얼마나 긴지 몰랐던 3분이라는 시간의 길이.


'리바운드를 지켜본다'는 말이 좋았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왠지 좋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몸에 어떤 기운을 불어넣거나 밖으로 내보냈으니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바라보는 것. 조용히 기다려보는 것. 일상을 살면서 그런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충분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얽히고 꼬여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날아가고 묵직한 생각만 남는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는 잡념을 잊기 위해 운동을 한다지만, 이렇게 한 겹 한 겹 천천히 생각의 결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뼈때리는) 좋은 말도 들었다.


몸에 뭐가 좋은지 몸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인내는 인생에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지만 계속, 무턱대고 참기만 하는 건 미련하다



제프 베조스는 스트레스는 ‘할 수 있는 게 있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할 때 발생한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 더 참아야 하는 순간과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순간을 구별하는 지혜를 구했던 밤의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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