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울증 치료를 받은지 딱 10년.
나는 다시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요즘은 우울증을 굳이 숨겨야 할 것도 아닌 병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감기처럼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병이다.
특히 주변인들에게 나 우울증으로 약 먹고 있어,라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마음에 관해서는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특히 그러했다.
몸이 약하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마음이 약하다는 것은 네가 힘을 내면 얼마든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희망적인 메시지의 말이나 도움을 주려는 사람과 ‘네가?’ 라는 반응으로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한 반응이라는 것임은 알지만, 정신이 아픈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은 시간을 지나고, 내 스스로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한다.
세상에는 대신 해 줄수 없고, 혼자 겪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오늘은 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가 그냥 돌아서 왔다.
병원 주차장에 차가 너무 많았다.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연말에 몰려서 그런 것 같았다.
기존에 먹던 약은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을 처방받으려고 갔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나의 뇌는 이렇게 아니면 아닌가보다로…흐른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에는 아주 쉽게 승복한다.
예전에 우울증 상담받을 때 상담사가 물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렵다고, 힘들다고 말씀 해 보신 적 있으세요?“
“하면 뭐 하나요? 현실은 달라질 게 없는데.”
“그래도 말을 해보면 달라질 거에요.”
상담을 다시 받으면 좋겠지만, 당장 아이들 학원비와 빠듯한 생활비가 아른 거려 주저된다.
이전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회사 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상담실을 이용했었고, 7개월간의 상담으로 많이 좋아졌었다.
그때 우울증은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그때 다시 찾으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퇴사를 하게 된 상태가 될 줄은 몰랐네.
상담은 받을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말을 하면 달라지듯, 글을 쓰면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 우울증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다.
잘 쓸 자신은 없다.
그러나 꾸준히 쓸 자신은 있다.
힘든 발걸음을 하나하나 옮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