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5 - 17. 아르헨티나 Iguazú - 브라질
자전거 등의 짐은 이과수를 보고 와서 찾기로 했다. 이과수를 보고 오면 체크아웃이 늦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괜찮다며 다녀오라고 하신다. 시내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에 들어갔다.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국립공원은 브라질에 비해 굉장히 넓다. 공원 안에서는 미니 기차로 이동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감상도 브라질보다 괜찮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브라질은 잊혀졌다.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브라질의 Curitiba 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려 한다. 버스를 예약했고, 호텔로 돌아가 방 값을 계산하고 짐을 찾아 나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저녁을 때우고, 근처 여행자 숙소에서 와이파이 이용을 허락받아 건너편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아이팟을 갖고 노는데, 영천이를 또 만났다 ᄏᄏ 페루, 볼리비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세 번째다. 너무 반가웠지만 영천이의 일정상 이야기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우리는 다시 브라질로 간다.
새벽에 탈 버스의 터미널까지 라이딩을 했다. 터미널 앞에 택시 기사 휴게소가 있었다. 샤워를 허락받아 야외 수돗가에서 샤워를 했다. 그래도 버스 시간까지 세 시간은 족히 남았다. 터미널 문 앞에서 잠을 청하려고 자리를 까는데, 어라? 문이 열려있네? 우릴 발견한 관리인도 들어오라고 했다. 첫 차가 다니기 전까지 바닥에서 편하게 자라고 한다. 야호~!
관리 아저씨가 깨워주셨다. 터미널 안 분식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버스를 탔다. 2층 버스인데, 1층은 운전석과 짐 칸, 그리고 2층이 좌석이다. 의자는 semicama로 160도 까지 뒤로 젖혀진다. 우리나라의 우등버스가 떠올랐다. 자전거를 버스 지붕에 올리지도 않고, 분해하지도 않고, 짐 칸에 눕히지도 않고 그대로 넣었다. 자전거를 탈 때 지나가는 2층 버스를 동경의 눈으로만 바라봤는데 이렇게 타게 되니 감동의 순간이다.
12 시간을 이동해 꾸리띠바에 도착했다. 완전 도시. 기온이 10 정도 내려갔다. 이제 정말 말도 안 통하는, 포르투게스를 사용하는 브라질에 왔다. 어제 영천이가 자기도 들었다며 해준 얘기가 있는데, 브라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자는 창녀가 돼야 하고, 남자는 갱이나 경찰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불법이 난무하는 도시라며 몸조심하라고 했다. 비도 내리고 춥다. 모텔을 잡았다. 내일부터 밤 라이딩은 무리일 것 같다.
아르헨티나에서 썼던 편지를 아직 보내지 못했다. 체크아웃까지 아직 여유도 있고 브라질 현금도 출금할 겸 자전거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왔다. 진호는 이발도 했다. 사진관에서 카메라 메모리칩에 있는 사진도 몇 장 출력해서 한국의 집과 캐나다 도슨으로 편지를 부쳤다. 도슨에 보내는 것들은 죄다 수미 누나에게 부쳤다. 누나가 짱이니까. 도슨의 우체부가 되어주세요.
꾸리띠바를 빠져나오며 116번 도로를 탔다. 도중에 길을 한 번 잘못 든 것 같아서 주유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반대 방향 이란다. 유턴 후 트랙픽잼 구간의 갓길로 다시 질주. 비가 오기 시작했다.
네시 즈음, 도로 옆으로 작은 마을이 보였다. 캠핑을 허락받기 위해 들어가다 입구에서 꽈당. 우릴 구경하던 청년들이 막 웃었고, 우리도 막 웃었다. 집이 열 채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 중에 허름한 주차장이 있는 집에 찾아가 캠핑을 부탁했고 차고에서 하라며, 차를 곧 빼주겠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이내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고 차가 망가졌는지 다 같이 차를 손으로 밀어주었다. 텐트를 칠 때도, 씻을 때도, 파스타를 해 먹을 때도 구경거리.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비를 맞아 초라해 보였다. 카메라를 꺼내 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사진을 보내줄 테니 이메일을 달라며 아이팟도 꺼내 메모했다. 우리 이런 사람이야.
해가 지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전깃줄에 전구를 연결해 차고 한편에 달아주셨다.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아르헨티나에서 침낭을 과일과 맞바꾼 후 파카는 언제, 어디서, 무엇과 바꿀까 아니면, 그냥 버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이다. 오늘부터는 파카를 입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