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세상 모든 만물에 그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연애를 시작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사랑한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이 궁금하다는 거다.
서로가 하는 질문들은 대화의 빈 공기를 채우기 위한 의례적인 질문이 아니라 정말 내가 궁금해서, 기억하려고 꾹꾹 눌러담은 질문들이다. 내 대답에 귀 기울이고 눈을 왼쪽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고 눈치챌 수 있다.
나의 사전 속 단어들에는 당신의 이름이 붙은 것들이 많아졌다.
때가 타도 티가 안난다며 그가 좋아하는 남색,
30살이 넘도록 여권도 없는 그가 꼭 가고 싶어하던 두오모 성당,
매일 맡아도 지겹지 않은 것이 그를 쏙 빼닮은 낡은 책냄새.
그 역시 그랬다.
이름도, 색깔도, 모양도 예쁘다고 보라가 좋아하는 복숭아,
사진으로도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보라가 무서워하는 뱀,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는 무조건 볼 만큼 보라가 사랑하는 작가라는 직업까지.
그렇다. 연애란 세상 모든 만물에 그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당신이라는 백과사전이 조금씩 두꺼워지는 나날의 연속이다.
이 이야기들은 내가 가진 오래된 단어장 속에 형광펜으로 줄 쳐 놓은 몇 개의 이야기들이다. 색이 조금 바랬지만 하도 밑줄을 치고 외워 절대 잊어버릴 일이 없는 그런 단어들로만 엮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당신에게 다이어리는 어떤 의미일까, 당신에게 다이제처럼 달콤쌉싸름한 단어는 무엇일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