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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Aug 14. 2023

신혼부부 재테크의 시작, 경제권 정하기

결혼 후 돈 관리는 어떻게?


'신혼부부'라는 단어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가정의 시작, 둘째는 경제 공동체로서의 하나된 시작이다. 사랑은 사랑이지 결코 돈, 계산적인 관계로 볼 수 없다는 생각도 일부는 이해하지만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결혼은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된 경제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실 굳이 딱딱한 제도 안에 서로를 가둬둘 필요 없이 그냥 연애하면 되니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혼을 했고, 올해 1월 신혼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8개월차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고쳐야할 점 투성이지만, 그래도 목표한 저축액 그 이상으로 모아가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 우당탕탕 하면서도 우리의 목표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결혼 후 돈 관리는 누가해?

신혼부부 재테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경제권은 누가 가지고 있어? 누가 관리해?" 요즘은 깊게 터치하지 않는 쿨함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각자 관리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경제 공동체로서 돈을 제대로 모으고 불리려면 한 명의 사람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권을 한 사람이 관리해야 하는 이유 

각자 관리하면 한 달에 얼마가 정확히 들어오는지, 얼마나 쓰는지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시험 하나를 보더라도 합격하려면 지금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를 알아야 얼만큼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돈을 모으는 데에도 우리가 얼마나 쓰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모으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일원화해서 십원 자리까지 얼마를 쓰고 버는지를 인지하고 있어야 효과적이다. 


어떤 사람이 경제권을 갖기에 적합할까 

기본적으로 돈에 더 관심 있고 모으는데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적합할 것이다. 아닌 사람에게는 이런 활동 자체로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돈을 체크하고 필요한 부분은 하나로 합치고, 또 분리하고 모으는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을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흥미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또한 더 관심있고 해볼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 


둘 다 관심이 있을 땐? 

상의해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 가계부를 쓰는데 익숙하다거나, 오랜기간 자취를 해서 돈을 어떻게 나누고 써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던가, 다른 사람보다 알뜰살뜰 모으는데 강점이 있다거나 하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살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말처럼 쉽지 않은 건 잘 알고 있다. 배우자를 설득하는 방법은 가장 아래에 추가로 설명해보겠다.) 



재테크와 관련해 생각이 다른 배우자를 설득하는 방법 


만약 내가 경제권을 갖고 싶고, 잘 운영해볼 마음과 의지가 있다면 상대방 배우자를 잘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권을 한 사람이 갖는다는 것은 꽤 예민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열심히 일한 돈을 다른 한 사람에게 온전히 주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까? 


목표와 이유를 먼저 이야기하기 

왜 한 사람이 경제권을 가져야 하는지 앞선 단락에서 설명한 것처럼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이것부터 동의하지 않으면 왜 내가 가져야 하는지의 아젠다까지 진전되기 어려우니까. 더불어서, 우리 가정의 목표를 이야기해보면 좋다. 가장 좋은 건 이번 기회를 삼아서 어떤 경제적 목표를 이뤄갈지 함께 세워보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소득의 50% 이상을 저축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한 사람이 경제권을 갖고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좋다. 


이때에도 우린 이렇게 해야만해- 라고 지나치게 강요적인 말투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고, 좋아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걸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함께 하는 일'임을 계속 상기시켜주면 도움이 된다. 


쓴 내역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운영 방법 공유하기 

'경제권을 가진다면 일부는 어디에 저축하고, 생활비는 어떻게 쓰는지 가계부로 매달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처럼 운영 방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일단 나를 줘, 내가 잘 굴려볼게'와 같이 추상적으로 소통하면 신뢰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상대방이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충분히 소통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남편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면 저축/생활비 등 쪼갠 통장으로 나눈 후, 저축한 내역은 캡처해서 누적된 금액을 공유한다. '우리가 이만큼 모았어'라고 덧붙이며, 이번달도 고생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한 달에 쓴 생활비 내역은 가계부로 작성해서 한 달에 한번, 바쁠 경우 두 달에 한번 공유한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공유하고, 조금 더 아꼈거나 더 쓴 내역이 있다면 왜 그랬는지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면서 역시 '우리가 함께 모으고 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끝까지 설득되지 않는 경우, 일단 한발 물러나되 꾸준히 행동하고 성공적인 경험 공유하기

아무리 잘 이야기해도 생각보다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감정 싸움으로 가면서까지 요구하기보다 일단 한발 물러나서 각자 쓰는 상황을 먼저 택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모아가는 모습을 공유하고 보여주면서 '이렇게 모았고, 이렇게 썼고, 이렇게 해보려해' 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런 과정을 말이 아닌 실제로 보고 느낀 상대방은 그 경험이 누적될수록 신뢰가 자연스럽게 쌓이게 되고 이전보다는 마음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잘 설득되지 않을 땐 억지로 말로서 강요하려고 하기보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제권을 갖는다는 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전권이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경제권을 주는데 동의했다고 해서, 모든 걸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번 돈은 엄밀히 말해 상대방의 것이다. 공동으로 동의한 생활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자유롭게 하되, 얼마를 사용했는지 공유하는 것이 예의다.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는 예의를 잊곤 한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안락하고 따뜻한 마음이 힘이 되는 만큼, 예의를 지키도록 하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부터 먼저 노력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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