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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Oct 14. 2022

르누아르, 보기와는 또 다르다

전략적 페르소나와 실제로 추구하는 인간상

워싱턴 DC 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작가별로 다시 보는 중이었다. 헌데, 르누아르 작품을 찍은 사진이 2점밖에 없었다. 누락된 작품도 상당히 있을 . 미술관 방문 당시에만 해도 르누아르는 '알지만  그런' 작가였다.


' 그런' 이유는 르누아르의 그림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그의 그림에 시선강탈을 당했다. 시카고 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모네, 고흐, 드가 등의 순서로 압도적인 양의 작품을 보느라 르누아르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르누아르의 대표작이 가득가득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인상파의 수호신들


네셔널 갤러리에서 발견한 그림은 예쁘지만 조금 심심한 작품, 독특해서 마음에 들지만 르누아르라고 얘기해주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작품이었다. 그에 앞서 뉴욕에서 찍어둔 르누아르는 미술책에서 많이  작품, 뉴욕에 처음 갔을때도 봤지만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작품  르누아르의 시그니처가 돋보이는 그림이 많다. 작품수가 많아서 모두를 거론할 수 없다. 덜 알려진 작가들을 위해 힘을 아껴두겠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전체 작품수가 워낙 많았기에 이름표 촬영거의 못했다. 휴대폰 갤러리를 촬영 위치별로 확대해서 인상파 전시실로 들어갔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맵투어가 가능하다!)  중에서 그림 옆에 살짝 드러난 이름표, 르누아르 검색 결과 대표작에 있는 작품, 캔버스에 르누아르 사인이 있는 작품을 찾아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해변의 여인


미로나 세잔, 폴록처럼 시그니처가 아주 확실한 작가는 아니지만 자꾸 보니까 르누아르 같아서 흐릿한 사인으로 물증을 확보한 작품도 있다. 반면에 그의 초기 화풍이었거, 워싱턴의 집시 여인처럼 이름표가 있지 않으면  알아봐서 누락된 작품도 있을 것이다. (이후에 구글 이미지 검색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교차대조 작업으로 보강하고 글 작성 당시에 누락된 누드화도 찾아냈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찍은 작품 사진들은 판도라의 상자라서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르누아르를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인상파 전시실을 털었다. 나머지 500장의 사진들은 워싱턴의 나머지 작가들과 매치가 되면 조금씩 소환해볼 수 있기를.


내셔널 갤러리 워싱턴의 집시여인


르누아르가 생계형 예술가라서 예쁘게 그렸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공주풍의 착장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울려서 어쩔  없이 입어야하는  처지가 떠올랐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 입는 건 아니다. 다만 어울리는 착장은 (특히 여성의) 수입과 직결된다.


자기 마음대로 화장하고 입어도 수입을 유지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는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팬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페르소나가 완전히, 전략과 무관하게, 본인이 추구하는 캐릭터인지는 아무도 .


다음 생에는 올블랙 락커로 살아볼  있을까? 이것도 딱히  취향은 아니지만, 일년 내내 흰색 박스티와 청바지만 입고 살아도 멋있을  있을까? 내 취향과 사회적 취향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멀리 와버렸지만, 그냥 그런 것들은 다시 태어나야 가능하기에 가급적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충분히 부러움을 사고 있으니 이런 쓸데없는 가정을 해봐야   깎아먹기다. 예뻐지고 싶어서 환장할  언제고, 이제 와서 배부른 소리냐며 과거의 나에게 혼나고 있다.



사과가 세잔을 상징한다면, 복숭아는 딱 르누아르


드가와 르누아르에 이어 인상파 작가  (세잔)  소환하고,  후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 위주로 네셔널 갤러리를 마저 정리해볼 예정이다. (그랬지만 미국의 대표 화가인 사전트와 호퍼도 긴급 소환했다. 계획은 늘 바뀌지만 그럼에도 늘 존재해야 한다.) 셔널 갤러리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치가 포텐을 터뜨려서 보는 눈이  뚜렷해진  같다. 한편으로는  눈으로 하루빨리 뉴욕이나 파리 등에 가고 싶고, 한편으로는 이미 보고  작품들을 정리해서 눈을  높이고 싶다.


너무 몰아서 작업하면 피곤하니까 느리고 꾸준하게 공부할 생각이다. 자세한 연도나 상호관계는 어차피 읽어도 기억하지 못하므로(역사덕후 아님주의) 생략하고, 무명 작가의 좋아하는 작품을 발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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