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죄스러웠습니다. 12월 14일 아침부터 온 가족이 하츄핑의 요술봉, 스타워즈 광선검, LED 응원봉을 챙겨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로 올라온 국민들과 많은 어린 학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의도 역에서 내려 국회의사당으로 천천히 향했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탄핵을 외쳤고 그 현장을 영상으로 담느라 분주하였습니다. 건물 한편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축하 현수막이 보입니다. 도로 위 경찰들과 행군하는 국민들의 대비가 아이러니했습니다. 전국 경찰 14만 명, 대기업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때문에 어떤 경찰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지 않거나, 돈이 없어 보이면 만만하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은 많은데 도둑 잡는 경찰이 없는 현실이 참 슬픕니다.
근처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고 뱅쇼를 텀블러에 담아서 다시 한강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전광판을 지켜보았습니다. 300명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시작되었고 개표가 될 때까지 기도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204 표로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환호와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가족들도 있었고, 오늘부터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겠다고 투덜거리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 꿈을 꾼 것인지 현실이 혼란스럽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갑작스러운 계엄 해프닝으로 환율과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남 탓을 하며 핑계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지식이 잘못 쓰이면 많은 사람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나와 무관하다는 듯 해외여행을 가고,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없어지면 해외에서도 나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