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충분 Oct 21. 2023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예정했던 치앙마이에서 4주가 끝났지만, 조금 더 있기로 결정하고 숙소를 한 주 연장 했다. 일주일 정도는 더 차분하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덕분에 생각지 못한 인연으로 찐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5주 여행 후, 떠나기 하루 전날, 묵고 있던 코워킹스페이스 소셜링으로 외국인친구들과 복싱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



치앙마이 복싱체육관 관장님은 친절한 영어로 한국과 태국의 복싱의 다른 점, 그리고 더 훈련하면 좋은 점 등을 설명해 주었고, 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장난도 치며 꽤 친근해졌다.



복싱의 본고장 타이랜드





그런데, 한국에서 일 년 반 정도 복싱을 배운 경험이 있던 내게도, 복싱 강국 태국의 트레이닝은 한국보다 훨씬 더 하드 코어했다. 복싱이 끝난 후, 손과 무릎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져 아대를 풀어보니 손 등은 살짝 까져있었고, 무릎도 킥연습을 하느라 멍들어있었다. 친해진 관장님께 무릎과 손등이 아프다며 찡찡댔더니 관장님이 상처를 쓱 훑더니 무심하게 이야기했다.




" a wound makes person stronger (상처는 사람을 강해지게 만든다) "




그 말을 듣고 링밖에서 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복싱을 하면서 손이 쓸리면 굳은살이 베기며 더 단단한 주먹을 가질 수 있었고, 삶에서도 실패라는 상처 뒤에 크게 성장했다. 돌아보니 상처를 주었던 직장생활이 여행 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포문을 열어주었다. 곪은 상처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일은 늘 새로운 세계, 이전보다도 더욱 확장된 세상을 향한 문이었다. 



복싱 트레이너의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어쩌면 나는 이곳에 일주일 더 머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실패라 생각했던 상처의 순기능을, 내가 이곳에 찾아와야 했던 이유를 찾았다.



길을 잃었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게 더 좋은 길을 찾는 과정이었고 

끝이라 생각했는데, 새로운 시작으로 향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휴식을 통해 이전 것은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이런 찐한 휴식을 언제 다시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로소 쉬어야 보이는 더 넓은 세계를 긍정하며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만난 좋은 명언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는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후에야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삶에서 길을 찾는 일, 자연에서 길을 찾는 일, 의미에서 길을 찾는 일은
다 같은 일이었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절대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고
길을 잃는 다양한 방법을 알지 못하면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
< 길 찾기 생존 안내서 / 레베카 솔닛 >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곪은 상처 때문에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이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끝!


이전 08화 치앙마이에서 만난 '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