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타인의 삶] 시리즈는 도대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작성하는 코너임.
* 내가 고민하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음.
* 친구의 배경
- KJ (1991년생, 나와 동갑)
-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 안마의자 파는 회사에서 영업왕 찍음. 영어 원어민 수준.
-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해 현재 국내 4대 기업 중 하나인 모 그룹사 해외영업부 5년차 직장인.
Q는 나, A는 KJ의 답변. 인상 깊은 부분은 빨간색 글씨 처리. 글이 기니깐 스크롤 압박 주의.
Q. 요즘 내가 진로를 고민 중이잖아. 많은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를 추천하는데 그쪽으로 정하는거 어떻게 생각해?
A. 너는 왜 너에 대해서 그렇게 몰라. 내가 너를 몇년을 옆에서 지켜봤잖아. 아직도 모르겠어? 너는 예술가야. 지금까지 해온 행동이나 생각이 예술가처럼 자유롭고 통통 튀는 사람인데. 너가 전공이 이공계에 로스쿨이어도 너의 생각과 삶, 아이디어 이런게 내가 봤을 땐 예술을 전공한 예술가 못지 않아. 생각을 해봐. 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코인 투자 기법을 개발해서 중국 거래소 가서 돈 벌었었잖아. 그거 한국에서 너만 했잖아. 그렇게 창의적인걸 직감으로 깨달은게 너가 예술가라서라니깐? 보통은 이런 통통 튀는 생각으로 돈을 못 버는데 너는 개 쩌는게 이런거를 수익 창출하고도 연결시켜. 자본주의형 예술가야. 그게 개쩌는거야.
Q. 뭐 그런 부분에서는 남들하고 다르다는건 인정하는데 예술가여도 대기업에 입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실제 다른 친구들이 추천도 많이 하기도 하고.
A. 걔네 몇년차야? 1~2년 차지? 너 대학교 1학년이 대학교에 대해 다 안다는듯이 말하면 어때. 웃음 나오지? 똑같아. 회사 1~3년차 때 보는거랑 4~6년 차 때 보는거랑. 10년 차 넘어가서 보는거랑 다 달라. 대학교 1학년이 대학에 대해 말하는거랑 4학년이 대학에 대해 말하는 것 중 어떤게 더 맞겠어? 나도 5년차니깐 아직 다 아는건 아니지만. 내가 3년차에 대리로 빨리 승진했고 실적도 좋아서 회사 오래 다닌 사람들하고 친해.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10년, 20년차 부장이나 상무 이런 사람들이야.
40대 중반 나이의 사람들하고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해. 너가 지금 물어보고있는 너 또래들이 대기업 입사해서 초반에 보는거랑, 10년 넘게 일하면서 40대 중반이 보는거랑 완전 관점이 다르다니깐? 나는 너하고 동갑이어도 경력도 5년 됐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10년 차 이상들이니 그 관점에서 지금 너한테 대기업 생활을 말해주는거야.
Q. 그 정도 연차가 되면 어떤데?
A. 대기업 입사하고 처음 3년까지는 좋아. 나도 3년 때까지 여기 다니면서 진짜 좋았어. 직장인들끼리 미팅도 있고, 소개팅도 엄청 들어오고, 조직 이름이 나를 대표하고. 나도 너 블로그에서 다른 친구들이 말하는거 읽어봤는데 다 좋지. 나도 처음에 저런거 좋았어. 직장인 미팅, 조직에 대한 프라이드, 일 배우는 것도 재밌었고. 그런데 년차가 쌓이고 4~5년 되니깐 어떤지 알아? 예전에는 내 능력을 100 발휘해야 100이 나왔거든? 그런데 요즘은 능력 10만 발휘해도 산출물 100이 나와. 완전 일에 적응이 되고 익숙해진거야.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짬밥으로 아 대충 이렇게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다 답이 나오고. 하루에 2시간, 3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냥 내 공부해.
Q. 그러면 워라벨 끝장나고 좋은거잖아.
A. 좋지. 개꿀이야 맞아. 거기에 우리 회사가 조직 문화나 분위기가 좋아서 성과만 잘 내면 터치도 안해. 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하루에 2시간씩 산책하러 나가고 그래.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고 실적도 좋으니깐. 이렇게 해도 누구도 뭐라고 안해. 솔직히 말도 안되게 좋은 업무 환경이야. 연봉도 많이 주고.
