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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남미 자전거 여행 ⑬ Iguaçu

03. 12 - 14. 파라과이 - 브라질 Iguaçu

by 임성모 Sungmo Lim

0312. 30일 차. Oviedo, Caaguaz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출발하려는데 진호 자전거 뒷타이어가 또 말썽이다. 미세한 구멍이라 찾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 튜브만 교체했다. 이제 제대로 가보려는데 이번엔 기어가 문제다. 계속 내려간다. 때마침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 가게에 들렸는데 아저씨가 기어 윗부분의 나사를 조여주니 끝. 작은 해프닝을 마치고 오비에도에 도착했다. 대형마트에 들려 배도 채우고 , 양배를 구해 구석에 자리잡고 Siesta. 저녁이 되어 다시 출발. 인적이 드믄 오르막과 내리 막을 반복하며 해가 지는데 새로 산 라이트가 영 신통치 않다. 베터리를 얻기 위해(교외로 나오니 신용카드를 쓸 수가 없었다) 네 번째인가 들린 작은 슈퍼에서 공짜로 베터리를 주셨다. 야호! 까아구아수에 들어와 와이파이를 사용할 겸 편의점에 들렸는데 옆 파라솔에 있던 아저씨가 콜라를 사주셨다. 주인이란다. 샤워도 하고 근처에 캠핑도 허락해주었다. 모기가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마트에서 낮잠을 잔다



0313. 31일 차. Caarendy Guaz

진호 타이어가 계속 말썽이다. 바퀴를 때어 타이어를 자세히 보니 가늘 고 긴 철심이 타이어 안쪽에 깊숙히 박혀있었다.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튜브 불량만 탓 했다. 어찌되었든 철심을 제거하고 튜브도 교체한 뒤 다시 출발한다.

한국의 유원지 풍이 나는 마을에 도착했다. 늘 그랬듯이 편의점에서 와이파이를 했고, 캐나다에서 친해진 영석이 아이디를 빌려 스카이프로 td 뱅크에 전화를 했다. 그간의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돌아온 답변이 해외에서 출금이 발생하여 카드를 정지했다고 한다. 캐나다를 떠나기 전 남미를 여행한다고 충분히 얘기 해뒀는데 메모 전달이 제대로 안됐나보다. 전화 한 통으로 아르헨티나에서부터 계속 되었던 미스테리가 풀렸다. 진작에 할 걸 그랬다.




한 시간여를 달리다 너무 더웠다. 길가에 에어컨이 빵빵한 편의점에서 양해를 구하고 낮잠을 허락 받았다. 일어나 파스타를 해 먹고 출발 하려는데 주유소 직원들이 서로 얼음을 못 줘서 난리다. 너무 고맙습니다. 파라과이는 길도 재밌고, 길거리에 응원 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만난 사람들 모두가 친절했고, 미녀도 많아서 한 눈 팔다가 사고도 많이 날 뻔 했다. 훌륭한 국가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불이켜 진 슈퍼에 도착. 옆에서 캠핑과 샤워용 물 사용을 허락 받았다. 아, 존나 어썸한 나라


편의점에서도 낮잠을 잔다


파라과이는 볼리비아와 함께 남미에 두 개 뿐인 내륙 국가이며, 볼리비아 다음으로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으로 이과수 폭포마저 빼앗긴 역사도 갖고 있다. 론리플래닛 south america 편에서는 가장 적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에게 악수를 청하며 밝은 미소로, 때로는 엄지를 세우며, 혹은 두 팔을 들어올리고 번쩍번쩍 뒤며 힘차게 길거리 응원을 해주었다.

도로 또한 적당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커브, 가로수 등 지금껏 달린 도로 중에 가장 재미있었고, 어두운 가운데서도 하늘의 별과 그 만큼의 반딧불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여행 중 훔쳐 본 남미의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명도 파라과인 이었다. 라이딩 중 도로 바깥으로 여러 번 떨어졌다. 여자는 분명 교통사고의 원인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가난하면 어떤가. 지금 삶에 만족하고, 지금이 너무 행복한데. 물론 보여지는 게 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는 여행한 나라 중 가장 행복한 나라임은 분명하다.







0314. 32일 차. Ciudad del Este(파라과이), Foz do Iguau(브라질)

날이 밝았지만 구름이 끼어서 자전거 타기에는 더 없이 좋다. Este는 아순시온의 재래시장과 비슷했다. 한인 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찾아갔다. 얼마만의 한국인, 한국음식인가. 우리는 조금 설레었는데 그 쪽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늘 한국인이 찾아오니 타국이라해도 무뎌질 수 밖에... 짬뽕라면과 해장 라면, 김밥 두 줄을 먹었다. 엄청 비쌌다. '억울해도 한국 맛을 느끼고 싶다면 그 만큼의 값은 내야지' 라는 배짱 장사의 느낌을 받았다.









얼른 나와 근처 한인 마트에서 라면 등을 사고 나오는데, 한인 두 명을 만났다. 그 분들에게 이과수 관광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브라질 -> 아르헨티나 순으로 이과수를 관광한 후 다시 브라질로 가기로 했다.

브라질 국경에서 관광 비자를 받고 이과수로 직행한다. 오르막이 조금은 버겁지만 곧 마지막 목적지이다.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장국영과 양조위가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이과수. 이과수는 백문이 불여일견.


자전거를 공원 입구에 맡기고 차를 타고 폭포 앞까지 이동한다





















이렇게 들어갔다가


여렇게 나왔다




밤 늦게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브라질도 그렇고 아르헨티나 쪽 도시도 이과수라는 세계적인 관광지를 끼고 있어서인지 으리으리한 건물들도 많았고, 대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경을 왔다갔다 하는 관광객이 많아 면세점도 있어서 구경하고, 카지노에도 들렸다. 처음엔 우리차림이 카지노의 격식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는지 셔츠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내 빅토리노에게 받은 셔츠를 입고 다시 나타나 당당히 입장했고, 한 번 당겨줬다.








카지노를 나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옆 테이블의 일본인과 2012 년 지구 종말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별 얘기를 다 한다. 나와서 여러 집 앞에서 캠핑 양해를 구했지만 모두 실패. 게다가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교적 저렴한 호텔을 잡았다. 현금을 미쳐 뽑지 못해 내일 주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라고 했다. 부부가 운영하는 듯 보였는데, 우리 때문인지 계속 티격태격이다.


날도 좋고, 텐트도 있겠다 왜 아무데서나 캠핑하면 되지 뭐하러 남의 집 마당에서 자려하고, 심지어 돈을 쓰면서까지 호텔을 잡는지 의아해 하겠지만, 아무데서나 자기에는 솔직히 털릴까봐 두렵고, 우리도 사람인지라 1 리터 물통 말고, 샤워 시설이 있는 곳에서 따뜻한 물로 씻고, 침대에서 자고 싶다. 더군다나 2 인용 텐트는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서로에게 달라 붙어 불쾌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제한된 돈으로 자전거를 갖고 여행을 하다 보니 페루부터 브라질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 우리의 여행 안에서 나름 효율적으로 돈을 사용하려 애쓰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장기 여행을 계획 한다면, 시간과 돈(물론 아껴서 써야겠지만)에 얽매이지 않고 쫓기지 않는, 여유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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