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 모습이 어땠는지 몰랐나 보다
동탄이라는 낯선 곳에서 신혼이라고 하기에도 뭐 한 2달 남짓을 보내고 짐을 다 뺐다.
그리고 서울 본가에 돌아오고 교회를 새로 등록해야 했다. 너무나도 원망되고 이해는 안 가도 하나님 존재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기도하며 한 걸음씩 걸어오며 동행했던 추억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나이는 청년인데, 결혼했다가 돌아온 케이스라 청년부로 소속되려고 해도 애매했다.
서울의 큰 대형교회 청년부 홈페이지에는 결혼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청년부에 등록할 수 없다고 대놓고 쓰여있어서 꽤나 상처와 충격이었다. 보듬어야 할 교회에서 아예 배척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여러모로 또 억울함이 올라왔다.
차라리 반주자로 가면 교회 등록과 적응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몇 군데 반주자 자리 올라온 곳 지원을 했는데 이상하게 안되었다. 이 세계(?)도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가 보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구인공고에 문의를 남기고 지원서를 냈는데 다음날 면접을 보자는 이야기였다.
면접을 보러 갔고 목사님과 지휘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일부터 그날 바로 반주자로 오케이가 되었다.
인사차원에서 교회를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배 후 광고 때 앞에 나와서 인사까지 시키시고 기도도 해주셨다.
그렇게 교회는 등록이 되었다.
중간마다 이곳이 아닌 것 같아서 떠나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 하나님은 내 생각과 내 뜻과 다르게 계속 이 교회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셨다.
몇 주전에 일찍 도착했는데 집사님이 커피를 사주신다고 하셔서 교회 앞 카페에 갔다.
교회 권사님을 만났는데
"얼굴이 평안해 보여요! 점점 얼굴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 셀모임에서
"반주자님 얼굴이 밝아졌어요. 웃을 때 눈웃음이 되네요."
"맞아요! 얼굴이 밝아지셨어요."
여기저기서 그런 말씀이 들려왔다.
이 교회에 처음 오게 된 3월 중반.
아마 너덜너덜한 마음을 가지고 왔으니 당연히 표정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대인기피증까지 오고, 우울증에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몰려와서 사람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는 때였는데 4개월 사이에 많이 좋아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4개월 동안 상담도 받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녀오고 그동안 못해봤던 것들도 하나씩 해봤다.
여러 피아노학원 알바 강사로 하면서 학원 레슨일도 배우게 되었고,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2:1 필라테스도 등록했다. 코어가 탄탄해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일주일 1번이지만 운동하면 지루해하는 나에게 한 달 이상 꾸준히 다니도록 해주는 걸 보니 잘 맞나 보다.
그동안 약 10년 동안 직장 다니고 중간에 대학원도 다니면서 정말 바쁘게 지냈나 보다.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일까? 분주하고 바빠야 내 존재를 드러낸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스스로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성격도 한 몫하지만
이렇게 나 자신도 돌아보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했나 보다.
그렇게 하나님을 원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씀과 공동체 속에서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낙심될 때 신기하게도 이전교회 전도사님이 연락이 오시고
교회에 가면 누군가가 또 다른 방법으로 위로를 해주시고
친구에게 따뜻한 연락을 받을 때도 있고
밑바닥을 찍고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너무 괴로웠는데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하나씩 아픈 부분들의 봉합이 맞춰지나 보다.
감사한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처음 뵙게 된 선교사님으로부터 “싱글이에요?”라는 질문도 받았다. 아들 소개해주고 싶다고도 하셨다. 싱글은 맞는데 애매하긴 하다. ㅎㅎ
최근에는 또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한창 크리스천 배우자 만나야 하는데 하면서 가입했던 소개팅업체(?)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어울릴 것 같은 분이 있다며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겠냐는 톡이었다.
상대방은 초혼일 텐데 나는 사실혼관계였기에 어떻게 보면 억울한 재혼이나 마찬가지인데..ㅜ
솔직하게 내 상황을 설명드렸다.
위로의 답장도 주시고 참 신기했다.
밑바닥을 경험하고 나니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일에는 크게 요동하지를 않는 나 자신을 보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는 도종환 시인의 시가 무척이나 와닿는다.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얼마나 더 활짝 피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전공을 살려 피아노레슨, 학원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주부터 사업장소 정하려고 이곳저곳 알아보는 중이다. 날씨는 더워도 마음은 재미있다. 가장 좋은 곳을 허락하실 것을 믿고!
무엇보다 이번 한 주 ‘하나님의 때’에 대해 많이 묵상하게 된다. 회복되는 과정이 지나면 이 또한 허락하신 뜻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