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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ul 16. 2023

이빨 요정의 계산법.

전업 아빠 육아 일기 #18.

큰 아이가 7살 무렵, 마다가스카르에 살던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이빨 요정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친구가 집에서 뺀 이빨을 베개 밑에 두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이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돈이 놓여 있었다는 겁니다. 한국 토박이인 짝꿍과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데, 아이 눈은 반짝반짝 호기심으로 가득했지요.


마침 얼마 전 빠진 이빨을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이 있어서 찾아 주었습니다. 이미 뺀 지 좀 지난 이빨이라 미심쩍어하면서도, 자기한테도 이빨 요정이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감추지 못하던 아이 모습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다음 날 아침, 저희 가족은 이빨 요정이 갓 빠진 신선한(??) 이빨이 아니라도 찾으러 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그 뒤로 이빨 요정은 저희 집의 중요한 손님이 되었습니다. 유치를 가는 횟수가 줄면서 점점 띄엄띄엄 있는 이벤트가 되었지만요.


그러다 며칠 전, 정기 검진을 받으러 치과에 갔다가 큰 아이는 1개, 작은 아이는 2개의 이빨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치과에 갈 때 눈물부터 뽑던 작은 아이는 잠자리에 들기 한참 전부터 자기 이빨 2개를 챙겨 베개 밑에 넣어 두었지요. 요정이 용돈을 얼마나 줄지 궁금해하면서요. (작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산타와 이빨 요정의 진실을 알게 된 큰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있더군요. ^^;;)


다만 사뭇 게을러진 저는 미리 돈을 찾아두질 못해서 서랍과 지갑을 있는 대로 뒤져 얼마 간의 현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깊이 잠들었을 때, 조심스럽게 이빨을 챙기고 돈을 넣어 두었지요.


다음날 아침, 이빨 요정이 오는 날이면 눈 뜨자마자 베개 밑부터 챙겨보는 작은 아이는 아니나 다를까 자기와 오빠 베개 밑에 놓여 있던 돈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나 봐요. 오빠는 빠진 이빨이 1개, 자기는 2개니 두 배의 돈이 있어야 할 텐데 그만큼 차이가 나진 않았던 겁니다. 오빠보다 자기가 받은 돈이 조금 많기는 했지만요. (미안하다! 아빠가 미리 못 챙겼어!)


"왜지? 내 이빨이 좀 썩어서 그랬나?"


충치가 생긴 유치가 곧 빠질 것 같아서 치료하지 않고 두었다가 뽑은 건데, 자기 이빨이 좀 썩어서 요정이 용돈을 좀 적게 두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작은 머릿속의 생각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 앞에서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한참을 웃었습니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한동안 이 얘기로 마음을 달래야겠어요. :)


이빨 요정이 수집한 이빨을 보관 중인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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