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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25. 2021

사랑 그리고 성장 드라마

드라마 <러브 라이프>


여러분은 가끔 지난 연애를 되돌아보나요? 그때 그 상대보다, 관계에 미성숙했던 스스로를 떠올리기도 할 겁니다. 혼자 창피해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성장하기도 했겠지만,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배우고, 아픔을 딛는 과정 덕분에 더 성숙해진 건 아닐까 싶죠. 드라마 <러브 라이프>는 다비 카터(안나 켄드릭)의 8년 동안의 사랑을 톺아봅니다. 진짜 본모습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20대 초반부터, 사회에서 온전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예요.


다비, 그리고 다비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 남자 어기.

 

드라마는 다비가 맺은 관계의 인물을 에피소드마다 한 명씩, 총 열한 명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다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어기. 둘은 금방 친해지고 연인이 되는데, 다비는 어기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에요. 그가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팬을 자처하면서 닮아가려고 하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평소엔 큰 관심 없었던 가수인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서 괜히 자주 듣는 그런 거(네, 제 얘기예요..). 그런데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어기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 장거리 연애를 할 판이 되죠. 처음에 둘은 당연히 먼 거리를 사랑으로 극복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다비는 자신이 떠난다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어기가 계속 거슬립니다. 둘은 사실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어기는 떠납니다. 이 에피소드의 다비를 보고, 대학생 때 유행하던 카메라 필터로 찍었던 사진 속 제 모습을 떠올렸어요. 풋풋하지만 치기 어린 그 모습.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상대가 원하는 연인이 되려는 모습. 안나 켄드릭이 그런 대학생 연기를 찰떡같이 잘해서 보는 제가 부끄러울 지경이랍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 제목은 다비가 만났던 남자들, 혹은 다비 주변의 인물들 이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화 제목으로 등장했던 “어기”는 9화에 “다시, 어기”로 등장하고, 다비의 인생에 큰 사건을 만들죠. 둘의 인연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8화의 주인공은 다비의 남자가 아닌 베스트 프렌드 세라입니다. 세라는 모든 에피소드에 나타날 정도로 다비의 오랜 친구인데요. 다비가 그저 그런 남자들과의 연애에 휘말려 있을 때 짐이라는 남자와 무척 건강하고 예쁜 연인 관계를 가졌던,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라와 짐은 서로 그리는 미래가 다른 바람에 긴 연애 끝에 헤어지고 맙니다. 짐은 다행히 잘 극복하지만, 세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평소에도 자주 마시던 술에 중독되어 버립니다. 약물에 손을 대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친구 관계도 악화되죠. 건강했던 사람도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일 정도였어요. 다비는 세라를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점점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세라가 다시 누군가를 믿고 사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관계에 있어 약점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상대에게 잘못해서 잡히는 약점 말고, 관계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행동이나 생각이요. 다비도 그런 약점이 있습니다. 4살 때부터 이혼한 부모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내서인지, 아니면 학창 시절에 이성에게 거부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다비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거절하는 걸 무척 어려워합니다. 남자친구가 무리한 금전적 요구를 해도 그가 속상해하고 헤어질까 봐 들어주는 식이죠. 이 드라마는 다비가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도 초점을 맞추고, 또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모습도 잘 보여줍니다. 아무 재능이 없는 것 같고, 뭘로 벌어먹어야 할지 보이지 않는 20대 중반 대학 시절부터 사회에 자리 잡아 일적으로 성취하고 있는 30대 중반까지. 다비의 정신적인 성장을 전반적으로 엿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비에게 반짝반짝 빛이 난답니다.


우리 인생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지 알려주지 않지만, 이건 드라마니까 다비의 ‘love of my life’가 누구인지를 알려줍니다. “이때는 몰랐지만, 그가 다비의 그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다비의 그 사람이 될 사람이었죠. (…) 다비는 마침내 나에게 사랑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내보였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땐 코끝이 찡해질 정도예요. 여러분은 어떤 약점을 갖고 있나요? 그걸 극복했나요, 아니면 아직 아파하고 있나요?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러브 라이프> 속 다비와 함께 나누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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