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침은 큰 짐에 깔려 있는 것처럼 일어서기 힘든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일어나 세면대로 가서 부시시한 얼굴을 거울에 비쳐본다.
그리고 두손을 모아 각자의 방법으로 얼굴을 씻는다.
다시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며 눈꼽을 떼거나 다른 치장을 하며 마무리 한다.
그렇게 얼굴을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서로의 짐을 나눠가지는 부대낌을 하다 함께 얼굴을 씻으러 세면대에 나란히 선다.
그리고 아이에게 얼굴을 씻으라 하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두손을 모아 펼치지 않고 두손을 가로로 포개어 얼굴을 씻는다.
그럴때면 나의 손의 보여주며 손의 자세를 가르쳐주곤 한다.
한번에 고쳐지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매번 가르쳐주고 실제로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도통 고쳐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조금씩 커가면서 고쳐지겠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날 아이가 왜 두손을 포개어 얼굴을 씻는지 알게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른은 두손을 모아 양팔꿈치가 아래로 ‘ㄴ’자가 된 상태로 얼굴을 씻는다.
그런데 아이는 그 자세를 잡을 수가 없었다.
팔을 일자로 하고 세면대 위로 올리고 얼굴을 세면대 가까이 댈 수가 없었다.
손을 모으고 얼굴을 씻으려면 양팔꿈치를 벌리고서야 몸이 세면대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보니 손을 모으면 11자가 아니라 가로로 포개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당연히 손에 물을 담으려면 양손을 포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이의 키높이에 맞는 몸과 팔의 위치는 자세히 보지않고 손의 자세만을 탓했던 것이다.
그 상황을 알고부터는 세수의 자세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커가면서 바른 자세와 방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되겠지.
이처럼 아이의 눈높이와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들이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의 연장선이 이어졌다.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한 바른 모습과 자세, 그리고 말투를 그대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 이유가 무엇이고 아이에게 무엇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시 고민하는 것이 부모의 바른 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