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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라 Sep 08. 2020

나의 사전에는 당신의 이름이 붙은 단어들이 많아졌다

연애란 세상 모든 만물에 그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연애를 시작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사랑한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이 궁금하다는 거다.  


서로가 하는 질문들은 대화의 빈 공기를 채우기 위한 의례적인 질문이 아니라 정말 내가 궁금해서, 기억하려고 꾹꾹 눌러담은 질문들이다. 내 대답에 귀 기울이고 눈을 왼쪽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고 눈치챌 수 있다. 


나의 사전 속 단어들에는 당신의 이름이 붙은 것들이 많아졌다.


때가 타도 티가 안난다며 그가 좋아하는 남색,   

30살이 넘도록 여권도 없는 그가 꼭 가고 싶어하던 두오모 성당,

매일 맡아도 지겹지 않은 것이 그를 쏙 빼닮은 낡은 책냄새.


그 역시 그랬다.


이름도, 색깔도, 모양도 예쁘다고 보라가 좋아하는 복숭아,

사진으로도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보라가 무서워하는 뱀,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는 무조건 볼 만큼 보라가 사랑하는 작가라는 직업까지.


그렇다. 연애란 세상 모든 만물에 그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당신이라는 백과사전이 조금씩 두꺼워지는 나날의 연속이다. 


이 이야기들은 내가 가진 오래된 단어장 속에 형광펜으로 줄 쳐 놓은 몇 개의 이야기들이다. 색이 조금 바랬지만 하도 밑줄을 치고 외워 절대 잊어버릴 일이 없는 그런 단어들로만 엮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당신에게 다이어리는 어떤 의미일까, 당신에게 다이제처럼 달콤쌉싸름한 단어는 무엇일까하고.

이전 07화 연애는 마음이 머리를 이겨 먹을 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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