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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Feb 06. 2022

한국 지사의 업무

미국 회사에서 일하기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GDP) 기준 세계에서 10위권에 들 정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2021년의 통계를 기준으로 미국(23조 달러), 중국 (17조 달러), 일본 (5조 달러), 독일 (4.2조 달러), 영국/프랑스/인도 (대략 3조 달러) 등과는 차이가 나지만 그 아래의 2조 달러 근처의 이탈리아, 캐나다 등과 비슷하고, 1조 5천억 달러 근방의 러시아, 브라질, 호주, 스페인보다는 큰 규모이다. 국토의 크기가 작고 인구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르고 IT 기술이 발달해있으며, 수도권 (서울, 인천, 경기)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다. 이런 조건들 덕분에, 외국 회사들에 있어서 한국은 지사를 설립하고 비즈니스를 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을 지닌 나라가 될 수 있다.


산자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만 오천여 개가 넘는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있다. 그중에 도소매(유통) 분야가 거의 6,500여 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리스트를 전부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낯선 회사들이 거의 전부였다. 이런 회사의 업무가 해외 본사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수입해서 한국에 판매하고 사후 기술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주 업무라고 보면, 본질적으로 영업 사무소의 역할에 해당한다. 이런 회사의 한국 지사에 취업해서 맡은 업무가 영업이라면 본사로 이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시장의 규모가 커져서, 지사에서 뿐이 아니라 해외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을 전담할 비즈니스 담당자가 필요하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대개는 아시아 영업 담당 임원이 아시아 지역 어딘가에 있으면서 이 지역의 영업을 총괄하고, 그 사람이 미국에 있는 글로벌 영업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는 체계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에 있는 본사의 제품을 들여와서 판매하는 영업 사무소에서 기술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면 약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영업 담당자처럼 필드에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필드 엔지니어들도 당연히 고객과 밀착해서 일해야 하므로 지사에 있는 것이 맞다. 다만, 본사에서 제공하는 기술의 난이도가 꽤 어려워서, 한국 지사와 해외 본사와의 업무 협력이 밀접하게 이루어져야만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제품을 개발한 기술팀이 본사에 있어서 그 엔지니어링 팀과 같은 장소 및 시간대에서 일하면서 본사에 상주하는 간접적인 필드 지원 업무를 맞게 된다면, 한국 혹은 아시아 기술 지원 담당으로 본사로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비자 문제나 영어 문제로 인해서, 한국에서 일하던 필드 엔지니어를 본사로 불러들이는 것보다, 본사 쪽에서 일하는 필드 엔지니어를 한국 지원 담당으로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쉽다. 한국에서 일 잘하고 있는 필드 엔지니어를 해외 본사로 불러들여서 일을 맡기려면 뛰어난 업무 실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좀 더 해외 본사로의 이직 가능성이 큰 분야라면, 한국에 엔지니어링 팀이 있는 외국계 회사에 개발 엔지니어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잘 만들어진 완제품을 한국에 들여와서 영업만 한다면 한국에 개발팀이 필요 없다. 영업 혹은 마케팅 담당자, 그리고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필드 엔지니어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제품이 완성된 형태가 아니거나 혹은 서비스 형태라서 한국에서도 현지에 맞도록 제품 자체의 수정이 필요하다거나 하면 한국에도 자체적으로 개발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한국에 개발팀이 있다고 다 같은 개발팀이 아니므로 이 부분도 좀 더 잘 알아보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내가 익숙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업무를 본다면, 회사에서 크게 봐서 두 종류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개발 업무라고 알고 있는 제품 개발 업무이고 나머지 하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 (Professional Service) 업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발 용역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왠지 모르게 어감이 별로 좋지 않아서 이 말은 잘 쓰지 않게 된다. SI (System Integration) 업무라고 하는 것도 들어봤는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말 그대로 시스템을 통합해서 기업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해주는 업무인데, 국내 대기업들은 거의 모두 자체적으로 이런 SI를 구축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고, 이런 자회사들이 다른 회사 혹은 국가적인 규모의 시스템 통합 업무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인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는 또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자사의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 그리고 누구의 제품이든 상관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서비스이다. 후자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정보통신업계에서 말하는 SI 업무와 비슷한데, 자사의 제품이 없이 순수하게 기술적인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도의 유명한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들이 수만 명의 직원 데리고 시스템 구축을 도와주거나 혹은 고객의 연구 개발을 도와주는 기술 인력 지원을 하는 업무이다. 미국의 회사들도 이런 업무를 한국에서 하는데, 인도 회사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그리 흔한 편은 아니다. 한국 회사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이 있으므로 한국 회사들에 비해서 외국 회사가 아무래도 부대 비용이 많이 들어서 서비스 비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지만, 반면에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어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제품과 관련된 프로페셔널 서비스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 경우에는 이미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서, 이를 특정 회사의 요구 사항에 맞춰서 수정한다거나 다른 제품 혹은 서비스와 통합이 잘되도록 해 주는 업무이므로, 가격 경쟁력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 업체들도 외국 회사의 제품을 잘 이해하고 요구에 맞게 수정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제품을 만든 업체에 비해서는 기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제품의 어떤 부분은 외부 회사가 수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그 외국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제공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가 비록 좀 비싸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지사의 프로페셔널 서비스를 지원하는 엔지니어의 업무도 제품 기반의 서비스라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경쟁이 치열한 일반 용역 서비스에 비해서 업무 환경도 좀 나을 것이지만, 본사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특히나 더 그렇다.