Q.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거야?
A. 너가 예술가니깐 문제인거야. 나도 너만큼 심한건 아니지만 그런 기질이 있잖아. 너랑 나랑 똑같이 MBTI가 ENTP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나 정도의 삶만 살아도 만족할거야. 같이 일하는 팀 사람들도 좋지, 승진도 빨리 했지, 연봉도 많이 받지, 업무도 익숙하지. 모든 조건이 좋잖아. 그런데 예술가들은 이런 조건이 아무 상관 없어. 그냥 안 맞아.
Q. 구체적으로 어떤게 안 맞는거야?
A. 일단 너 매일 출근해서 9 TO 6로 살잖아. 답답해서 죽어. 이거 남들은 다 익숙해지고 할만한데 너는 예술가라 이거 못해. 이런 틀에 박힌 삶, 너하고 완전 안 맞아. 자유로운 영혼을 가둬놓는 느낌이야.
그리고 회사에서 2~3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내 공부한다고 해도 절대 효율이 안나. 어쨌든 짬짬이 내 일은 해야 하잖아. 그러니깐 신경을 곤두 설 수 밖에 없고, 완전 몰입해서 집중 할 수는 없어. 그런데 너 보면 코인 할 때나 좋아하는 일 할 때 여러모로 몰입하고 집중해서 성과를 잘 내잖아. 그 트랜스 몰입 상태로 회사 업무 시간 동안에는 진입을 못해. 예를 들어, 너 미군에서 9 TO 5로 출근하면서 업무 좀 하다가 쉬는 시간 있었지. 그 때 자기계발 했었어? 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들어갔어도 실제로 닥쳐보니 못했잖아. 회사 안에 있다보면 남 눈치도 있고 갑자기 닥치는 업무에 신경을 써야하고. 그러다보니 몰입해서 해야하는 고차원적인 자기 계발은 못해. 실질적으로는 그냥 웹 서핑하면서 시간 떼우거나 주식이나 좀 보던가 에너지 크게 안 드는 그런 일만 할 수 있는거야.
Q. 그러면 퇴근하고 자기계발을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잖아?
A. 너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오지? 에너지랑 진 다 빠져서 녹초가 돼. 예를 들어, 내 친구 중 은행에 다니는 애가 있는데 하루 종일 데스크에서 사람들하고 말 하다가 퇴근하면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서 그냥 넷플릭스 보거나 유튜브 보거나 이 정도 밖에 못한대. 사람마다 하루에 정해져 있는 의지와 에너지 양이라는게 있는데 회사 가면 이거 다 빨려서 퇴근하는거야. 감정 노동이 얼마나 심한데.
나도 초반 1~2년 차 때는 이렇게 살다가 연차가 쌓이니 대충 일 요령껏 하면서 에너지를 보전시키는 방법을 터득했어. 나도 너처럼 성장에 대한 욕심이 많고, 나중에 회사 나와서 사업을 하려고 하니깐. 그래서 퇴근하고 이렇게 보전시킨 에너지를 쓰면서 부업으로 가벼운 사업도 해보고, 투자 스터디나 미국 증시 공부도 하면서 계속 자기계발을 했어.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연애를 못해. 그리고 체력이 진짜 개 후달려.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매일 크로스핏을 하러 간거야. 운동 + 자기계발을 하던가 / 운동 + 연애를 하던가. 양자 택일을 해야 해.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작년에 대상포진에 걸렸었잖아. 그게 왜 그랬냐면 연애를 하면서 동시에 부업으로 사업을 하고, 그러면서 회사를 다니고. 연애 하다보면 여자친구한테 신경 쓸 수 밖에 없잖아. 그런데 내가 투자 공부하고, 사업하고 이러면서 온통 에너지를 여기에 뺏기면 여자친구가 당연히 서운해한다고. 그러면 또 그거 달래주러 가야 해. 아무리 에너지를 최대한 보전하려고 노력했다지만 이미 회사에서 진이 어느정도 빨린 상태에서. 퇴근하고 나서도 여자친구 신경쓰랴 / 부업 신경쓰랴 / 자기계발 신경쓰랴 / 또 운동 안하면 체력 후달리니 운동 하러 가랴. 이 모든거 다 한다고 생각해봐. 그렇다면 결국 직장인은 주말을 잘 활용하는 수 밖에 없는건데, 이게 말이 쉽지. 얼마나 주말에 놀거나 쉬고 싶은데. 평일에 회사 다니면서 에너지 빨렸으니 보상 심리가 생겨. 그런데 나는 안 쉬고 주말에도 계속 사업하고 자기계발을 했단 말이지? 그러다보니 결국 여친하고 헤어지게 된거야. 이렇게 되니 사람이 외로워. 그냥 인생이 졸라 고달파지고 힘들어지는거야. 악순환이야.
