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글인지 모르겠다. 시간은 참 빠르게도 달려간다. 뭐가 그리 바쁜지.. 나는 세월을 정면으로 맞고 있지만 정신은 자꾸 뒤를 본다. 놓치기 싫은 것들이 뭐가 있나 살핀다. 덕분에 난 학생들에게 꼰대인 나이에도 꼰대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인스타로 아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기도 한다.
요새 이상하게 아이들 사이에 유행은 ‘연애’인가 보다. 갑자기 커플들이 생겨나질 않나 장고(장난 고백)를 하질 않나 난리가 아니다. 그중에 가장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나의 최애 학생 지나가 같은 반에 민준이와 사귄다는 것이다. 난 충격에 휩싸였고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는 서글프고 아쉬운 마음에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다. 무슨 마음일까?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딸 가진 부모는 다 이런 마음 일까? 그러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그 마음을 더 크신 조물주 하나님의 마음으로 그려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나를 이 세상에 데려다 놓은 존재가 있을 거라 추측하며 얘기해본다. 내가 어디서 상처받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계실까,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가벼운 사람에게 마음을 쏟지나 않을까 마음 쓰고 계셨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 혼자 음악 들으며 운전하면 가끔 너무 센티해질 때가 있어 참 위험하다.
아무튼 간에 서로 상처 주지 말고 잘 사귀라고 해주고 나나 잘 하자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다 잡았다. 정신 차려 보니 눈앞에는 할 일들과 새로 계획한 일 들이 백 미터 앞에 펼쳐져 있다. 학원을 나올 계획을 하고 있고, 새로 과외를 하게 된 학생은 하필이면 전국 자사고에 붙어버려 나를 개고생시킬 일을 만들어 버렸다. 학원 차리면 스펙 빵빵한 친구들 데리고 아르바이트할 테니까 얼른 독립하라고 난리다. 응, 그전에 너 카이스트부터 보내고^^
반면에 기초가 전혀 안 잡힌 고1 아이들도 맡게 되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니 내가 할 수밖에. 내 손에 한번 잡히면 나는 끝까지 놓지 않는 편이다. 이해될 때까지 시키다 보면 언젠간 고마워할 날이 오겠지. 잘 부탁한다. 우리 잘해보자. 갈 때까지 가보자.
새 학기 준비를 하다 보니 새벽 네 시다. 그러다 불안증 약을 안 먹은 걸 깨닫고 바로 먹고 누웠다. 그러나 아직 잠은 안 온다. 뜬 눈으로 생각에 빠지다가 글이나 쓸까 하고 일어났다. 내 두서없는 글 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방법밖에 나를 알리고 싶은 본능을 채워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나의 일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봐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오늘도 감사하며 다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