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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라 Sep 08. 2020

우리의 삶이 바다라면 연애는 파도쯤 되겠지

오늘도 ‘연애하는 삶’을 위하여

우리의 삶이 바다라면,  연애는 파도쯤 되지 않을까?  파도는 언제든 왔다 언제든 가고, 물미역을 해안가에 두고 가기도 하며, 모래 한 줌을 끌고 가기도 한다. 그렇게 바다가 해안가의 모양을 조금씩 바꿔가듯, 연애의 순간들이 쌓이고 나면 ‘나’라는 사람의 모습도 어딘가 모르게 조금 바뀌어 있기 마련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한바탕 연애를 끝내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방안 한 켠에는 그가 선물해준 옷이나 신발, 그리고 몇 장의 연애편지가 남아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또 다른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건 단순히 ‘어떤 기억’이 될 수도 있고, 모양이 바뀐 해안가처럼 그가 지나간 후 변해버린 내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변하는 건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되면 자의에 의해서, 또 타의에 의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삶의 패턴은 물론 머무는 궤적이 바뀌고,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이나 혼자 고수해오던 전통까지도 아주 쉽고 무색하게 바뀌어 버린다. 사랑의 힘이 센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알고 또 믿었던 것들의 힘이 미약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지 간에 사랑은 속절없이 변화를 몰고 온다. 우리는 스스로 지어진 모습대로 살아가려는 본능(혹은 경향)이 있는데 사랑은 언제나 그 모든 것들을 우습게 뛰어넘는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면 그것을 진짜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건 오직 사랑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언젠가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의 바다에 파도가 되어 살아가겠지? 그리고 나라는 파도가 지나고 나면 그 바다엔 나를 닮은 무언가가 남게 될 것이다. 이왕이면 쓰레기가 아니라 반짝이는 모래알을 남겨주는 파도라면 어떨까? 나중에 다시 꺼내어 추억할 때 ‘참 아름다운 날들이었지’하고 감탄하진 않더라도 ‘그래도 그 날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만한 연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도 ‘연애하는 삶’을 위하여, 

당신이라는 바다에 또 한 번의 아름다운 파도가 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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