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렇게 됐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하자 사람들이 모두 집에만 있게 되었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아니라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병 때문에 시간이 많아지니 모두 건강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자연스레 홈트 및 운동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참 신기한 일이다. 사람들은 갇힌 시간에도 생산성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나는 딱히 코로나 때문은 아니었고, 앞서 서술했던 역사가 있었기에 이쯤에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게 또 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분명 아니었을 테다. 저녁 약속이 사라지고,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면서 시간과 돈이 아주 확보가 되었기에 가능했겠다.
운동센터 - 특히 헬스장과 필라테스센터가 문을 닫게 되자 내게 만만한 운동은 딱 하나가 남았다. 시도했다 실패한 러닝이다. 태초의 인류부터 해온 활동이라 따로 강습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그래서 시작하기도 그만두기도 쉬운 그 운동.
이전에 굳은 결심을 가지고 러닝화를 구매했으므로 재시도에는 따로 준비할 게 없었다. 집 옆에 달릴 곳도 있겠다, 신발도 있겠다… 그러나 단 하나가 없었다. 바로 나의 의지다. 두 달을 달린 이후 두 달간 러닝화를 모셔놨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떠올린 게 스마트워치, 그러니까 애플워치였다. ‘애플워치사고싶다병’에 걸리면 결제하기 전까지는 치료할 수가 없다. 한 달 정도를 고민하다가 구매했다. 그게 있으면 정말 러닝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비싼 장비를 구매했으니 기필코 해내야 했다. 퇴근길에 가로수길에 들러 애플워치를 수령하며(심지어 그때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애플 스토어 들어가기 위해 꽤 긴 시간 줄을 서야 했다) 이제는 진짜 운동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애플워치를 구입한 건 6월 말. 직장인의 의지는 돈으로 사는 게 인지상정이라 애플워치의 약빨이 두 달 정도는 갔다. 큰돈을 들인 장비에 나이키런클럽이 짜주는 프로그램까지도 나의 부족한 의지를 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여름은 너무 더웠다. 십 분도 뛸 수 없는 사람인 채로 가을이 왔다.
그리고 함께 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직장인 건강검진이다. 필라테스는 전염병과 함께 사라지고 유산소 운동도 없어진 채로 식욕만이 나와 함께했던 그때, 이대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 슬픈 몸무게와 인바디 수치를 만나겠다는 현실이 갑자기 내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이때, 갈 수 있는 곳이 바깥뿐이던 한국인들이 이 어플리케이션으로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