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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ug 22. 2023

칠월칠석과 오작교

관찰 예능의 시대

 

비 오기 직전 잠수교에서 까치를 만났어요 copyright(c) 2023 All rights reserved

 휴대폰을 보니 오늘은 음력 칠월칠석입니다. 한국에서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길을 까마귀와 까치가 도와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는 설화가 있습니다. 까마귀 과 까치 속에 속하는 두 새는 생물학적으로도 가깝습니다. 예로부터 까치는 민초를 상징하는 동물로 민화에 등장했고, 까마귀는 저승을 잇는 신비로운 역할을 하는 새로 여겼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등장하는 '삼족오 (三足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새입니다. 현세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를 초월적인 세상으로 이어준다는 판타지가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중국에서는 음력 칠월 칠일을 '칭런제 (情人节)'로 발전시켜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 까마귀는 ‘예의 바른 길조’로 여겨지고 있고요.

초보 엽사는 아직 어치를 본 적이 없어서 포토 콜라주로 그려봅니다 copyright(c) 2023 All rights reserved

 어치 (Eurasian jay, 산까치)는 까마귀  과 까치 속에 속하는 새입니다. 까치보다 크기는 작아도 색이 화려해 예쁘지요. 까치나 까마귀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이지만, 마치 생선 같은 느낌의 ‘어치’는 수렵가능 조류로 이번 수렵면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수렵이라고 하면 일반인이 상당히 오해하고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아무 데서나 밀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수렵장에서만 합니다. 그리고 지역 서식밀도나 전염병 발생유무에 따라 수렵가능한 조수를 법령으로 정합니다. 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아무것도 잡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면 최선이겠지요. 하지만 인간중심의 도시화로 인해 야생동물이 고립되거나 급성 전염병으로 균형이 무너진 생태계를 바로잡는 일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18세 이상 성인으로서 정신이상자나 중범죄 (felony) 전과자가 아니라면 총기 규제가 없습니다. 정신상태가 정상이라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적겠지요. 하지만 정당방위를 위해 사격연습을 하고 수렵면허를 준비하는 것은 생존에 여러 모로 유리합니다. 목숨이 위협당할 정도로 공격당하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총격전을 펼칠 이유는 없으니까요. 자산규모보다 유전자분석이나 정신감정서가 가치 있어지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까마귀 떼가 하늘에서 배회하는 모습 copyright(c) 2023 All rights reserved

 언제부터인가 짝짓기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나는 SOLO, 에덴, 러브캐처 등 다양한 콘셉트로 구성돼 일반인들도 즐겨서 출연하고 있습니다. 상대방과 연결될 가능성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한 사람에게 애정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면서 '과연 동물의 왕국과 다른 게 무엇일까'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이니 연애하는 숫자도 훨씬 적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듯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매정한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당연하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했지만, 지금은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연애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미디어가 그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으로 보면 긍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공인인 듯 공인이 아닌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잦아지면서, 외모와 스펙을 제외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포인트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젊고 건강한 매력적인 모습, 넉넉한 환경이나 조직에서의 서열을 보는 것이라면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결국 그럴듯하게 포장된 약육강식의 본능에 불과한 것이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풋풋한 옛사랑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도구를 사용하거나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까마귀의 습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사례도 있습니다. 반짝인다는 것이 반드시 보석이나 귀금속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먹이가 있는 곳을 발견하는데 작용하니까요. 스웨덴에서는 ‘코비드 클리닝(Corvid Cleaning)’이라는 스타트업이 까마귀를 거리의 청소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담배꽁초를 주워오면 먹이와 교환해 주는 장치를 통해 까마귀를 훈련시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2017년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만든 '크로우바’(Crowbar)를 통해 쓰레기를 넣으면 동물들의 먹이가 나오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까마귀들이 도시의 청소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까치, 청둥오리, 청설모, 고라니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습성을 파악해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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