이걸 타개하는 방법은 딱 하나야. 욕심을 버린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너 야망도 크잖아. 지금 당장이야 대기업 들어가면 좋다고 해도 너가 10년 뒤인 40대가 됐는데 경훈이가 인강 강사로 100억씩 벌면서 잘 나가고 있어. 너랑 친한 그 한의사 형이 개원해서 돈 많이 벌고 전문직으로 잘 나가고 있어. 너는 근데 보니깐 그냥 회사원이네? 이 안에서 승진하고 연봉 높아진다고 해봤자, 밖에서 봤을 때는 그러려니 하네? 그 때 되서 너 주변에 잘 나가는 사람들 보면서 열등감 안 느끼고 30대 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하고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있으면 대기업 들어오고.
Q. 그런면에서는 회사라는게 약간 군대하고 비슷하네. 나도 카투사 들어갈 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고 계획 세우고 들어갔다가, 막상 들어가보니 미군들 업무는 왜 이렇게 많고. 아침 6시마다 일어나서 formation 나가고 PT 해야 하고. 퇴근하고 배럭 들어오면 진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그냥 뻗어서 유튜브 보거나 넷플릭스 보고 잠이나 자고 그랬었거든.
A. 맞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해. 미군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육군으로 군대 다녀왔잖아. 군대만큼 부조리나 선후임 관계 이런게 빡세게 있지는 않더라도 큰 틀에서는 유사해. 그리고 군대는 전역일이 다가오기라도 하지. 이거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생쥐레이스야. 이렇게 살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이거 노비다. 이게 노비의 삶이 아니면 뭐냐.
내가 임원들도 많이 보거든? 대기업 재벌 오너 자녀들 오잖아. 상무가 60대인데 재벌 오너 자녀가 40대야. 그래도 아이고 사장님. 이러면서 싹싹 기어.
Q. 무슨 영화야?
아오 답답하네. 진짜라니깐! 진짜 저런다고!! 너 다른 친구들은 아직 연차도 짧고 나이 든 사람들하고 교류가 잘 없어서 못보는 건데. 나는 회사 일찍 들어와 승진도 빨리 해서 이런 거 보면서 사는 상황이라고. 내가 진짜 이런거 보면서 와 이거 탈출하려면 자본가가 되어야겠다. 노동자로 평생 살면 안되겠다. 이 마음으로 퇴근하고 맨날 독서실가서 새벽 1시까지 투자 책 읽고, 사업 시도하고 그랬던거야.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 읽어봤지?
Q. 읽어봤지.
A. 거기 나오는게 다 맞아.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보이지 않는 4개의 계급이 있어서. 그 중에 자기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직장인들은 최하위 계급이야. 상방이 막혀있는 포지션이고. 그 다음으로 투자자는 돈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자기 시간이 자유롭다고. 그것보다 더 높은게 사업가들이고. 사업가들은 사람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거니깐.
그냥 냉정하게 말해서 직장인들 다 노비야. 연봉 7천 받으면 뭐해. 와~~ 나 연봉 7천 받는 노비다~~ 이러고 사는거지. 내가 웃긴거 알려줘? 내가 예전에 취업 스터디 했잖아. 거기 사람들 다 좋은 회사 들어갔고 지금도 어쩌다 만나거든. 만나서 하는 얘기 들어보면 진짜 노비 마인드야. 우리 재벌가 오너님이 이번에 뭐를 했어요~ 이러면서 거의 뭐 은덕을 입은 느낌이야. 그 오너들 전부 자본가인데 노비들이 자본가를 생각하면서 걱정하고 있다니깐? 걍 대부분이 그래.
