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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ug 14. 2023

닭대신 꿩은 어때

보양식의 스테디셀러

수꿩은 공작새만큼이나 화려한 깃털을 가졌습니다 copyright(c) 2023 All rights reserved

 눈치채셨겠지만 닭목 꿩과 꿩 속에 속하는 꿩은 닭과 친척간입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육질이 다소 퍽퍽하다고 느껴집니다. 때문에 샤부샤부로 얇게 저며서 먹거나 육수를 내서 만두소에 넣어 먹습니다. 예로부터 귀한 꿩만두나 평양냉면 육수 등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수꿩 (장끼)은 수렵가능 조류로 붉은 벼슬과 번쩍이는 어두운 녹색의 털색깔이 매우 화려해 박제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한테 맛있으면 다른 동물에게도 맛있는지라 자연상태에서 천적이 많습니다. 닭은 양계장으로 간 덕분에 인간들에게 잡아먹히고 천적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꿩은 매, 부엉이, 여우, 족제비, 삵, 강아지, 고양이 등의 먹잇감이 되기도 합니다. 수꿩은 꼬리가 길고 큰 소리로 웁니다. 눈 주위로 피부가 노출되었고 목에도 흰 띠가 둘러져있어 한눈에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암꿩 (까투리)이나 새끼 (꺼벙이)는 사냥을 하면 안 되니 주의해서 살펴야 합니다. 닭보다 덩치는 작아도 단가가 높아 귀농해서 꿩 전문농장을 운영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용인, 원주, 하남시에서는 시를 상징하는 새로 선정되어 있고요. 예로부터 유난히 꿩과 관련된 속담이 많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땐다’, ‘꿩 잃고 매 잃는 셈’, ‘꿩대신 닭’ 등 인간에게 무척 친근한 동물이었습니다.

수꿩을 기억하기 위해 세밀하게 그려봅니다 copyright(c) 2023 All rights reserved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Which came first: the chicken or the egg?)'는 딜레마는 고대 철학자들이 즐겨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생명과 세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냐는 의문인데, 원인과 결과가 뒤섞여있는 난제에 비유되곤 했습니다. 창조론에 근거해 닭이 있어야 달걀이 만들어질 수 있기에 닭이 먼저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반면 진화론에서는 닭과 친척관계에 있는 새들이 낳은 알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닭이 되었을 거라고 추론합니다. 수꿩을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수탉과 닮은 부분이 상당하고요, 꼬리가 점점 짧아지면서 야생닭으로 진화하지 않았나 추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닭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다양한 야생닭이 등장하는데 적색야계, 녹색야계, 회색야계 등 여러 품종으로 나눠집니다. 유전자분석을 하면 적색야계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렇게 알에서 태어난 조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파충류, 양서류, 어류까지 도달합니다. 어류의 계보에서 다시 길을 잃기는 하지만 모두 알에서 시작하는 동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태생인 포유류도 난자와 정자가 만나 이뤄진 수정란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모든 생명은 알에서 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봅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헤르만헤세 <데미안>


올해는 바빠 누룽지백숙도 손수 만들지 못했습니다 copyright(c) 2022 All rights reserved

 저는 어른이 되기 전까지 에그포비아 (eggphobia, 달걀공포증)가 있었습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학창 시절 트라우마로 달걀이 무서워 만지지도 깨지도 못했으니까요. 사건의 발단은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의 소록도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한센병 환자들이 섬에 고립되어 유일한 소득수단으로 양계장에서 달걀을 모아 육지로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맨손으로 세척이 안된 계란껍데기를 만졌다가는 병균이 옮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지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얼토당토않은 카더라식의 이야기였지요.

살아생전 엄마는 요리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고급 식자재를 냉장고에 쟁이는 것이 취미이셨습니다. 하필이면 사랑이 담긴 유기농 방사 유정란을 구입해 냉장실에 두셨는데, 당시 가족들이 모두 학업과 일로 바빴던지라 몇 달이 넘도록 방치되었습니다. 거의 반년 만에 프라이를 하려고 "탁!"하고 깨었던 달걀에서는 깃털이 달린 푸르스름한 유선 형태가 프라이팬 위로 뚝 떨어졌니다. 잠시 기절했다가 일어나서 한 달 가까이는 식욕부진에 시달렸고, 마흔이 될 때까지 둥근 달걀이 뭐라고 거부감에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감동란도 먹고, 회오리 오므라이스나 계란지단 폭탄 김밥 등도 만들어 먹으면서 극복했습니다.

2017년 달걀살충제 파동 이후로 소비자가 생산농장과 사육환경을 알 수 있도록 12자리로 달걀껍데기에 고유번호를 새기게 되었습니다. 맨 앞의 두 자리는 서울 (01), 부산 (02), 대구 (03), 인천 (04), 광주 (05) 등 지역번호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번호가 사육환경을 표시하는 번호로 중요합니다. 1번은 자연방사한 달걀이라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은 믿을 수 있습니다. 케이지에 사육된 닭은 3번 (닭장 하나에 11마리), 4번 (닭장 하나에 15마리)이 붙는데, 값이 저렴해도 먹는 것에는 늘 신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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