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전시회를 막바지에 다녀오다
카라바조에게 관심이 갔던 그 해, 니체를 읽으면서 디오니소스에 관한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지. 그것은 어떤 심장 두근거림이었어. 학습된 지식 너머에서 펄펄 살아있는 디오니소스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였지.
카라바조 전시 소식에 나는 <젊은 바쿠스>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 하지만 젊은 바쿠스는 없었어. 대신에 카라바조 자화상적인 그림들을 만났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카라바조의 그림은 그 자신의 짧은 인생에서 변화하는 그 자신의 얼굴 변천사로구나! 싶은 그런 것.
https://brunch.co.kr/@arrando/6 <젊은 바쿠스에 대한 내 글 링크>
카라바조는 성경을 재해석하여 그 자신의 세계를 내보일 때, 그 자신을 거기에 투사시켰던 듯해. 중세는 르네상스의 황금기와 흑사병을 동시에 경험하는 시대였으니까, 삶의 기쁨과 죽음의 허망이 언제나 동시에 작동하는 사회였던 것 같아.
해골을 앞에 두고 묵상하는 시대, 메멘토 모리가 생활화되던 시대, 그런데 메멘토 모리는 중세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지 중세에서 탄생한 것은 아니야. 고대부터 죽음은 항상 삶을 일깨우는 작용기제로서 늘 옆에 있었던 것 같아. 신나게 먹고 즐기는 축제나 또는 파티에서도 어느 순간 분위기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에 해골을 가져와서 그 격앙된 분위기를 단박에 썰렁하게 만든 뒤, 죽음을 기억하는 의식을 치렀다고 하니까 말이야.
카라바조의 그림에도 삶과 죽음이 있고, 사랑의 기쁨과 뜨거움과 고통이 있고, 서정시의 세계처럼 황홀경도 있지. 이러한 모든 정념들은 성경을 재해석한 그림들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고 봐.
카라바조는 그 자신의 생을 그때의 자신의 그림들에 담았다고 보여. 그러니 카라바조의 그림은 그 자신의 자화상들의 연결이라고 생각해. 자기 자신만큼 그 자신을 걱정하고 한탄하고 죄의식을 느끼며 동시에 구원을 바라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지.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에 자신의 얼굴을 그렸어. 나는 다윗의 얼굴도, 골리앗의 얼굴도 카라바조라고 생각해. 소년의 자기 모습과 장년의 자기 모습을 대비시키고 있지. 소년이 장년의 목을 친 이 상징성은 카라바조가 그 자신의 순수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하나의 은유적 시도라고 생각했어. 목이 잘리는 것은 하나를 죽이고 하나가 산 것이니까. 카라바조가 살리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을 거야.
중세의 이중적 구도는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에서 절정에 도달하였다고 봐. 중세의 사람들이 가진 심리적 세계, 종교와 서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들, 카라바조가 현대 회화를 열었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측면에 있을 거야.
중세는 가톨릭이 종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가장 타락한 시대였고, 이 시대는 몽테뉴와 거의 일치하지만, 카라바조는 몽테뉴 다음 신진 세대라고 봐야 해. 몽테뉴가 죽을 때, 카라바조는 21세 정도였으니까, 정말 팔팔한 청춘이었지.
가톨릭은 역사성에서 중세에 온갖 세속권력에 취해 밑바닥을 찍었지. 그리고 차라리 차츰 시간 속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났다고 봐. 가톨릭에 의해 탄압받던 개신교는 종교개혁을 통해 세계로 뻗어갔지만, 한국에 와서는 마치 중세 가톨릭의 타락처럼 같은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 한국의 기독교도 시간이 지나면 자정작용이 일어날까?
흑사병과 가톨릭, 코로나와 개신교. 그리고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들. 이 시대도 중세처럼 이중적 흐름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세계를 희구하고 있는 것 같아. 중세의 두꺼운 커튼 주름처럼, 겉주름과 안주름의 사이에 숨겨진 그들의 심리처럼, 우리도 겉주름과 안주름의 주름 사이를 살아가고 있나 봐. 카라바조가 중세에서 살면서 그 자신을 광폭하게 대하면서 그 자신을 괴롭혔듯이(시대와 마찰하는 인간, 그 시대를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지 않을까), 그리고 시대를 넘어섰듯이, 우리 시대는 어떤 자기 시간들을 지나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내 상념 따라 해 보게 되었어.
* 아래 사진은 일단 카라바조 주요 작품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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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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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포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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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구에르치노) <다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구에르치노) <다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 구에르치노는 카르바조 추종자다. 나는 탄크레디 얼굴은 카라바조 얼굴이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구에르치노) <다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구에르치노) <다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포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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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세바스티아노>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세바스티아노>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세바스티아노 > 포커싱
* 이 얼굴도 카라바조 자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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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야누아리우스의 참수 >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야누아리우스의 참수 >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야누아리우스의 참수 >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야누아리우스의 참수 >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성 야누아리우스의 참수 > 포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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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소년의 카라바조와 장년의 카라바조로 보임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포커싱
*소년의 표정에서 고뇌가 보인다. 아마도.카라바조 자신이 자신을 보는 심정의 표현인지도.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포커싱
미켈란젤로 메리시(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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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이후, 이탈리아의 그 어떤 화가도 그만큼 영향을 미친 사람은 없었다." _ 버나드 버렌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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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없었다면 리베라, 베르메르, 조르주 드 라 투르, 그리고 렘브란트는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들라크루아와 쿠르베, 마네의 그림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_로베르토 롱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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