Q. 그건 너무 극단적인 사례 아냐?
A. 이게 진심 무서운게 뭔지 알려줘? 대기업 다니면 30대 때는 좋아. 소개팅 시장, 결혼 시장에서도 몸 값도 높아. 어디 가서 여기 다닌다고 말하기도 뽀대가 나. 너도 들어가면 처음에는 만족 할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깐. 그런데 너 10년 뒤 40대 넘어가면 어떻게 할건데. 그 때도 대기업 뽀대 얘기하면서 살래? 이미 다 늙었는데 30대 초반 남자들이 가지는 소개팅과 결혼시장에서의 상품성이 남아 있을까? 그냥 아무것도 없는거야. 저 대기업 사원 효과 몇 년 짜리 임시적인거라니깐? 메리트가 30대에나 있지 이후로는 끝나버린다고. 잠깐만 좋고 만다고.
내가 지금 40대 초중반의 차장이나 부장들 많이 보잖아. 이 분들하고도 얘기 많이 한다고. 그러면 맨날 하는 얘기가 자기 아이 이야기야. 아니면 정치 이야기. 문재인이 어떻고 윤석열이 어떻고. 그딴 인생에 하등 도움 안되는 비생산적인 이야기나 하고 있어. 대기업 다니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인생 거기까지인거야. 물론 나도 안정적인 가정 이루면서 행복하게 지내는거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진짜 윗 사람들 보면 회사 출근, 퇴근하고 육아. 인생이 이거 밖에 없어. 하루종일 챗바퀴 뺑뺑이 돌듯 이렇게 살다 끝나. 나야 아직 가정이 없어서 억지로라도 자기계발 조금씩 하는거지, 결혼하고 아이 낳는 순간 저 사람들처럼 되겠다 이게 확 느껴지더라고. 옆에서 이렇게 사는걸 지켜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알아?
Q. 무슨 생각?
A. 와 진짜.. 하나도 안 행복해보인다. 매일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이고, 사람들이 에너지도 없고 지쳐보여. 그리고 저 나이 때 사업을 한다던가 어떤 것에 도전하려고 해도. 이미 늙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체력도 딸리고, 열정도 예전만큼 없고, 당장 회사 그만두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데 책임감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없지. 그 때가 되서야 몸으로 겪고 깨닫는거야. 시발 좇됐다.
아 왜 나는 젊었을 때 도전하지 못했을까. 나도 전문직 노려볼 걸.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 다들 이런 생각 하고 있을걸? 나만 해도 도대체 왜 대학교 다닐 때 의전원이나 로스쿨 갈 생각을 못했지? 그 때 나 빠가사리였나. 이러면서 후회하고 자책해. 우리 회사 복지도 좋고, 연봉이나 근무 환경도 다 좋은 편인데도. 여기 사람들한테 지금 당장 변호사 시켜준다고 하면 절하면서 갈 사람 많아. 그냥 애초에 회사원하고 전문직은 클래스가 다른 곳이야. 전문직은 천상계라고. 예를 들어, 내 친구 중에 의사나 변호사 애들 만나보면 회사원하고는 자긍심이나 자신감이 차원이 달라. 다들 어디서든 떳떳하고 남 눈치도 안 봐. 에너지도 있어. 그런데 회사원들은 안 그래. 처음에 그랬던 사람들도 나이 들면 전부 변해.
Q. 너무 회사원에 대한 부정적인 편향이 있는거 아냐?
A. 그건 맞기는 한데, 이거는 내가 몸으로 직접 겪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거잖아. 아무리 합리화를 해도 이게 대다수의 현실인거는 맞아. 아니 그리고 진심 너 군대 가기 전만 해도 온갖거에 다 도전하고 사업하고 열정이 넘쳤던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어? 진짜 군대가 사람 다 버려놓았다. 아니 내가 너 처음에 만났을 때 개쩌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진짜 엄청 배우고 자극 받았었거든? 그런데 너가 애초에 이런 대기업 취업을 고려한다는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충격이다. 물론 너 정도면 취업이야 문 뿌시고 걍 붙어. 걍 중간에 나가지 않을거라는 것만 잘 보여주면 온갖 기업들 학살 수준으로 합격할거야. 근데 너 오면 진짜 딱 몇 년만 좋고 나중에 엄청 후회한다니깐? 그 때 나이 먹어서 내가 최악의 선택을 했구나 후회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
인생 30대만 바라보지마. 40대, 50대에 늙어서 에너지도 없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가정 생겨서 새로운 것에 도전 할 수도 없게 됐는데. 진짜 회사 나가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면서 그 때서야 아 시바 내가 알고보니 노비였구나 하고 깨닫지 말라고. 지금 당장 사업하기 어려우면 로스쿨 복학해서 변호사 면허부터 따. 내가 너라면 그렇게 할거야.
