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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Sep 28. 2024

두 개의 줄기를 타고

루이즈 글릭을 읽다



 하루를 씻기면 몸에서 땀이 나. 나 씻기 싫어 찻물을 끓인다

 들리지 않던  아이들 소프라노가 들려와. 모두 톤이  높아. 아이들 대화 방식이 소프라노라는 게 새삼스러워

 스탠드를 켜는 오후. 루이 글시집 '맏이'를 먼발치서 읽었어

 그녀 삶의 은어가 내밀하게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어. 나, 멀리서 바라보았어. 내 삶이 아니잖아

그런데 말이야, 바로 옆에서 얘기하듯 들려와. 어떤 침묵이 계속 말을 하는 것 같아

속에 말

표면 아래의 말

신체가 하는 말은 바로 침묵만이 알아듣나 봐

 나, 만 조용하고 모든 사물이 말을 해. 나만 조용하면 되는 거였어. 서로 얽혀 들어가서 dna적 결합이 일어나는 구름 흐름. 여자와 여자가 결합하여도 생성의 순간은 존재하나 봐

 사물들의 소리와 그녀의 말이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듯 두 개의 줄기를 타고 빙글빙글 흘러가

 차가 내 입안을 한 바퀴 휘돌고 목젖을 뒤로하고 식도를 타고 위장을 지나는 것이 느껴지듯이






#미루다가_루이즈글릭_시집을_읽기_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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