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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갑 Mar 21. 2021

4주가 지났습니다

새 프로젝트 한달 버텨내기

내일이 3월 22일 이니, 딱 한달이 되었네요. 

지난 프로젝트를 2월 10일에 끝냈고.(우리는 Off 라고 표현합니다) 

설연휴와 일주일의 짧은 휴식기(이런건 Refresh 라고 합니다)를 거쳐. 

2월 22일에 새 프로젝트 첫 출근을 했었습니다. 


보통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통상적인 보안서약서 에 사인부터 하고 출입증을 받고 지급된 또는 내가 가지고 들어간 노트북에 고객사 시스템 접속을 위한 보안 프로그램을 왕창 깔고 고객사 네트웍크에 접속이 허용되기 까지 빠르면 이틀, 늦으면 일주일까지도 소요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간 첫 주는 어색하면서 지루하고 제한적으로 공개된 공식 문서를 건성건성 읽는 정도로 시간을 떼우는 것이 통상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첫 출근(투입 이라고 합니다)날 보다 무려 일주일 전에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툴의 ID가 발급되었다는 메일이 날라왔습니다. 프로젝트용 메일 계정이 배포되고, 구글 드라이브에 초청이 되고, (처음 사용해보는) 커뮤니케이션 Tool 로의 초청 링크도 새로 배포된 계정의 그 메일에 이미 도착되어 있었습니다. 

성격이 안좋은(나중에 닥치면 보면 되지를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투입일 보다 무려 일주일 전부터 구글 드라이브에 가득 찬 프로젝트 산출물을 읽게 되었고, 투입일 무려 일주일 전부터 업무 고민을 하는 아주 요상한 일을 겪었었습니다. 


진이사..

보통은 진부장님 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올해로 나이 앞자리수가 바뀌고 나니 이젠 원치 않아도 호칭 직급이 바뀌었습니다. 아무 의미는 없습니다. 어차피 외주 컨설턴트 일 뿐입니다. 그리고 개인사업자 이고 프리랜서 이기 때문에 솔직히는 '사장님'이 맞죠. 그러나 프로젝트 내에서 '진사장님'이라는 호칭은 많이 이상하겠죠? 여하튼 2021년은 진이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수행사는 내가 무려 12년 전에 퇴사한 컨설팅 회사 입니다. 회계분야 쪽으로는 국내 1위라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회사입니다. 12년만에 친청 회사와 계약관계를 맺고 일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감회와 걱정과 기대 조심 등등 제법 편하지 만은 않은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출근하여 나에게 배정된 업무를 확인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프로젝트는 1월 1일부터 시작되었었고 이 본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 컨설팅 프로젝트도 작년에 있었기 때문에 2월 하순에 합류는 저는 매우 뒤늦게 출발하는 주자가 되었죠)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하기 싫고 어려운 것만 남겨놨구나" 였습니다. 

Senior 이면서 뒤늦게 합류하는 외주 컨설턴트에게 어쩌면 당연한 업무 분장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틀 정도 기존 문서들을 읽어 보면서 Rough한 이해를 끝내고 바로 담당자들과의 Meeting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담당할 업무가 되었으니 내 방식으로 이해하고 내 방식으로 정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첫 Meeting 때부터 내 업무 경력에 대한 확인 작업부터 들어옵니다. 나 보다 경력도 짧고 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컨설턴트가 나를 상대하는 첫 Attack 입니다.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어디까지 해봤다' 정확히 얘기해 줬습니다. 내 (전문)역할을 벗어나는 부분까지 해봤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까지 상대해 줘야할 상대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너 자신 없구나? 그래 어디 한번 붙어보자" 이런 마음이었죠) 


매일 1시반~2시간정도씩 Meeting을 했습니다. '이건 무슨 의미냐?' . '그런식으로 우리 시스템에서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는 못한다' 등등. 전체적으로 매우 Negative 한 회의였고 이 1시반~2시간의 회의를 위해서 나는 매일 8시간 이상은 고민하며 준비를 했었던거 같습니다. 


뒤늦게 합류한 Senior 외주 컨설턴트. 게다가 자기네 회사를 12년 전에 퇴사한 (원하지 않아도) 회사 선배이기도 하다보니 '진이사 어때?'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매우 당연한 관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첫 주에서 두번 째 주로 넘어가는 주말에 3월 1일이 끼여 주말과 함께 3일 연휴였습니다. 난 투입 첫 주부터 주말과 공휴일 출근을 감행합니다. (저 야근과 특근 무자게 싫어합니다) 나의 목표는 이거 였습니다. 해 볼만큼 빨리 해보고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손들고 나오자. 물론 이렇게 쿨하게 목표를 세웠지만, 정말 손들고 나와야 할 상황이 되면 그건 그렇게 쿨 하지만은 않습니다. 내 뒤통수에 내려지는 평가와 비난은 한마디 변론도 없이 온전히 받아 들여야 하게 되는거죠. 


매일 하던 회의는 7번째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그리고 3일간의 치열한 문서작업을 하며 11개의 빼곡한 산출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난 첫 2주를 버텨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같은 날 같이 투입한 동료 컨설턴트가 제법 어두운 표정으로 나에게 잠깐의 시간을 구합니다. 

"저는 못할 꺼 같아요" 

내가 내 일로 치열한 2주를 버티는 동안 동료 컨설턴트도 치열한 고민을 하였고 그 결론은 손을 들기로 한 거 같습니다. 내 코가 석자이다 보니 같이 늦게 들어온 전학생인데 챙기지 못한게 못내 미안했습니다. 

여차여차하여 결국 그 컨설턴트는 제대로 자리잡지도 못한 짐들을 다시 챙겨서 Off 하였고, 프로젝트 내에서 그의 Off 사유는 '맡은 업무가 너무 어려워서 감당하지 못해서' 였다. (실상은 프로젝트 Job Offer 단계 때부터 맡고 싶지 않었던 업무였는데 솔직히 커뮤니케이션 해주지 않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모든 평가와 비난은 개인이 떠 앉고 떠날 뿐이다. 역시) 


2주만에..

누구는 떠났고 나는 버티고 남는 결과가 되었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미리 의논해 주세요" 

2주만에 나가게 된 컨설턴트가 생기면서 프로젝트 PM(제일 대빵)이 나에게 커피타임을 요청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나까지 그만 두고 나가면 자기가 정말 큰일이라며. 풉..졸지에 관심보호 대상이 되었습니다. 


3주때 부터는 정상 페이스에 올라 내가 챙겨야 할 Junior들과 매일 아침 Coffee meeting도 하고 

사무실 주위의 맛집 투어(내가 전 세계 어디, 지방 어디를 가도 하는)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큰 사고쳐서 쫓겨나지 않는 한 올해까지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4주를 버텼습니다. 느낌으로 4개월 정도 프로젝트를 한 것 같습니다. 

첫 주에 3일의 연휴를 머리속만 고민하지 않고 출근하며 매일 일 한 덕에 4주를 버텼던 거 같습니다. 

공교롭게 떠난자가 있었기에 버티고 남은 자로서 스스로 토닥이고 위로해 봅니다. 


이제 내일 부터 5주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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