Q. 그런데 로스쿨 복학은 리스크가 커. 일단 3년이라는 시간이 투자가 되어야 하고, 그게 투자가 된다고 해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라서 불합격에 대한 리스크도 심해.
A. 아니 너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지? 너 그렇게 따지면 예전에 창업 했을 때는 리스크 없었어? 너 코인 투자 할 때는 리스크 없었어? 그런 관점이면 너 길거리 걸어다녀도 안돼. 자동차에 치일 리스크가 있잖아. 그리고 애초에 너가 지금까지 해온거나 그런걸 보고 리스크를 정확하게 계산해야지. 그냥 객관적인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다. 이러면 안되지. 너한테만큼은 다른 합격률인거야. 애초에 너가 실업계 졸업하고 쌩판 기초도 없던 사람이 공부해서 성대까지 간 경력에 LEET 시험도 공부 안하고 봤는데도 높은 점수가 나온 과거 근거 요소들이 있는데 그걸 고려해서 너만의 합격률 통계를 예측해야지. 이런 근거치를 대입하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애초에 너가 머리도 좋고 법학 적성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는건데. 그러면 너한테만큼은 시험 합격 확률이 50%가 아니고 90%도 될 수 있는거지. 과거의 너가 이뤄왔던 것들을 근거로 해서 객관적 가중치를 두고 통계를 바라봐야지. 그냥 변호사 합격률 50%야! 무서워!! 빼액. 이러면 그거는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이 아닌거지.
Q. 흠 그런가..
A. 내가 봤을 때 지금 너의 가장 큰 문제는 “인지적 한계”가 크다는거야. 대기업도 40대, 50대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이라는게 있고. 로스쿨도 너가 몇 년을 다녀봐야 알 수 있는 관점이라는게 있는데. 너가 겪어보지 않아 한계가 명확한 인지 체계 안에서 지금 전체 판도 못보면서 판단하고 있는거잖아. 너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 많고 이런 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깐 계속 들으면서 한계를 뚫어야 해. 내가 몇년 간 대기업 직접 겪으면서 깨달은거 알려주는거니깐 인지를 좀 확장시켜봐.
Q. 그런데 거꾸로 다른 친구들 중에서는 대기업 좋다는 인지 체계를 나에게 알려주는 애들도 많이 있어. 이것도 운이라서 들어갔더니 나한테는 잘 맞을 수도 있는거잖아.
A. 아 진짜.. 아니라고. 연차 낮은 애들이 볼 수 있는거 한계가 있다고. 걔네 말 들을거면 너 그냥 대기업 가서 초반에 희희낙낙하면서 소개팅 오지게 하고, 걍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다가 나이 50대 되서. 나이 한참이나 어린 대기업 재벌 오너 자녀들 눈치나 살살 보면서 기어다니다가 안 짤릴려고 발악하고. 몸 아파 죽겠는데도 회사 가려고 개고생하고. 지금 이 나이 때에 회사 퇴직하면 할 수 있는 것도 마땅히 없어 보이고. 건강은 상할대로 다 상해서 암 걸린 것 같고. 내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더니 결국 돈은 대기업 재벌 오너가 다 벌어간 것 같고. 그냥 그렇게 인생 살어. 그러다가 죽으면 돼.