외국 본사에서 개발하고 한국에 들여와서 판매하는 제품이 하드웨어 기반 제품이라면, 아무래도 프로페셔널 서비스 조직에서 하는 업무는 좀 더 표면적인 부분에 치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사에서 만든 하드웨어를 수정하고 필요한 부품을 확보해서 원하는 품질을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품이 소프트웨어라면 한국 지사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가능성이 훨씬 늘어나게 된다. 예전에는 외국 본사의 핵심 기술력이 담긴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해외 지사 쪽에 공개하지 않거나 수정 권한을 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제약이 있는 일도 있었는데, 요새는 개발 프로세스 및 버전 관리 그리고 제품 통합의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수출에 제약이 있거나 정말 특수한 분야의 기술이 아니라면 대개는 해외 지사에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다. 프로페셔널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면 제품의 핵심 기능 수정보다는 각종 응용 기술이나 인터페이스 기술 등을 맡게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서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점점 제품을 개발하는 본사의 엔지니어링 팀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쌓게 되고, 이렇게 해서 실력을 인정받게 되면 본사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본인의 적성이 기술 개발에 맞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기술 개발 업무로 한국 지사에 입사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개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실력도 없고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 직업이나 회사 자체를 잘 못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일단 업무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에는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도 잘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할때, 개발팀을 맡고 나서 직원들에게 영어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었다. 내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본사 쪽 임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겪어보고 나서 느낀 점이라서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 회사가 전 세계에 지사가 있는 미국 회사이니 아무리 엔지니어라도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은, 본인은 기술이 좋아서 개발 업무를 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이고, 따라서 제한된 시간에 코드를 한 줄이라도 더 보고 기술을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단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그게 본인이 원하는 길이라면 그것도 맞는 것이다. 다만, 미국 본사에 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만 일해도, 영어를 잘하면 더 큰 세계와 소통이 가능하니 분명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영업을 하던 사람이 일을 아무리 잘해도 한국 지사에서 본사로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미국에서 영업하는 데 필요한 영어의 수준 외에도 영업이라는 업무를 잘하는 데 필요한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해라던가 인맥 등이 부족해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은 핵심 업무 역량이라는 면에서 한국에서 일하던 미국에서 일하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그런 면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와 동료 그리고 부하 직원과의 관계는 한국에서 일하나 미국에서 일하나 똑같이 잘 지내야 하는 것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업무 성과나 이메일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나누는 대화나 회의에서 발언, 업무 관련된 논의 그리고 타 부서 사람과의 협상 등 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발 엔지니어라고 해도 영어는 잘해야 미국 본사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또한 중요한 것은, 미국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이고 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의지이다. 자기가 원하는 소원을 매일 글로 쓰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식의 자기 계발서를 보았을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늘 자신에게 환기하면서 잊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의 행동이 바뀌고, 이에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가는 것도 그와 비슷한 원리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목표를 정했다면 이를 잊지 않도록 자신에게 계속 다짐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매일매일의 행동이 바뀔 것이다. 미국 동료들과의 관계라던가 회사 내에서의 여러 가지 뉴스라던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들이 내가 미국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미국 본사 쪽에 내가 지원할만한 포지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한다. 나한테만 그런 정보가 오는 것이 아니니 주변 동료들도 혹시 보고 들은 것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그런 포지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나에게 그런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내 직속 상사나 혹은 더 윗선의 임원들이 내 의지를 알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직위가 높고 맡은 업무의 범위가 넓을수록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어서, 직접 그런 기회를 나에게 알려주거나, 혹은 미국 본사 쪽 담당 매니저에게, 한국에 이런 친구가 실력도 좋고 본사에 들어갈 기회를 찾고 있으니 한번 연락해 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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