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메리트 체이스가 포착한 실내 풍경화 속 여성들의 모습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전신이었던 체이스 스쿨의 설립자인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1849-1916)는 미국, 인상주의, 초상화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작풍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는 곧 등장할 여성 화가인 마리 카사트 및 <가벼운 예술여행> 시리즈의 단골 화가인 존 싱어 사전트와 교류했다고 한다. 구글링을 하면 '파슨스와 체이스 스쿨'에 관한 정보가 먼저 등장을 하는데 초록창에서는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체이스의 초상화'가 먼저 등장한다. 이 그림 위에 인물정보가 포함된 두산백과의 콘텐츠가 있지만, 네이버 인물정보나 지식백과가 아니라 그냥 웹문서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연결된 콘텐츠 내부에도 파슨스 언급은 없고 카사트와 사전트가 등장한다. 덕분에 세 사람의 화풍이 시선강탈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한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사전트가 그린 체이스의 초상화도 있고 체이스가 그린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초상화도 있었는데 둘 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의 인물화였기 때문에 다른 그림들에게 밀려서 직찍 기록이 없다.
체이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 번째 그림은 모네와 윈슬로 호머의 분위기가 공존한다. 너무 프랑스 하지도, 너무 미국 하지도 않은 그의 담백한 세계관이 드러나는 것일까?
메트로폴리탄에서 직관하면서 촬영한 그림들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지배적이었으나, 색조주의 연구자이기도 했던 체이스는 강렬한 색감에 탐닉했던 시기가 있는 듯하다. 특히 이 무렵의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일본 의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체이스의 그림을 놓쳤지만, 알프레드 마우러의 <기모노를 입은 여성>과 휘슬러가 그린 여성들의 초상화를 보다 자세히 감상한 기록이 있다.
프사용 초상화가 아닌, 배경의 인테리어와 인물의 조화를 보여주는 메트로폴리탄의 그림들과 유사한 느낌으로, 작업실의 풍경을 묘사한 연작은 여러 곳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내셔널 갤러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다정한 부름>의 경우, 어쩌다 직찍을 찍지 못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실내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여성들, 여학생들을 끊임없이 관찰했던 체이스의 실내 풍경화 시리즈의 하이라이트이다. 여성의 삶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이 그림들을 통해 인테리어, 혹은 인테리어를 촬영하는 감각을 배울 수 있다.
체이스의 생애 기록을 더 자세히 보면 추론과는 다를 수도 있다. 또한 글로 기록한 삶이란 실제의 삶과 다를 수밖에 없다. 드가에 관한 오해와 해명이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모든 화가와 모델들에게는 알려진, 알려지는 중인,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다. 언젠가는 더 알고 싶어서 파고들지도 모른다. 지금은 미국에 다녀와서야 알게 되었거나, 직관하고도 한참 후에야 이름을 알게 된 화가들의 화풍과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원작을 보고 셔터를 누르겠다고 결심했던 그림들을 분류하고 있다.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 점의 그림을 5일 동안 감상한 수천 장의 사진을 지난 몇 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정리해왔다. 조사해야 할 화가들 각자의 파일은 거의 다 생성이 되었다.
어떤 화가는 원작만 50여 점을 기록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서 조사의 긴급도가 전혀 없고 (누구인지 다들 아실 듯) 어떤 화가는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내가 이 사람의 그림도 봤구나!'라는 사실에 감격스러워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순서가 오면 맹렬하게 뒷조사를 할 것이다. 한국어 자료가 없으면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영어 자료를 따끈따끈하게 번역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한국어 자료가 있으면 금광을 만난 것처럼 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