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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 Apr 16. 2023

러닝 : 은 어플리케이션과 건강검진 빨

러닝, 참 좋은데 시작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니까

러닝은 참 좋은 운동이지만 습관을 들이기 전까지 몇 개의 허들이 있다. 


첫째로는, 이게 고강도 운동이라는 사실이다. 기초체력이 없다면 달리기는 분명 너무 기본적인 움직임인데도 지나치게 어려운 행위처럼 느껴진다. 일 분을 연속으로 뛰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떻게든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뛰다 보면 옆구리며 가슴이 아프다. 곧 이 아픔이 견딜 수 없어 멈추게 된다. 이렇게 뛰고 나면 러닝은 너무 힘든 운동이라는 인식이 굳어진다.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둘째는, 지루할 수 있다. 일반인이 러닝을 하게 된다면 단거리보다야 장거리를 염두에 두게 된다. 오 분 이상 뛸 수 있게 되면 더 길게 뛰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은 삼십 분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삼십 분을 뛰기만 한다? 처음은 괜찮다. 하지만 반복되면 지겨워진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당시의 모두가 쓰기 시작했던 어플리케이션. 바로바로 런데이다. 사실 내가 처음 러닝을 시작할 때, 이 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키런클럽에 비해 못생겼고(그렇다… 앞에도 썼지만 내 직업은 디자이너다. 못생긴 것을 쓰기 어려워한다.)… 못생겼다. 그게 내가 사용하지 않은 이유의 전부였다. 하지만 급해지니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런데이를 다운받았다. 오 킬로미터는 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30분 달리기 완성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10월 말이었다. 마침 달리기 좋은 계절이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게 답답하긴 했지만. 폐활량을 빠르게 늘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KF94 마스크를 쓰고 뛰기 일 것이다(하지만 그러지 마세요...).


일 킬로미터를 이미 뛸 수 있어선지 프로그램의 초반은 어렵지 않았다. 런데이의 음성코치는(사람들은 이 코치를 모두 런저씨라고 부른다. 런데이와 아저씨의 합성어이다.) 경쾌한 목소리로 매일 다른 내용을 떠들어주었다. 매번, 조금씩이나마 더 멀리 뛸 수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람은 이상하게 발전이 있어야만 재미를 느끼게 된다. 코치의 음성에 맞춰 뛰다 보면 어느새 그날의 목표가 완성이었다. 이미 뛰어본 경험으로 대충 내 페이스를 알고 있어 더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할만하고, 심지어 프로그램 덕에 매일 조금씩 더 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 러닝이 너무 재밌었다. 나는 무려 일주일에 세 번은 기본, 많으면 네다섯 번을 뛰러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매번 신나서 뛰러 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됐으므로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며 시키는 대로는 매우 잘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인 것이다. 목표까지 가기 위해 내가 택한 전략은 뇌를 비우는 거였다. 퇴근하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뛰러 나갔다. 주말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러닝 복장을 갖췄다. 앞선 실패가 알려준 사실이 있다. 할 일이 남아있는데도 멈춰서 더 쉽고 재밌는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절대 뛰러 나갈 수 없다는 것…

열정 덕분인지 의지 덕분인지 나는 8주짜리 프로그램을 7주 만에 완성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쯤엔 사람이 어떻게 20분을, 30분을 쉬지 않고 뛰지? 싶었는데 이게 또 되더라고. 


그렇게 대망의 건강검진 날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인바디 기계에 올라갔다. 물론, 내가 바라던 대로 몸무게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길게 찌운 살이 겨우 두 달 뛴다고 사라질리는 없었다. 그러나 허리둘레를 재주시던 선생님께서 말하셨다. 


작년에 비해 허리둘레가 줄었네요! 운동하셨나 봐요. 

이건 사실 육안으로도 느껴졌다. 러닝을 할수록 샤워할 때 보이는 뱃살이 점점 사라졌다. 그게 수치로도 드러난 것이다. 벼락치기에는 역시 고강도가 답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왜 슬림한 몸매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러닝에 재미가 붙자 프로그램이 끝나도 뛸 수 있게 됐다. 눈이 와도 뛰고 추워도 뛰었다. 일 킬로미터만 추위를 참고 뛰면 곧 몸에 열이 나고 손끝까지 따뜻해졌다. 그렇게 뛰고 나면 상쾌하고 세상이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한 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행위가 있던가, 없었다.


운동으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니,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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