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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 Mar 25. 2023

건강한 몸은 칼퇴에서 나온다

바꿔말하면, 여유 없이는 건강한 몸도 없다

    세 번의 취업과 세 번의 퇴사가 있었다. 앞의 두 번은 스타트업에 다녔다.


    스무 명 남짓의 동료들이 모두 또래라 꼭 동아리 같았던 첫 번째 직장은 워라밸을 가르쳐주지도 지켜주지도 않았다. 이 역시 또래들만 있어서였다. 사장님은 중년의 남성이라는 사실이 킥이기도 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무리가 되어버린 길로 다들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 달을 넘게 꼬박 택시를 타고 퇴근했다. 새벽의 강변북로에도 차가 많은 게 이상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을 지나면 강변북로도 텅텅 비어 시속 백이십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됐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표의 폭언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꼭 일 년을 채우자마자 퇴사했다. 이런 환경이었으니 당연했다. 나 역시도 입사 일 주년을 기다려 퇴사를 결정했다.


    두 번째 직장은 퇴사를 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구해졌다. 더 영세한 스타트업이었다. 직원은 대표와 부대표, 인턴 한 명, 계약직으로 일하는 개발자 둘, 그리고 디자인을 하는 나였다. 회사의 재정사정은 늘 불안했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는데, 그마저도 내 노동이 기반이었다. 월급이 적어 노동시간의 균형을 그나마 챙겼다. 하지만 여전히 일이며 회사 생활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고, 그러므로 자신있게 해낼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 우울과 번아웃의 길이 가까웠다. 삼 년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세 번을 읍소해 퇴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운동은 언감생심이었다. 퇴근만 해도 다행이고 월급이 나오면 감사했다. 이백 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월세도 내고 밥도 먹어야하고 저축까지 해야했다. 운동에 투자할 금액도 시간도 없었다. 헬스장에 등록할 돈이면 커피가 스무 잔이었다. 퇴근 후 시간은 일 분 일 초가 아까웠다. 힘들게 몸을 움직이는 건 생각만해도 고통스러웠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고만 싶었다. 어쩌다 사람을 만나면 돈도 시간도 사라졌다.



    일 년을 쉬고 구한 세 번째 직장은 중견기업이었다. 업력이 삼십 년을 넘긴 곳이었다. 월급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이 재정이 탄탄했다. 이때쯤부터 나는 워라밸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이 회사에는 칼퇴가 있었다. 아홉 시 출근, 여섯 시 퇴근. 이전 직장은 모두 열 시 출근 일곱 시 퇴근이었다. 한 시간을 당겨 하루를 사니 저녁이 더욱 생겼다. 비교적 일찍 출근을 해야하니 일찍 잠들게 됐다. 열두시 전에 자고 일곱시에 눈을 떴다. 강제로 규칙적인 사람이 됐다.

    이 생활을 일 년쯤 하니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번아웃도 사라졌다.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할 수 있구나, 그때 깨달았다. 월급이 오르니 남는 돈도 생겼다. 물론 연차 대비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으나 그 전의 내가 너무 적은 돈을 받고 있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

    게다가 그때쯤 나이가 몸으로 느껴졌다. 친구와 밥 먹고 두 시간 수다 떨고 나면 지쳐서 집에 와야했다. 나는 운동을 잘 해내지 못하는데, 사실 체력도 없었다. 이런 나의 몸에 근육이란게 있을리 만무했다. 


    세 번째 회사에 다닌 지 이 년. 그때쯤부터 나는, 퇴근 후 시간을 운동에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면 같은 시간이 남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달리 할 일도 없었다. 규칙적인 시간이 생기면 강습을 들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강습은 아홉 시 출근 여섯 시 퇴근 직장인에 맞춰져 있었다. 운동 강습은 길어야 한 시간 남짓이었다. 그정도는 나에게 써야 할 것 같았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때마침 기구필라테스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유행 아닌 유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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