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순간
나는 아름다운 공간을 사랑한다. 잘 정제되고 정돈된 모든 작업의 그 마지막 순간에서야 만날 수 있는 그 모습을 좋아했던 것이다.
거기까지 가기에 지저분하고 험난한 과정을 사랑하는가? 하면 , 노!! 나는 전혀 아니다.
이런~~~ 건축가가 이런 말을 하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이다. 나 자신이 몰랐던 사실일 수도 있고, 교묘히 감춰졌던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을 열심히 안 했느냐? 하면, 영혼을 갈아 넣듯 해왔다. 죽도록... 열심히, 내가 발견하고,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저 그 맨 마지막의 아름다운 공간을, 완결의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그 오랜 시간 내 인생을 갈아 넣었던 수많은 시간들이 왜 허무해졌는지 알았다.
그런 작품은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어도 말이다.
-허무의 순간이 찾아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