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봐도 각인되는 미국 화가 스튜어트 데이비스
두번째 고향이 된 뉴욕에 돌아가기 전날, 소박한 플로리다 여행의 마지막 랜드마크였던 신축 '노튼 미술관'에서 강렬한 색채로 뉴욕을 묘사한 추상화를 발견했다. 아니, 풍경화라고 해야하나.
이틀 후, 드디어 재방문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같은 화가의 시그니처를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러 곳의 미술관에 작품이 걸린 화가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잘 나가는 화가의 그림이 당연히 대표 미술관 여러 곳에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을.
작품 수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보유한 작품보다는 건물이 뷰포인트였던 노튼 미술관. 빠뜨린 작품이 거의 없는데도 촬영한 작품 사진이 가장 적었다.
마이애미와 플로리다를 먼저 리뷰한 블로그 버전 여행기에는 한 포스팅에 노튼 미술관에 대한 거의 전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실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튜어트 데이비스를 알게 됐다.
노튼과 구겐하임에는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 걸린 경우가 극히 드물다. 한편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시카고 미술관에는 너무 많은 작품이 있고 작가별로 관리하는 것이 지금도 벅차다. 중간 규모의, 핵심만 모여있을 듯한 워싱턴 국립미술관의 '작가별' 콜렉션을 시작으로 수천장의 작품 사진을 분류하다보니 관별로 중복되는 작가가 너무 많아질 듯한 느낌이 든다.
더 늦기전에 작가별 사진첩을 새로 만들고, 날짜와 위치로 분류되어있는 각 미술관의 작품 사진을 재분류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 곳만 5백여 장의 작품 사진이 있었는데 작가명을 모르면 전시실의 테마로 대략적인 분류를 해두었다. 시카고 미술관과 워싱턴 국립 미술관은 각 3백여 장의 사진이 있었지만 시카고는 인물이나 인테리어가 포함된 사진이 많았고 워싱턴은 상세컷이 많았다.
두 점을 봤다고 생각한 스튜어트 데이비스의 폴더에 총 네 점, 아니 다섯 점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노튼과 메트로폴리탄에서 발견한 컬러풀한 작품은 그의 후기작이었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모르고 지나친 두 작품과 메트로폴리탄에서 놓친줄 알았는데 작가의 폴더 밖, '메트로 기타 작품' 폴더에 있던 마지막 작품도 있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럭키 스트라이크'는 초기작이지만 포인트 컬러로 레드가 포함되어 후기작을 암시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지난 포스팅을 준비할 때 발견한 위키아트 웹페이지에서 메리 카사트 와 조지아 오키프의 시대별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크린 녹화 영상을 촬영했었다. 다만 이 콜렉션 역시,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락된 작품이 있다.
데이비스의 경우 위키아트의 수록작이 많지 않아서 스크롤 영상을 촬영하지 않고, 대표작 위주로 스크린샷만 남겼다. 작품이 누락되었거나 그의 신상에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1930년 초의 공백 이후로 1938년부터 색채가 화려해지고, 구성의 조각들이 많아진다.
스튜어트 데이비스(1894-1964)는 큐비즘 계열의 추상화로 알려진, 20세기 전반을 풍미한 미국의 대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덜 추상적인 작품은 조지아 오키프의 풍경화에도 나타나는 시대적 시그니처, 직선적인 시티뷰를 포함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때때로 에드워드 호퍼의 색감이 느껴진다.
유럽이나 남미 화가도 살짝 포함해서 1년 동안 50명의 화가를 가볍게 정리해보는 것이 목표다. 미분류 폴더 서너개가 다시 50개 정도로 늘어날 것 같지만 5개 미술관에서 100명의 화가를 만났다는 기록을 남기는 뿌듯함은 귀찮음을 이기고도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