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아빠 육아 일기 #16.
마지막 육아 일기를 쓴 지 반년이 넘게 지났네요.
그사이 한국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했고, 해를 넘겼습니다.
지난여름에 서울로 돌아오면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건 아이들의 적응이었습니다. 둘 다 한국에서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보니, 수업은 어찌 들을지, 선생님과 아이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새 학년을 같이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전학을 가는 것이라 더 그랬지요.
두 아이 모두 학년을 무사히 마친 지금 돌아보면 고맙게도 둘 다 큰 어려움 없이 적응을 해 준 것 같습니다. 학교 급식을 제법 마음에 들어 한 영향도 있었을 테고 (아빠 밥이 그동안 영 별로였나;;), 혁신 초등학교라 상대적으로 수업을 덜 힘들게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한국에서의 첫 학기는 학교 - 집 - 학교 - 집만 반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천천히 적응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방과 후 수업도, 학원도 아예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제 한국 패치는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두 달짜리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도 3주나 지났으니 슬슬 과외 활동을 계획 중입니다. 작은 아이는 관심 있어하던 미술학원에, 큰 아이는 "동생이 하면 나도 한 번"이래서 미술학원 옆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했네요.
내일부터 첫 수업인데 둘 다 학원은 또 생전 처음이라 잘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방학 때 다녀보고 재미있으면 새 학년이 시작해도 계속해 보자고 했는데 잘 챙겨봐야지요.
반면 아빠 생활은 한국에 와서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학교가 워낙 일찍 끝나다 보니 낮에 전시 한번 보러 가기도 쉽지 않고, 저녁 약속도 큰 맘을 먹지 않으면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적응하고 나면 제 시간도 더 만들어 보고 싶은데, 솔직히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해가 시작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 올해 목표를 세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적어 봐야겠습니다. 끄적거리다 보면 복잡한 머리도 조금은 정리되지 않을까요.
좋은 일이 있다면 제가 글을 쓸 일이 생긴 겁니다. 가끔씩 월간지의 원고 청탁을 받아 정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너무 소중한 기회라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무언가 또 새로운 길이 보일지도 모르지요.
손 놓고 있던 육아 일기도 천천히 다시 쓰려고 합니다. 큰 아이가 커 가면서 마냥 아이가 아니라 조금 더 성숙한 대화를 해야 할 필요도 느껴지고요. 작은 아이도 쑥쑥 자라고 있으니 그에 맞춰 아빠의 양육 방법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더 많이 고민해야 할 테 고요. 그래서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생각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