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딘가 낯선
지난 3월 30일 새벽 4시 무렵, 집을 떠나 네팔로 향했고,
그리고 4월 28일 오후 5시에 조금 못 미친 시각, 집에 도착했다.
만 30일 만에 돌아온 내 집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베란다였다.
운동화를 벗자마자, 커다란 배낭을 그대로 멘 상태로 달려갔다.
나 자신이 더 소중하다면서 내팽개쳐두었던 반려식물들, 특히 튤립이 걱정되어서였다.
안타깝게도 나의 튤립은 누렇게 떠버린 모습이었다.
중간에 친구에게 부탁해 한 번 물을 주었는데도 이런 모습이라니...
건조한 동네 출신이라서 물을 자주 안 주어도 된다기에 방심했는데,
보름에 한 번은 너무 건조했던 모양이었다.
가방을 방구석에 던져두고 흙이 다 젖을 때까지 물을 듬뿍 주었다.
부디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라며.
반려식물을 버려두고까지 간절하게 되살아나길 원했던 나 자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 같았다.
화분처럼 물을 줄 수 없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주입해 보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
그래도 20개월을 머물렀던 이 공간이 조금은 낯설어 보인다는 데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튤립이 되살아날 때까지, 이 낯익고도 낯선 공간에서 조금 더 기다려볼 생각으로.
한 달 동안 비웠던 내 낡은 아파트지만
걱정보다는 멀끔하고, 퀴퀴한 냄새도 나지 않으므로
여기서 얼마 간은 흔들거리지만 버틸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확신이 든다.
새로움을 준비하며,
내일부터는 겨울을 걷어내는 늦깎이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