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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Jul 11. 2021

시작과 끝엔 즐거움이 있다.

나의 투잡 이야기

어떻게 한국어 강사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외국인들 만나는 게 재밌었거든요."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요즘 세대는 잘 모를 펜팔이라는 걸 했었다. 당시 다니던 영어학원 원어민 선생님의 딸이었는데 한번 한국에 놀러 온 후 연락처를 교환하고 편지를 두세 번쯤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무슨 말을 썼는지, 상대방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편지였지만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와 영어로 연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바로 그 펜팔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 꾸준히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며 말하기 실력을 키웠고 대학생이 되어 드디어 언어교환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책으로 배운 표현이 외국인에게 실제로 통했을 때의 기분이란,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언어교환을 하며 1시간은 영어 회화 연습을, 1시간은 한국어를 가르쳐주곤 했다. 물론 나의 영어 연습을 위해 시작한 언어교환이었지만 한국어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부분 초급이라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여 설명해야 했기에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왕이면 전문적으로 배워 가르쳐보자는 생각에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이 나의 한국어 과외 경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한국어 과외는 자격증이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을 좀 더 늘리고, 추후 투잡이 아닌 전문적인 과외 강사가 되고 싶다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이력서에 쓰는 자격증 한 줄이 효과가 있듯 학생 모집을 할 때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교원자격증은  큰 역할을 했다. 반대로, 자격증을 취득했기에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다시 회수하자는 의미로 이를 더욱 활용하려 했고 그래서 한국어 과외를 더욱 열심히 했다.


처음 본격적으로 과외를 시작했을 땐, 정말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어 강사라 하면 대부분 어학당이나 기관에서 일을 했기에 과외를 하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기준을 혼자 세우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수업 형태를 다듬고 한 1년 정도는 많이 부딪히고 깨졌다. 그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차츰 모든 면에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수업이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학생들 대부분은 최소 6개월 이상 최대 3년으로 장기간 수업을 듣는 편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대단한 실력을 갖췄거나 어마어마한 비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있다.


"재미있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재미'로 꼽는 사람이라 그런지 일도, 연애도, 취미도 '재미'가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을 배울 때뿐만 아니라 가르칠 때에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공부라고 해도 재미가 있어야 오래 꾸준히 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농담만 주고받는다는 말이 아니라 예문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학생의 관심에 맞는 예문을 만들고 대화 주제도 학생이 좋아하거나 재미있어할 만한 주제를 선택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러다 설명을 할 때엔 누구보다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재미와 전문성 둘 다 제공할 수 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 바로 나의 교육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철학은 다행히 실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수업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일을 하든 '재미'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천한다면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며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도 한국어 수업이 재미있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다고. 아니, 더 재미있어졌다고.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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