너가 대학교 때 공기업이나 대기업, 공무원 오지게 준비하면서 들어오려고 했던 사람이면 이해하는데. 인생을 정반대로 살아왔으면서.. 와 진짜 군대 갔더니 뇌 시냅스에 오작동이 생기는 뭔가가 생긴건가. 아 모르겠다. 그냥 너 성균관대 이공계 나왔으니깐 학교 재단이라 성대생 잘 뽑아주는 삼성전자 들어가서 재용이 형님 똥꼬 졸라 빨면서 와 삼성 만세만세!! 코로나 끝나서 연수원에서 플랜카드 체조 한다~~ 체조 체조!! 막 높으신 임원들 오면 부들부들 떨면서 오… 대단하십니다. 이러고 살아 ㅋㅋㅋㅋ
Q. 미친 그런 사람이 어딨어?
A. 존나 많아 진심임. 너 지금 내가 대기업 다니는 사람 중에 거의 없는 특이한 사람이라는거 인지해야 해. 나도 회사 가면 절대 이렇게 안 말하고 그냥 노예처럼 쥐죽은듯이 사회생활 하고 성과 내면서 살아. 내가 예전에 취업 동아리도 했었잖아. 15명이 한 기수였거든? 거기 사람들 다 취업해서 밥 먹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 회사도 아니고 하니깐 내가 지금 너한테 한거랑 비슷한 얘기 했더니 나 빼고 14명이 나 무슨 개 이상한 사람 취급했어. 어떻게 내가 다니는 회사를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느냐는 눈빛. 걍 이 조직이 나의 전부이고 내 프라이드인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뼛 속까지 노비 마인드. 그 사람들도 40대, 50대가 되면 회사 좇도 없구나 하고 깨달을텐데 아직 못 깨달았으니 그런거지.
Q. 아니 그런 상황인데 너는 왜 계속 다녀?
A. 내가 회사에 갈려서 사회에 맞춰져버렸으니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왔으니깐. 나도 이 회사 들어올 때 3년만 다니고 나가서 사업하려고 했었잖아. 그런데 주변에 그냥 다 저런 사람들 밖에 없으니깐 솔직히 말해서 나도 요즘 사업 못하겠다 도저히. 저런 사람들만 가득하니깐 엄청 영향 받아. 너는 명문대생들 많은 카투사 나와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육군 나왔잖아. 육군 가면은 고졸 밖에 못한 친구들도 많이 있거든? 그 친구들한테 서울에 있는 대학교 다닌다고 하면 우와~~ 하면서 진짜 어마무시한 사람 만난 줄 알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리고, 옆에 사람이 보고 듣는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지적 한계가 너무 커. 나도 여기에 영향을 받았으니깐 이제 대기업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거지.
직장인 세계라는 것이 한번 들어오면 나간다는게 어려워. 길들여지거든. 이게 진짜 무서워. 대기업 가보면 똑똑한 사람들 많아. 너가 컴퓨터 공학 전공이니깐 코딩으로 치면. 들어가면 너가 아무리 학부 때 좀 했다고 해봤자 아무것도 아닐거야. 개 천재들 많고, 잘하는 사람들 많아. 그런데 이 사람들 능력 있어도 못 빠져나와. 길들여졌거든. 이게 안 겪어봤으면 모르는데 겪으면 끝이야.
우리 회사도 서울대나 하버드 나온 똑똑한 사람들 많거든? 와서 회사에 깨지고 조직에 깨지고. 도전이나 열정들이 사회 생활이라는 미명 앞에 다듬어지고. 그러면 사람이 어느 순간 그냥 순응하게 되고 멍청해져. 조직이나 기업이라는 곳이 그냥 사람 자체를 저렇게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려. 그런데 이건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해야지만 조직이 굴러가.
너 말대로 나도 그냥 대기업 다니고 있어서 할말은 없지만 우리 나이 또래들 보면 걍 대기업 안가면 인생 뒤지는 줄 아는 애들 많아. 이런거 보면 한국 망해가는거 같애. 아니 똑똑한 애들이 다 노비 마인드에 도전을 하지 않아.
얼마 전에 우리 회사 상무가 직장생활 25년하고 임원까지 됐는데 회장님이 노하셔서 한방에 짤렸거든.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와서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잠재력 높았던 사람도 걍 회장 한 마디에 파리 목숨으로 날라가는걸 눈으로 보니. 자본주의 자본가와 노예들의 구조가 명확히 보이더라고.
그걸 보면서 더더욱 여기를 다니면서도 계속 독립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가져야 겠구나 느꼈어. 그런데 직장인 대다수가 이렇지 않으니 혼자만 이런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는 것 같아. 사람들한테 말을 꺼내봤자 이야기가 잘 통하지도 않고 외로워.
