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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라 Nov 23. 2023

하늘나라에도 휴대폰이 터지나요?

소설 [양면색종이의 뒷면] 2화

 박종철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반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했을 때 슬프기보다 조금 설렜던 것은 늘 상상만 하던 부모님의 장례식장을 드디어 가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장례식장 후기 같은 것은 없었고 장례식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라던가, 부조하는 방법 같은 것만 나와 늘 답답했던 차였다. 남의 장례식장을 가면서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마음이 드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전날 밤 잠자리에 누워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비실비실 웃음까지 나오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내 볼을 후려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날 장례식장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공간을 휘감는 무거운 슬픔과 애통함, 상주들이 흔히 내뱉던 누군가를 향한 원망이나 텅 빈 눈동자, 죽음을 애도하는 방문객들의 경건함... 나는 그런 것들을 상상했는데.


 박종철 선생님의 장례식장에는 익숙한 동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늦봄인데도 동복 재킷까지 갖춰 입고 나란히 들어오는 우리를 맞이한 것은 상주가 아니라 상주 완장을 손에 든 이장 아저씨였다.


“갑자기 이리되어서 비행기표가 없단다. 참 가족도 없이 상을 치르는 게 말이나 되니. 딱해라.”


 이장 아저씨의 말대로 조금 앳되어 보이는 담임 선생님의 영정 사진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기 가서 담임 선생님한테 인사만 하고 오면 된다.”


 우선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로 향을 하나씩 태우고 나란히 서서 두 번 절을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땐 상주와 마주 보고 인사를 하라고 했는데 상주가 없으니 모두 우왕좌왕했다.


“이제 뭐 해야 해? 그냥 가?”

“아니야. 이장 아저씨가 저 완장 같은 거 갖고 있잖아.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야?”

“아까 아저씨가 그냥 담임선생님한테 인사만 하고 오라고 했잖아.”

“근데 사진에다가 무슨 말을 해.”


그때 뒤에서 보고 있던 성철이 형이 소리쳤다.


“그냥 가자고!”


 빈소를 울리는 형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이장 아저씨는 어른들이 다 나와있으니 저녁이나 먹고 가라며 우리를 자리에 앉혔다. 꾸역꾸역 마른 반찬을 먹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실랑이를 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아니, 애들한테 물어보면 될 거 아니요. 아무렴 담임이었는데 우리보다 잘 알지.”

“어린애한테 그런 걸 어찌 물어본대요. 안 그래도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건데.”


 그 주인공이 우리라서 더 또렷하게 들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종종 귓속말도, 혼잣말도 크게 해서 다 듣고서도 대꾸는 할 수 없게끔 만든다. 다 들리는 혼잣말과 귓속말. 그건 어른들이 파놓은 덫같은 거다. 약간의 설전이 오고 가는 듯하더니 기어이 고모가 나를 불렀다. 와서 깎아놓은 감이라도 먹으라고 했지만 감은 보기 좋은 핑곗거리일 뿐이었다.


“그 담임 선생님은…”


성미가 급한 철물점 김 씨 아저씨가 물었다.


“아이고, 영민 아빠. 애 좀 먹고 물어보소.”


고모는 김 씨 아저씨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나는 감이 먹고 싶지 않았지만 고모의 말 때문에,  ‘그래그래’하며 얼른 내 손에 감을 쥐어주는 김 씨 아저씨 때문에 우걱우걱 감을 씹어 삼켜야만 했다. 단감이 홍시처럼 물렁해져도 쉬이 삼킬 수 없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넘기는 어른들에게 그만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였다.


“왜 돌아가셨는지는 저도 몰라요. 아니, 사실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선생님 나이도 모르는걸요?”


 돌이켜보니 그랬다. 선생님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시도 가르쳐 주시고, 분수도 가르쳐주시고, 농구나 탁구도 가르쳐주셨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도, 고향도, 좋아하는 음식도 알려준 것이 없었다. 담임선생님과 학생은 가장 가까운 관계 같지만 사실은 한쪽만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일방적인 관계니까. 박종철 선생님은 내가 왜 고모네 얹혀살게 되었는지도 알고, 영미네 엄마가 왜 도망갔는지도 알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알려주시지 않으셨다.


“그분 유배 오다시피 왔다고 들었는데, 코딱지만 한 학교가 마음에 차기나 했겠어? 억울했을 게야.”

“그렇다고 그렇게 가나, 사람이?”


 담임 선생님, 박종철 선생님, 얼마 전에 가신 분, 혹은 그분이라고 여러 번 바뀌어 부르는 동안 누구도 자살이나 죽음 같은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 말을 먼저 입에 올린 사람에게 꼭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그때 고모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가람 슈퍼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아니, 영민이 아빠가 그때 학교까지 찾아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 거 말이에요. 나는 그때 난감해하시던 얼굴이 계속 잔상처럼 남아서….”

