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칼렙 빙엄의 특별전 리뷰를 발견하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사진첩에서 발견한, 미국 화가 조지 칼렙 빙엄(1811-1879)은 미주리강과 미시시피강의 풍속화를 그린 19세기의 대표 화가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첩에도 그의 시그니처가 드러난 그림이 보이길래 구글렌즈로 찾아보니 같은 화가, 거의 같은 시기의 작품이었다. 이와 같이 시그니처의 물증을 확보할수록, 자신감과 함께 안목이 더욱 날카로워짐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1846년 작 <즐거운 평저선 선원>과 1845년 작 <미주리 강을 내려오는 모피상인>은 이후 그의 다른 작품에 자가 복제가 되어 나타난다. 특히 <즐거운 평저선 선원> 시리즈는 빙엄이 약 10년, 30년의 간격을 둔 연작이며 첫 10년 동안 제작했던 <카드놀이를 하는 선원들>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모티브가 반복된다.
빙엄은 중서부 출신의, 중서부 풍경을 시그니처로 하는, 중서부 강 전문 풍속화가이다. 유럽 미술계는 물론이고 뉴욕에서도 유명한 화가는 아닌 듯 하여 한글 자료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워싱턴과 뉴욕 양쪽의 거대 미술관에서 시선강탈을 했던 작품이고, 그러므로 윈슬로 호머처럼 미국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화가일테니 당연히 영어 자료가 많을 거라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글링을 했다.
구글 검색창을 영어로 설정해두면 이만큼 알려진 화가나 헐리우드 주연 배우의 이름(first name)만 반쯤 입력해도 자동완성이 된다. 남장 여성 작가들의 단골 이름이기도 하고, 그보다도 쇠라의 퍼스트 네임인 George만 검색하면 안 되겠지만(나와 생일이 같은 조지 클루니가 나옴) George Cal-부터는 빙엄이 보이고 Cale-부터는 확실하게 볼 수 있다.
국내파 화가나 90년대 셀럽이라면 아무리 미국사람이라 해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한글 100개 미만, 종종 10개 미만, 영어 1000개 미만인 예술가들이 대부분이다. 비록 최근 10년 동안 크게 주목받을 일은 없었지만 적어도 영어권에서는 3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사람들이고, 특히 19세기 이전의 화가와 작가들이 주제라면 인터넷 이전의 자료가 당연히 '더' 많다. 내가 십대였던 90년대에 성인이었을 윗 세대의 누군가가 이 중에서 일부를 디지털 문서화했다. 인터넷 문서의 70%이상이 여전히 영어이므로 현재 구글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있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그림은 이미지 파일의 데이터가 부족해 렌즈 검색이 어렵다.
그러나 매번 영어 리서치를 하기는 심란해서 가끔 초록창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나처럼 워싱턴의 그림을 열심히 리뷰하고 계신 블로거를 발견했다. 내셔널 갤러리 외에도 워싱턴의 다른 미술관과 최신 전시 정보(무려 이 집 단골인, 존 싱어 사전트)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어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거나 여행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 이 글 마지막 사진의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링크를 사용하시면 된다.
직관한 두 개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그림을 이 블로그에서 다운로드하여 첨부했다. 조지 칼렙 빙엄이 서부개척 시대에 그린 강 풍경화 전체에 대한 정보는 바로 이 블로그 <DC 그림 이야기>를 통해 한국어로 편하게(!) 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안팎에 있는, '디지털 문서화 작업이 된' 국내에서 출판된 백과사전류의 모든 자료*를 검색해도 이 블로그만큼 모든 정보를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자동으로 번역이 되는 위키피디아를 포함한다.
미국 산책기인 <무한대 미국일주 산책편>을 쓰기 시작했을 때, 실제 동선의 마지막 부분인 '워싱턴에서 휴스턴까지'의 로드트립을 먼저 집필했다. 가장 공들이고 싶은 뉴욕, 또는 시작점인 시카고에서 각잡고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블로그에 마이애미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해본 적이 있어서 워싱턴 이후를 기록하고 나면 시카고와 뉴욕만 남아서 후련할 것 같았다. 결국 시카고와 뉴욕 사이의 마이애미도 다시 썼다. 무한대(=8자) 동선은 어디서 시작해도 연결이 된다.
얼떨결에 여행에세이를 쓰다 보니 <산책편>은 실제 여행기간의 날짜별로 거의 하루 한 챕터를 쓰고 있었다. 실제 여행 순서로 정리한 뒤에도 시간 순서보다는 공간 이동을 중심으로 기록해서 최대한 '덜' 헷갈리게 쓰려고 했다. 한편 워싱턴 발 로드트립과 함께 워싱턴 국립미술관 작가별 리뷰를 시작했는데 같은 작가가 서로 떨어진 여러 도시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이 거대한 <미술관 리뷰>는 워싱턴에서 본 화가를 다른 곳의 미술관에서 다시 소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산책기는 워싱턴-휴스턴 동선을 완료하고 시카고 여행 초기의 진짜 시작 부분으로 돌아갔는데 거의 첫 여행지였던 3 챕터의 '시카고 미술관'을 쓰면서 이 동선과 워싱턴에 머물러 있는 작가별 리뷰의 불균형을 발견했다. 시카고 파트를 완성한 후 산책기는 마이애미로 향하고, 미술관 리뷰는 통합버전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르누아르'였다.
<미술관 리뷰> 통합 버전은 작품수가 적당히 많은 유럽 인상주의 화가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유럽 중심의 미술사에서 소외된 미국의 대표 화가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관한 그림을 비롯해 관련 그림도 출처를 밝히고 첨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한 블로그가 큰 자극이 되었다. 미국 미술관 5개 통합 버전으로 확장하지 않고 워싱턴에 머물렀다면 '워싱턴 미술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 블로그를 보고 좌절했을 것이다.
우리는 몰랐지만 미국을 어지간히 주름잡았던 화가들은 워싱턴과 뉴욕 양쪽에서 볼 수 있었다. 적어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내셔널 갤러리 두 곳 중 한 곳에는 존재했다. 보유한 작품수가 넘사벽인 메트로폴리탄에서는 눈앞에 두고도 촬영을 생략한 그림이 많았다. 규모를 대비하지 못해 충분히 털지 않은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들어가지 못한 방도 많았다.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는데, 휴대폰과 보조배터리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스타벅스에 갔고 콘센트가 없어서 커피만 마시고 루크스 랍스터에도 갔다.)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미국의 대표 미술관들의 핫플은 유럽화가들이다. 몇몇 대표 작품이 미국에 있어서 정작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보기 힘든 조르주 쇠라, 앵그르, 달리 등의 작품도 정리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