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일기 5. 카페인2
카페인, 당신은 왜 카페인인가요
그토록 사랑했던 커피를 왜 멀리해야겠다고 결심하였느냐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가 나에게 너무도 치명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로 수면 패턴의 불규칙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둘째로는 위장에 타격을 가했으며 마지막으로 심리상태에까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원인은 커피 속에 든 카페인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신 날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잦았다. 그런 날엔 운동을 하고, 목욕을 하고, 따뜻한 우유나 꿀물을 타서 마셔보아도 카페인 앞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세네 시간 동안 수십 번을 뒤척이고 난 후에야 겨우 잠이 들거나, 뜨는 해를 맞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다음날까지 지장을 주었다. 늦게 잠들어 늦게 깨면 하루가 엉망이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 밤을 새우고 나쁜 컨디션으로 밥을 먹거나 하면 항상 속이 더부룩하기까지 했다. 그렇다, 위장! 위장 얘기를 또 안 할 수 없지. 나는 위장 나쁘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애초 소화력이 나쁠 뿐 만 아니라 잘 체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빈속에 마시는 커피는 속을 아주 쓰리고,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대학 시험기간 때는 거의 자•타의로 커피를 하루에 두세 잔 이상 마셨는데, 식전에 마신 커피는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했고, 온몸의 혈관이 뛰쳐나올 것처럼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나는 이걸 ‘카페인 쇼크’라고 명명했는데 이때는 카페인 과다여서, 내가 카페인을 잘 받아서인지 아니면 카페인과 맞지 않아서인지 헷갈려했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그때만큼 과하게 섭취하는 일이 적어진 것이 다행일까.
사실 위 두 가지는 마시는 시간대나 커피양을 잘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부분은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면 일정기간 행복해졌다가, 한두 시간이 지나면 극적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지독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이게 반복되니 덜컥 겁이 났다. 나 설마 조울증이 있나? 어떡하지, 병원에 가 봐야 하나? 그런데 알고 보니 문제는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면 꼭 이런 증상이 동반되었다.
주변인에게 이런 문제들을 토로하면 비슷한 충고를 들었다. 좀 심하네, 그럼 커피를 끊어 보는 게 어때? 양을 좀 줄인다든지. 홍차, 녹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잖아. 디카페인으로 마셔봐.(디카페인 커피 메뉴를 파는 카페는 애초에 잘 없지만) 그리하여 커피를 본격적으로 멀리하기로, 카페인으로부터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를 끊고서도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