“무슨 소리여, 그러고 내가 영민이 엄마한테 동짓날 팥죽도 쒀가지고 들려 보냈구먼. 혼자 이 시골에 내려와 있는 게 안쓰러워서. 여기서 나 만큼 박샘 돌아본 사람 있소? 다들 아픈 딸하고 둘이 사는 데도 나 몰라라 하기만 했지.”


  김 씨 아저씨는 자신에게 돌아온 화살이 진실처럼 박힐까 두려워 얼른 방패를 쳤다. 그러곤 얼른 이장 아저씨네로 화살을 돌렸다.


“거 진설이 엄마가 젤 궁금하지 않소? 얼마 전에 진설이가 박샘 딸내미를 괴롭혀서 학교도 불려 갔잖소. 그때 뭐 큰일이라도 있던 거 아니고?”


김 씨 아저씨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이장 아저씨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끈 소리를 질렀다.


“누가 그런 소릴 한다요? 진설이가 못돼 보여도 맨날 그 딸내미 특수반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그렀구먼. 큰일 날 소리 마소. 외로워서 간 거여 외로워서.”


  분해서, 억울해서, 외로워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박종철 선생님의 자살의 명분은 차고도 넘쳐 보였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그 모든 이유들이 다 죽음 앞에서는 하찮게만 보였다.


“사고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그냥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요.”

“아이고, 해무 네 말도 맞다. 사고지, 사고야.”

“사실 선생님은 죽고 싶진 않았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무 말 없이 막걸리만 연신 마시던 고모는 다 먹은 접시를 들고 무릎을 짚으며 일어났다.


“아이고, 애 앞에서 무슨 말을… 그만들 하십시다.”


 고모의 말에 다들 헛기침을 하며 공연히 자리를 뜨고 빈 막걸리잔을 끝까지 마셨다. 고모는 죽음이 불편한 거였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그것, 나를 고모의 삶에 기워놓은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저녁이 되자 장례식장에는 몇몇 익숙한 동네 어른들과 낯선 방문객들이 왔다 갔다. 서로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상주가 없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안내를 했는데 어른들이 아무도 없을 때는 나에게 묻는 사람도 있어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터넷에서 본 것들이 생각이나 안내를 해주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것들을 예습을 한 스스로가 조금 얼척없이 느껴졌다. 친구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성철이 형은 장례식장 구석을 지키고 앉아있었다. 그러다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기도 하고 옷을 괜히 푸드덕거리기도 해서 정신이 사나웠는데 모든 말을 삼켜버린 적막함보다는 나은 것도 같았다.



담배를 태우고 들어온 이장아저씨가 구석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는 성철이 형을 가만 보더니 옆에 앉아 물었다.


"담임 선생님이 그리 잘해줬드나?"

"잘해준 것도 없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왜 돌아가셨는지는 아나."

"그것도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형은 고개 한 번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어른 앞에서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이장 아저씨는 그래도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뒤로도 형은 혼자 중얼거렸다. 장례식 같은 건 왜 하는 거냐며, 죽은 다음에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어차피 다시 보지도 못하는데 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텅 빈 장례식장에서 정면으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건 성철이 형 한 명뿐인 것 같았다.


뒤늦게 장례식장에 도착한 성철이 형의 부모님은 구석에 앉아있는 형의 등짝을 후드려 팼다.


“야야, 이게 뭔 소란이고. 먼다고 혼자 오해살 짓을 해.”

“엄마, 사람이 죽었잖아요. 사람이.”

"선생이라는 사람이 이리 가서 애먼 애들만 고생시키고..."


 성철이 형 아빠는 안 가겠다고 버티는 형의 동복이 반쯤 벗겨질 정도로 거칠게 일으켰고 성철이 형 엄마는 모두가 들릴 듯이, 아니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놔두소. 쟤는 동네 똥개만 죽어도 저렇게 지랄이여. 허허.”



 성철이 형마저 가자 장례식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죽은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남은 사람들끼리만 아는 기묘한 장례식장. 나는 홀로 상상해 보았다. 박종철 선생님이 하늘에서 이곳을 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잘 모르는 이의 죽음도 기리고자 모인 이들에게 감사할까, 아니면 자신의 죽음을 터부시 하는 이들을 원망할까.




 자정이 되어서야 고모와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간간히 서있는 가로등마저 꺼진 어두운 골목을 손전등을 비춰 걸었다.


"이 동네는 가로등이 없어도 너무 없어. 이마저도 12시도 안 돼서 다 꺼버리잖니? 야박하게."

"전에 가로등이 꺼지는 걸 본 적 있어요. 11시 31분에 꺼지던데요?"

"해뜨기 전까지는 가로등이라도 켜놔야지. 이럴 거면 뭣하러 가로등을 해놨대."


