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라는 그 말

폴 블룸 <데카르트의 아기>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도서제공리뷰



다시 태어난다는 상상, 즉 환생은 이번 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천국과 같은 개념이지만, 이번 생은 망했다는 식의 표현에서 보듯 의미가 조금 변했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진보한 사회에 살아도 상대적 박탈감을 실시간으로 경험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게임이나 드라마 등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이번 생은 망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은유를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진짜 환생할거라고 생각하거나 드라마 속 재벌처럼 실제 부자들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영혼을 끌어모아 사고 싶은 건 더 순수한 영혼일지도 모른다. (안본 눈 삽니다.) 무리해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건 생각만해도 어지럽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이번 생은 망했고, 무리해서(?)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공물을 의인화하는 한편 평범한 물건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을 때가 있다. 자기 삶의 예술가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모방하겠지만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관용어나 예의범절 같은 건 굉장히 답답하다. 가끔 내가 사회화된게 아니라 ‘사회화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반은 예술가, 반은 사이코패스인 사회 부적응자.


과연 인간은 비인간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다르긴 한 건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혹은 소멸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항상 생각한다.) 망상같은 몽상 속에 체계를 만들고 과학적 사고방식(이미 있다.)과 예술, 도덕, 종교를 이원론(육체와 영혼)의 관점에서 정리해볼 기회다. 발달심리학의 근거를 통해 인간 아기가 타고난 이원론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대리관찰하는 즐거움도 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진실을 말할 때는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찾아보기만 하면 된다. 반면, 거짓말을 할 때는 사실뿐 아니라 자신이 지금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놓고 있는 대안적 세계까지 챙겨야 한다. -47p


사람들은 본질이 무엇인지 몰라도 본질의 존재를 믿는다. 물의 분자구조가 알려지기 훨씬 전에도 사람들은 어떤 것이 물처럼 보여도 물이 아닐 수 있으며, 물처럼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물일 수 있음을 알았다. 무언가가 물인 이유는 숨겨진 속성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겉모습이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81p


프로이트에 따르면, 어려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초기 발달 단계로 퇴행한다고 한다. 전쟁이나 사회, 경제적 붕괴처럼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면 도덕적 차원에서도 퇴행이 일어난다. 이 같은 종류의 도덕적 퇴행 상황은 실험실에서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연중에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엄격하고 가혹해지며, 자신을 조국과 더 동일시하게 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더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덜 좋아하게 되며, 더 쉽게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도덕적 범주가 줄어든다. -203p


만 3세 아이들조차 유령과 괴물, 마녀는 ’상상한 것‘이고 개와 집, 곰은 ‘실제 있는 것’임을 분명히 안다. 그들이 상자 속의 손가락 무는 괴물을 피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공포 영화를 보며 움찔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환상과 착각에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어른들도 똥 모양 퍼지를 거절하거나 ’청산가리‘라고 적혀 있는 잔에 든 물을 - 자기가 직접 그 잔에 멀쩡한 물을 채웠더라도 - 마시려고 하지 않는다. 조너선 하이트가 진행한 미공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칭 무신론자인 대학생들에게 영혼을 파는 계약서에 서명하겠냐고 묻자, 많은 학생이 거절했다고 한다. -318p



패러디와 농담, (나는 싫어하지만) 화장실 유머, 너무 당연해서 천대받는 도덕에 관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대표 드라마인 <굿 플레이스>와도 연결된다. 이 작품이야말로 이원론의 정수가 아닌가. 괴물에 대한 과학적 증거보다 ‘목격담’이 더 인기있는 이유도 생각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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