사람이 멋있게 살려면 본인만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것 같아. 단순히 좋은 직장에 다닌다거나 돈이 많다는게 아니고. 너는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깐 오지마. 너 오면 스트레스 졸라 받으면서 조직한테 너의 창의성, 개성, 생각 이런게 전부 일괄적으로 맞춰지면서 갈려버릴거야.
Q. 잘 생각해볼게.
A.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누구든 쳐 맞기 전에는 그럴듯 한 계획이 있다고 하지?” 내가 봤을 때 지금 너가 딱 그래.
너는 예술가라 기업 다니면 현타 오지게 올거야. 답답하고 재미없고 조직에 사람이 맞춰져서 갈리고. 높은 연봉 받고 소개팅 한답시고 밖에 나가서 자랑하고 그런게 문제가 아냐. 그런거 생각도 안나. 그리고 임원 달려고 해도 너가 아무리 실력 좋아도 사회 생활 못하면 끝이야. 회사는 결국 인간관계야. 샤바샤바를 잘해야 해. 좋은 사람이면 상관 없겠지만 별의 별 성격 파탄자들한테도 샤바사뱌를 잘 해야 해.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 회사 생활 하다보면 안 맞는 사람 반드시 한명은 만나게 되어있어. 그리고 너 하나 사라진다고 대기업이 안 굴러가거나 그러지 않아. 너가 만든 모든 것은 회사꺼고 너꺼는 없어. 내가 아는 형이 미국 캠브리지대학교 나와서 삼성 다니고 있는데 지금 정신병 약 먹고 있어. 회사 진짜 만만한 곳이 아냐. 좆밥이 아니라고. 너가 돈 받고 일하는 곳이라서 지킬건 지켜야 하고. 예술가처럼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어도 못해. 또 들어갔다 나와도 문제인게 내가 아는 형이 회사 다니다가 40대 중반에 부장 찍고 퇴직금 5억 받고 은퇴했거든. 나와서 할게 없으니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모아놓은 돈 까먹다가 이혼 당했어.
나만 해도 지금 내가 일하는 팀은 사람들이 좋기 때문에 할만한데. 회사라는게 다니다보면 부처가 변경되고, 팀이 변경 되는데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이상한 사람 만나면. 그 사람이 너 상사라면. 걍 몇 년 동안 그 사람이랑 밥먹고 대화하고 아첨해야 해. 스트레스 오지게 받으면서. 이거 완전 운이야. 졸라 안 맞는 사람 만나면 회사 생활 퀄리티 개박살나는거야. 내가 통제 할 수 있는 변인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그럴 때 회사 안에서는 쭈구리처럼 힘들게 살다가 퇴근하고 나가서 아이 좋아~~ 연봉 개꿀~~ 이름 있는 회사 다닌다 개꿀~~ 이러고 합리화 하면서 살래?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 다니는 사람들하고 대화가 잘 안 통한대. 전문직들이 만나는 주변 사람들하고 회사원들이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 다르니깐. 너가 무엇을 하든 안전벨트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봤을 때 그건 전문직인거 같아. 너가 지금 고민하는 소속감에 대한 문제도 해결 될 것 같고.
얘기하다보니 내가 너무 직장인들 깐 것만 같은데 솔직히 나 같은 사람들만 잔뜩 있으면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 그냥 내가 직장인들 기준으로는 진짜 이상한거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나머지 다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굴러가고, 국가가 굴러가고, 사회가 안정적인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안티프레질>이라는게 있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와.
“사람들은 예측 가능성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인생에서 블랙 스완 현상의 역할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무작위적인 현상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이에 과민 반응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질서에 대한 갈망이 생긴다. 그 질서는 가짜 질서이고 환상일 뿐인데도 말이다. 질서를 추구하면 가짜를 얻고 무작위성을 추구하면 이를 지배할 수 있다.”
이 말의 핵심은 대기업 취업이든, 안정적인 직장이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질서와 예측 가능함을 추구하기에 저기에 들어가고자 한다는거야. 인간은 누구나 무질서와 무작위성에 대한 엄청난 공포가 있거든. 그래서 어디든 들어가서 당장 내가 겪는 무질서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고 내 인생에는 질서와 예측가능함이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 살고 싶은거지. 보니깐 너도 지금 이 질서를 추구하는 것 같아. 하지만 너는 예술가야. 오히려 무작위성에 너를 노출 시켜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 잘 한 번 생각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