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당신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된다.
나는 “연애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바라곤 한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드러내고, 더 많이 좋아하고, 주고 싶은 것을 마음껏 내어주는 편이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썸에서 연애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밀당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기고 당겨서 폭 안겨있다면 모를까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을 밀어내야 하는 것에 대해 자기 설득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밀당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다들 한다기에 한 번 해보려는 것뿐.- 물론 그마저도 대부분 실패한다-
하지만 나는 이 실패를 응원한다. 오히려 축복해주고 싶을 정도다. 적당히 밀고, 적당히 당겨야 내 옆에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런 사람을 굳이 내 옆에 붙여 놓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애써가며 관계를 유지해나갈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연애에 밀당-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행위- 이 연애에 필수조건이라면 나는 결코 연애 지상주의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따위(?) 감정싸움이 연애라면 내게 흥미도 의미도 없고 또 어지간히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밀당이 연애의 필수조건이 되었다지만 나는 여전히 수많은 연애 지침서들에 나오는 밀당의 당위성에 대해 조금도 동의하지 못한다. 특히 ‘썸’에서는 밀당이 거의 신의 한 수인 것처럼 표현되곤 하는데 그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들 겁쟁이인 것인지, 아니면 그 아슬아슬하고 언제든 발을 빼도 책임을 묻지 않는 가벼운 관계를 지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뭐든 좀 확실히 하면 좋을 텐데.
우리의 연애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밀당을 못해서'가 아니라 '굳이 밀당을 해서'라고 난 믿는다. 진짜 연애다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결코 밀당을 하지 않으니까. - 만약 당신이 어설프게라도 연애를 이어가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외로워서 누구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러니 그냥 우리 서로 속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안 될까?
배려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눈치 없이 굴자는 게 아니라,
맘에도 없는 말로 흔들어 놓지 말고,
그 한 마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혼자 속 태우는 일은 하지 말자는 거다.
내게 가장 행복한 연애는 지금 문자를 하면 그 사람이 나를 쉽게 볼까봐 30분 꾹 참았다 문자를 보냈더니 그 사람의 답장 속도가 조금 빨라졌을 때가 아니었다. 진짜 연애의 행복은 일어나자마자든 잠들기 전이든 그가 답장하지 않아도 문득 생각났을 때 언제고 그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가 그 표현을 언제든 기쁘고 벅차게 받아주었을 때 느끼는 것이다. 내가 계산하지 않고 마음껏 줄 때, 그리고 그 역시 계산하지 않고 내게 마음껏 주어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일일이 셈하지 않아도 될 때 우리는 진짜 연애를 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신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된다.
진짜 연애는 마음이 머리를 이겨먹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