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pr 27. 2024
우리 텃밭의 이름은 '시간 정원'이다
2024 시간정원 파트 1
며칠에 걸쳐 봄날 텃밭 정비를 마쳤다. 새로 만든 연못에 수생 식물을 들였다. 나한송, 몬스테라, 노랑 어리연, 스노우 사파이어, 트리안, 싱고니움, 스파티 필럼, 아이비, 카랑코에 그리고 이끼다.
집에서 키우던 식물도 있고 새로 구입한 수생 식물이 한데 섞였다. 낯선 이름들과 친해질 시간이다. 모종 화분을 리폼하여 수생 식물 화분을 만들어 주었다. 이 수생 식물들은 흙이 제거되어 물만으로도 자랄 수 있는데, 나는 화분에 돌을 깔고 중간에 흙을 넣고 다시 돌로 표면을 덮었다. 그리고 연못에 넣었다. 밑에서 물이 공급되니 반수생식물 환경이 되었다. 작년에 몬스테라를 미나리꽝에 같이 심었는데, 많은 물 때문에 몬스테라가 초반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화분에 심었으니, 어떨지 지켜보아야겠다.
제라의 뜰에서 가져온 미나리도 기존 미나리와 함께 심었다. 현재는 순항 중이다. 함께 가져온 연잎 양귀비는 살짝 비실하지만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포항의 기온과 이곳의 기온은 다소 차이가 있으니, 밤에 살짝 춥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허브를 심었다. 재작년에 허브를 심었을 때는 주로 차를 만들었지만, 이번에 심은 허브는 식재료와, 양념으로 사용할 것이다. 스피아 민트, 딜, 루콜라, 이탈리안 파슬리, 레몬 타임, 오레가노이다. 오레가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허브는 자라는 모양이나 뿌리 번식이 엄청나다. 뿌리에도 영양이 많이 함축되어 있을 것 같은 그런 상서로움이 있다. 허브 뿌리는 일반 식물 뿌리와 달랐다.
약간의 수분을 머금은 봄의 포슬포슬한 흙의 감촉을 느꼈다. 흙장난하는 기분을 되살려내었다. 흙냄새가 상쾌하였다. 이제 씨앗만 심으면 되니 흙과 잠시 놀았다.
허브를 심고 남은 가운데 빈 땅에는 청경채 씨앗과 쑥갓 씨앗을 뿌렸다. 청경채는 땅에서 바로 자랄 때 하나씩 뽑는 재미가 있다. 훌쩍 자라서 줄기에서 재취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똑같은 모양을 줄기에서 복제하여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재밌는 청경채이다. 쑥갓은 매운탕이나 한 번 해 먹어 볼까 싶어서이다.
상추는 텃밭에서 나눔 받은 상추만 심었는데, 적겨자 모종을 여섯 포기 사서 더 심었다. 그런데 포장이 잘못되어 잎이 다 부러져서 왔다. 식물 포장을 확실히 잘못해서 보낸 것이다. 포장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식물 배송하려면 식물 포장하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할 듯싶었다. 요즘은 식물 포장을 손상되지 않도록 배송해 주는 곳이 거의 태반으로 많다.
안 쓰는 의자를 분해하여 텃밭 가장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마 끈으로 울타리를 쳤다. 그저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텃밭의 형태를 잘 드러내 주고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울타리 너머로 잘 들어오지 않기에 효과적이었다.
텃밭 대문 지지대를 새로 교체했다. 대문 아래쪽이 약간 틈이 생겨서 접착제를 발라서 고정했다. 미리 써 놓았던 이름표를 각각의 제자리에 꽂아 주었다. 화사한 봄날의 시간 정원이 완성되었다. '시간 정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그 어떤 것을 해도 사람은 시간 전체를 상대할 수밖에 없으며, 시간 전체와 맞서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 이전에 몸이 먼저 그렇게 지각하는 것이라는 이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래서 우리 텃밭의 이름은 '시간 정원'이 될 필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박농민과 나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텃밭에 서서 "완벽하다" 이제 더 손 볼 데가 없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고추나무와 가지나무 심을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그래서 상추 사이에 심자고 합의 보았다. 텃밭의 절반은 허브, 또 절반은 상추 이렇게 대칭되고 보니, 열매 식물 심을 자리가 순간 증발해 버린 것이다. 뭐... 어떻게든 자리는 만들어질 것이다.
해가 지는 무렵에 대략적으로 정비가 마무리 되었다
수생식물 연못
허브 밭
미나리꽝
시간정원
아이비
연잎 양귀비 잎에 궁그는 물방울
부드러운 흙, 흘과 놀다
청경채 씨앗을 뿌리다
허브 모종을 심고 채소 씨앗을 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