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8 - 20. 브라질
아저씨가 잘 잤냐며 인사를 하신다. 버스 기사였는지 노란색 버스를 운전하시며 나갔다. 우리도 얼른 짐을 꾸리고 출발. 내리막길이 많아서 순식간에 100km를 넘겼다.
중간중간 앞 기어가 말썽이다. 조금만 더 버텨줘 제발.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을 보충했고, 다음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살가도만 먹으려 했는데, 뷔페가 너무 맛있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은 4.19 real/100g. 둘이서 65 레알이 나왔다. 생선 맛이 일품이었다. 신용 카드로 결제. 아, 진짜 카드값 얼마나 나오려나. 다음 휴게소에도 대형 뷔페가 있었고 값은 조금 저렴했다. 브라질 역시, 장거리 운전기사들을 잡기 위한 식당, 샤워 시설, 차가운 물, 당구장 등 편의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었다. 물가도 엄청 비싸다. 주차장 뒤편 구석에서 캠핑을 한다.
우리의 평균 시속은 20km가 약간 못된다. 하루 평균 100km를 이동 거리로 잡았고, 일찍 돌파하면 무리하지 않고 바로 캠핑을 했다.
일곱 시 즈음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출발. 아홉 시가 넘어 들린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치킨도 포장했다. 예상대로라면 어두워지기 전에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닷가에서 치맥 할 거야!!
해발 1,000m 이하. 날씨도 선선하다. 주간에 자전거 타기가 이렇게 편했나? 새벽과 야간에 탔던 게 많은 훈련이 된 듯 오늘도 점심을 조금 지나 100km를 넘겼다.
116번에서 55번 도로로 갈아탔다. 길가에 푸른 산들이 많았는데 자세히 보니 바나나였다. 산이 모두 바나나다. 구경도 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바 나나는 하나도 없었다. 진호는 바나나는 원래 초록색으로 꽉 찼을 때 때어내고, 운송 과정에서 노랗게 물든다고 했다. 나름 튼실한 녀석들을 따서 가방에 넣었다. 빨리 익어라 ᄒᄒ
45km 의 오르막을 더 달려 페루이베에 도착했다. 페루이베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다. 바닷가의 한 슈퍼에 들려 맥주를 한 잔 했다. 그리고 전화를 빌려,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브라질 영주권을 가진 한인 아주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너무나 반갑게 통화를 했고 상파울루에 올라와서 집에 오게 되기 전 날 다시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São Paulo 까지는 170km. 이틀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출국 비행기 날짜는 열흘이 남았다. 차를 너무 많이 탔나?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천천히 바닷가를 달리며 수영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아주머니 댁에 일찍 도착하여 짐을 맡긴 뒤 Rio de Jainero를 갈까 고민해본다.
다운타운 대형마트에 들려 치킨 등 안주거리와 맥주를 여섯 캔을 샀다.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치맥을 하는데 두 캔 만에 취기가 올라왔다. 안 마셔 버릇하니 술이 잘 안 들어간다. 상파울로 까지는 조금 돌아가긴 하지만, 바닷가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여섯 시가 넘어 눈이 떠졌다. 선탠을 했다. 30분만.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해변가를 달렸다. 계속 우측에 바다를 끼며 달린다. 생각보다 모레 사장이 단단해서 바퀴도 빠지지 않고 즐겁게 라이딩을 한다.
이따하엠에서 점심을 먹고, 수영도 하고, 선텐도 조금 하고 낮잠을 청한다. 서너 시간 휴식을 취한 뒤 바닷가와 마을을 넘나들며 몽아구아 까지 갔다. 신라면에 고추참치를 넣어서 먹었는데 역시 신라면. 까이샹라 주택가에서 캠핑을 부탁했으나 모두 뺀찌. 해변가로 돌아와서 텐트를 쳤다. 1.5 리터 병으로 샤워를 하는데 어디선가 고기를 굽는지 좋은 냄새가 난다. 유난히 배가 고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