 고모는 꺼진 가로등을 시작으로 이 동네에 대한 추억거리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결혼해서 외지로 나가기 전까지 이곳에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동네 사람과 결혼해서 이 동네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형을 물으면 서울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고모는 고향에 터를 잡고 사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다 고모네가 이 동네로 다시 이사를 온 건 내가 7살 때였다. 고모의 엄마, 그러니까 돌아가신 아빠의 엄마이자 나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빈 집이 된 이곳을 팔 수가 없어서 결국 내려와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곳이 싫었다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집을 팔아버려도 됐을 텐데. 가끔 어른들은 자기가 뱉은 말과 꼭 반대되는 일을 하곤 한다. 체면에, 명예에, 눈치에, 가끔은 정의와 도리를 위해서.


 할머니의 얼굴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처음 보았다. 푹 파인 눈꺼풀을 힘없이 깜빡이던 것과 깡마르다 못해 피부가 뼈에 감싸져 있는 것만 같았던 앙상한 팔뚝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손주라곤 나밖에 없어서 죽기 전에 꼭 봐야겠다며 한사코 고향에 내려오라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내려온 것이 이 동네에 발을 디딘 첫날이었다. 그때 할머니는 겨우겨우 마른 입을 떼어 단어 몇 개를 더듬거리며 말할 수 있었는데 자꾸만 이미 죽은 아빠의 이름을 부르며 전화해 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더랬다. 그러면 고모는 해볼게요, 해볼게요 하며 할머니를 달랬다.


 나는 그 무의미한 대화 사이에서 들릴 듯 말듯한 혼잣말로 ‘거기는 전화가 안 터질 텐데’하며 갸우뚱했다. 할머니는 마지막까지도 전화 좀 걸어달라고 애원했는데 급기야 고모는 할머니에게 막내한테 전화 왔다며 할머니 귀에 전화기를 대주었다. 전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을 텐데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잘 있거라, 잘 있거라 하고 전화기에서 비쩍 마른 볼이 떨어지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고모는 아직도 막걸리 한 잔에 그날 이야기를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하는데 장례식장에 다녀오니 그날이 더욱 생각나는 듯했다.


“그때 해무 네가 한 얘기가 고모는 여즉 안 잊힌다. 거기는 전화가 안 터질 텐데 했던 거 말이야.”

나는 익숙한 고모의 술주정에 눈만 깜빡거렸다. 이 정도의 대꾸만으로도 고모는 다음 말을 곧잘 이어간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녀석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나는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는 거야.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말이야.”

“비행기에서도 휴대폰이 안 터지잖아요. 거기는 하늘 나라니까…”


고모는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나는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닌데. 고모는 이 이야기가 뭐가 그리 우스울까.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하늘나라에도 정말 휴대폰이 터진다면 담임 선생님에게 이유를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웃겨.”


나는 왜인지 이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고모의 숱한 술주정을 듣고도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그게 왜 오늘따라 궁금했을까.


 “근데 마지막에 할머니 누구랑 통화한 거예요?”


 고모는 갑자기 술이 번쩍 깬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깔깔 웃으며 통화를 하긴 누구랑 하냐며, 할머니가 자꾸 네 아빠를 찾기에 빈 전화기를 대준 것이라고 했다.


"그냥 아이들은 순수하니까. '하늘나라는 전화가 안 터지잖아요' 하는 게 귀엽고 또 슬프고 그랬지."

"할머니 장례식장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아니, 가보고 싶었다기보다 고모부랑 둘이 여행 가는 것보다는 그게 더 맞잖아요. 손주 된 도리라던가, 예의라던가."

"그야 애들이 있을 곳이 못 되니까. 나는 오늘도 너네 학교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네가 없기를 기도했다. 너희 교복이 꼭 상복 같아서."


고모는 언제 웃었냐는듯 눈물을 흘렸다. 나와 죽음은 고모에게는 늘 울음 같은 것. 나는 나름대로 고모의 기분을 낫게 해주고 싶어서 조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할머니가 장례식장은 어땠어요? 원래 장례식장에서는 상주가 슬플까 봐 시끄럽게 고스톱도 치고 술도 많이 먹는다던데, 그렇게 시끌시끌했어요?"

"할머니가 94살까지 밭도 메고 실도 꿰고 큰 병도 없이 가셨으니 말이야. 그 정도면 호상이라고 나도 염 할 때나 조금 울었지 아마."

"근데 호상이라는 말은 참 웃겨요. 잘 죽었다는 말이잖아요. 꼭 놀리는 말 같기도 하고."

"우리는 어차피 다 죽잖니. 어찌 보면 죽음 자체는 울 일도 아닌 거야."



'엄마 아빠 장례식은... 오늘 같았겠죠? 아무래도 호상은 아니니까.'


 나는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 할머니 얘길 꺼낸 거였지만 차마 물을 수 없었다. 고모의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저벅저벅 흙 밟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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