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대면 언제 어디서든 잘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나였는데 요즘은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침대에 눕고나서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잠이들고, 그나마도 새벽 댓바람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출근시간까지 조금이라도 다시 자보려고 몸을 뒤척이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나도 뭇사람들이 입에 닳도록 담던, '불면'을 얻어버린 걸까.
잠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이며 일시적인 죽음이다.
잠을 자는 순간은 나의 일상이 중단되지만, 잠이 없으면 나의 일상 역시 지속될 수 없다.
각자가 살기위해서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데,
수면시간이 뺏기며 신체 리듬이 망가지고 서서히 죽어간다.
인간으로 태어나 절반 가까이를 자는데 시간을 쓴다.
이쯤되면 자려고 사는건지, 살려고 자는건지.
피곤한 일상의 끝에는 수면이 있고, 잠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일상이 시작된다.
인생은 잠과 잠 사이의 깨어있음이다.
잘 자고싶다.
푹 자고싶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 이 밤. 불면의 밤.
잠이 나를 밀어내는 걸까 내가 잠을 거부하는 걸까.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