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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pr 23. 2023

미국 화가 손에서 피어난 일본 풍속

미술계 마르코 폴로를 만날 시간

미국 여행 중에 발견한 그림과 그 작가에 대한 사후 취재인 동시에 해당 작가에 대한 나의 한계치를 시험해보는 사전 조사의 호흡으로 짧게는 매주, 길어도 격주로 한 개의 완성된 포스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팬데믹 4년차가 되니, 실시간으로 접수와 리뷰를  전시가 많아졌다. 2월에는 도시사진전 <뮈에인>, 3월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내한 전시에 다녀왔고, 5월에는 에드워드 호퍼와  곳의 라울 뒤피의 특별전에 다녀올 예정이다.



블럼이 그린 미국 여성들


그럼에도 여행사진의 재구성은 내년까지(지금 속도를 보면 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막연히 눈으로만 알았던 화가들의 화풍을 내 언어로 말해보고, 추가 조사와 정리, 아예 몰랐거나 이름 따로, 그림 따로 알던 화가들의 화풍까지 느끼고 분석해보는 작업은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크다.


이러려고 미국에서 미술관 작품만
수천장을 촬영한 거겠지.


 여행(2016)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감상한 자료, 특히 사진이라는 '물증' 너무 부족해 원통함에 사무쳤다가 무한대 미국일주(2019)부터는 사진 중심의 인스타그래머 감상법을 융합했다. 마음에 드는 그림과는 짧게나마 아이컨택을 하고, 밀착관람도 하면서. 보안요원한테 경고를 듣는 경험도 추억이 됐다.


눈으로 그림과 대화하고, 손으로 셔터를 누르고. 아이폰 '라이브 포토' 조각 분수를 촬영하면 움짤에서 가장 선명한 컷을 알아서 (캡쳐본으로) 골라주고, 심지어 소리까지 (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알았는데) 녹음된다. 스틸컷은 한두번의 촬영으로 작품사진 수백장을 남길  없지만 (손떨림, 초첨 상실, 구도 이탈 ) 라이브 포토는 영상을 찍는 느낌으로 2 정도만 버티면 가능하다. 소리까지-미술관 밖의 소리는 더욱 신나겠지?-보존이 되고 있었다니.  



블럼이 그린 일본 사람들과 풍경


로버트 프레데릭 블럼(1857-1903)이라는 미국화가는 미술계의 마르코 폴로다. 숨바꼭질을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미국의 어린이들은 숨어있는 친구를 찾을때 마르코! 폴로! 를 외친다. 미드 <길모어 걸스> 시즌 1 참고) 그가 일본으로 파견된 1890년대에 현장에서 그린 풍경화를 보면 현지인들과 큰 위화감 없이, 구경꾼이 아닌 관찰자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 술관 766번방에 있는 그림 <The Ameya> 실물로도 봤지만, 실물을 직촬한 사진을 오랫동안 눈여겨봤다. 분명 서양화인데, 유행하는 코스튬으로 미국 여성에게 기모노를 입혔던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  다수의 인상주의 그림과 다르다. 그렇다고 일본 여행 이전에 미국 여성들을 그리던 본인의 기존 화풍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극사실주의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각색하지도 않은 인상주의 풍속화라고 해야할까?



직촬인데 너무 가까워서 프레임이 잘림


블럼은 일본에 가기 전부터  100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류가  법한 화풍으로 풍경화 또는 단체 초상화를 . 아주 섬세한, 그러나 인상주의가 가미된, 동양의 수묵채색화도 느껴지는, 지금 보면 조금은 만화적인, 자기만의 시그니처로 동서양의 풍속화를 그렸.


그러나 100 전에, 일본 여행 경험이 없던 미국의 화가, 평론가들이 그의 아방가르드를 캐치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블럼보다는,  봐도 서양화를 그린, 다시 말해 유럽풍인 인상주의 화풍이 19세기 말의 미국에서는 좀더  나갔을  같기도 하다.   미국 예술이 (유럽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아방가르드를 장려하는 100년을 달려오게 됐지만. 과도기에서 100년을 앞서간 화가라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그의 작품을 기리고 있으나, 한글로도 영어로도 많은 자료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블럼이 그린 일본 여성


일본의 화가나 만화가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검색엔진에 인공지능까지 가세해 모든 뒷조사에 더욱 탄력이 붙었 영어, 한국어 이외의 자료는 키워드를 추출하기가 너무 어렵다. (한국어도 아직은 인공지능이 버거워하는 중이다. 영어의 경우 유료버전을  정도로 검색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 내게는 시기상조다.) 키워드를 안다고 한들, 알파벳을 쓰는 서유럽 언어들의 문화권에서 블럼의 full name으로 검색할  있는 것과 다르게 일본어나 중국어는 (한자문화권이지만 다른 한자를 쓰기에) 잘해야 입말로 물어물어 알아내야 한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발음도 아니고 외래어 발음 규칙도 모르는데, 그보다도 타이핑은 더더욱 엄두가 안난다. 일단 난 쓸 줄을 몰라, 손으로도. 일본어 포스팅, 댓글을 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타이핑하는 //프도 특수첨자때문에 복붙을 하긴 해야한다. 아이폰 키보드에 독일어를 추가해본 적도 있지만 사용빈도에 비해 평상시 불편함(지구본 4번씩 눌러야 ) 너무 컸다.


블럼에 대한 한글 텍스트는 번역기를 거친 것조차 귀하다. 블로그를 통해 약간의 그림정보를 알아낼  있었다.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그림, 설명을   있다.



블럼이 그린 미국 풍경


미국 화가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화가만 조사해도 실제 관람 영역을 훨씬 넘어선다.  초대형 미술관에 걸린 미국 각지의 대표 화가들 중에서, 내가 기록한 작가들은 이미 알고 있던 화풍이거나 아주 새로운 화풍이었을 것이다. 일부러 아메리칸 윙을 방문했지만, 그렇다고 유럽 근대를 버리지는 않았으니 미국 미술에 올인한 것도 아니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작품과 '작가가 같은' 그림을 참고하면 여러 곳을 헤매지 않아도 양질의 정보를 얻을  있다. 또한 '관련된' 작품을 스와이핑하여 비슷한 시대와 화풍의 다른 작품도   있다. (텍스트는 모두 영어겠지?)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위키아트에서 검색하자. (유럽, 미국 등의 유명화가는 거의 다 있지만 안 유명한 로버트 프레데릭 블럼은 없다.)


저작권이 엄격한(생존) 작가가 아니라면  작품(비공개작 제외) 연도순으로 감상할  있다! 그림 몇개와 한국어 설명을 읽는 것에 비해, 해당 작가의 모든 그림을 시간순으로 스크롤해보면 시각적 시그니처를 확실하게 느낄  있다. (물론 약간의 배경지식 텍스트는 필요하다.) 미국 미술의 가장 좋은 감상법은 영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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